홍 남 편집국 부국장
한국에서도 지난해부터 시작되어 전국적인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복권이다. 일명 로토라고 불리는 이 복권은 말그대로 ‘일확천금’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이유로 저소득층은 물론 온 국민이 로토 구입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수십억을 타는 사람들로 많이 나왔으며 몇백억이라는 상상이 가지 않는 돈을 탄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도 로토를 구입하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 북가주에서만 수천만달러대의 로토 당첨자가 지난 몇 년간 2명이 나왔을 정도다.
로토 당첨이라는 것이 1달러를 내고 수천만달러에 당첨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당첨이 될 확률이 수천만분의 1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로토 당첨자들의 이야기에서 공통되는 점이 하나 있다. 어디서 읽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로토 당첨자의 대부분이 로토에 당첨되면 좋은 일을 하는데 일부를 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며칠전 세계 제1의 갑부인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자신의 재산중 1,000만달러만 자녀들에게 남겨주고 나머지는 모두 사회를 위해 쓰겠다고 발표를 했다. 빌 게이츠의 재산은 약 46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60억달러라는 액수가 얼마나 큰 것인지 짐작이 잘 가지 않는 한인들을 위해 한화로 계산을 해보면 55조 2,000억원(달러당 1,200으로 계산시)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가 나온다.
빌 게이츠는 이같은 엄청난 액수로 현재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여러 부분들에 대해 기부와 투자를 하겠다고 밝혔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회사인 마이크로 소프트사에서도 회사이름으로 여러 가지 기부를 하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피땀흘려 얻었다고도 할 수 있는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에 걸쳐 수십억개 이상이 팔리면서 패스트 푸드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맥도널드 창업주의 미망인도 자신이 사망하면서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같은 빌 게이츠나 맥도널드 창업주 미망인의 발표는 액수가 엄청나다는 것 외에 미국인들에게 그다지 큰 뉴스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의 기업인들중 많은 사람들이 100년도 훨씬 전부터 이같은 재산의 사회 환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록펠러나 카네기를 선두로 셀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액수를 사회에 환원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살면서 무엇보다도 보기 좋은 사회 현상중 하나가 바로 기부 문화라고 할수 있다. 미국인들은 거의 대부분이 일년동안 적어도 한번은 기부를 하고 사는 것으로 언젠가 조사결과에서 나타난 적이 있다. 반면 한인들의 경우 기부에 대한 인식은 미국인들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신문에서도 한인들의 기부 문화가 너무 인색하다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다. 이같은 한인들의 기부에 대한 인색은 본국에서도 다를 것이 없다. 누군가가 기부를 하게 되면 전국적인 뉴스로 떠오를 정도로 기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빈약하기 그지 없다.
한인사회에서 누군가 기부를 한다고 하면 큰 뉴스로 취급되어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기부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한인사회를 통해서 벌어들인 돈을 한인사회에 일부나마 환원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이같은 일을 하고 있다. 이같은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들이 이같이 자신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박수를 보내지만 일부는 이같은 사람들에 대해 비뚤어지고 꼬인 시선으로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몇해전 한 한인 기업인이 수백만달러가 넘는 기부를 했을 때 일부에서는 ‘어차피 벌어들인 돈 때문에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왕이면 기부하고 이름이나 나자는 생각으로 기부를 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물론 이같이 기부를 하는 사람들중 극소수는 사진이 신문에 실리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자신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얄팍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됐든 기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다름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것은 확실하다. 남에게 자신이 번돈을 그냥 아무 이유없이 줄 수 있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빌 게이츠의 전재산 기부 계획 발표를 보면서 다시 한번 미국의 힘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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