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워싱턴은 성공회 신자였다. 존 애덤스는 유니테어리언파. 토마스 제퍼슨은 성공회 백그라운드를 가졌던 건 확실하다. 그러나 어떤 종파에 속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제임스 메디슨도 성공회, 제임스 몬로도 성공회 신자다. 존 퀸시 애덤스, 그러니까 존 애덤스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와 같은 유니테어리언파 였다.
제6대 대통령까지의 종교적 배경이다. 앤드류 잭슨은 장로교. 마틴 밴 뷰렌은 개혁교회, 9대 윌리엄 헨리 해리스는 성공회 신자였고….
이런 식으로 계속 이어진다. 성공회, 아니면 장로교도다. 그도 아니면 감리교, 또는 침례교, 하여튼 개신교 신자다. 가톨릭인 존 F. 케네디가 예외라면 예외다.
조지 W. 부시까지 역대 43명 중 종교가 확실치 않은 대통령은 찾기 힘들다. 무엇을 말하나.
지난해 말 민주당 대선 출마자들은 한가지 충고를 들었다. 가령 환경문제를 이야기하게 되면 이런 식으로 말하라는 거다. ‘하나님의 푸른 지구…’
그때까지만 해도 확실한 선두주자였던 하워드 딘은 그 충고를 각별히 새겨들었다. 가장 세속적인 대권주자란 평을 듣는 터였으므로.
딘은 갑자기 하나님을, 성경을 자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욥기가 신약에 있다고 했다. 동성애도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란 식으로 말했다.
충고는 다른 게 아니다. 미국적 예외성이랄까. 거기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미국은 마지막 기독교 국가다. 이 예외성을 외면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라크 사태가 이슈다. 경제가 이슈다. 맞다. ‘돌발적 사태가 발생할 때’라는 단서는 붙지만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는 변수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더 큰 변수는 그렇지만 그게 아니다. 문화적 변수다. 이라크니, 경제니 하는 건 표면의 이슈다. 올 선거의 내면의 이슈, 궁극적 이슈는 가치관의 전쟁이라는 말이다.
격렬한 문화전쟁은 정치 기상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문화전쟁은 바로 가치관의 전쟁이다. 그 전쟁은 종교적 신념에서 시작된다. 주기적인 문화전쟁, 미국의 정치사의 한 단면이다.
남북전쟁에서 대공황 때인 1928년 무렵까지를 공화당 시대라고 부른다. 1932년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민주당 시대다. 그 중간시기에 한차례의 문화전쟁이 있었다.
그리고 형성 된 게 ‘루즈벨트 연합’으로, 이는 이 후 민주당 아젠다의 상징이 됐다. 그 흐름이 90년대 중반부터 변했다. 선거가 문화전쟁의 양상을 보이면서다.
변화는 전통적 민주당 표밭인 남부지역에서 일기 시작했다. 보수 신앙을 고수하고 있는 그들이다. 민주당의 정강은 그런데 날로 진보 쪽으로 기운다. 결별의 날이 다가오고 있던 것이다.
전체 유권자의 3분의1이 남부 주민이다. 그들이 결국 공화당으로 선회했다. 지각변동의 상황이다. 공화당 압승의 1994년 중간선거가 그 결과다. 당시의 이슈는 가치관이었다.
기도는 일상의 한 부분이다. 하나님의 존재를 절대 의심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내 인생에 있어 극히 중요하다. 미국인 10명중 8∼9명이 보이고 있는 의식이다. 지난해 실시된 국제 여론조사 결과로, 미국적 예외성은 최근 들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증거다.
전통적인 민주당 표밭이다. 그런데 민주당 주지사가 쫓겨나고 공화당 주지사가 들어섰다. 보다 보수적 신앙을 지닌 라틴계 유권자의 반란의 결과라는 일부의 분석이다. 2003년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일이다.
뭔가를 예고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올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가치관 전쟁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미국적 예외성’은 항상 무언가를 말해 왔고, 결국 대변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희망적 전망이겠지. 그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도 내심 이런 사태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거다. ‘하나님의 푸른 지구…’. 이런 식으로 말하라는 충고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새로운 충고도 나온다. 전통적 민주당 아젠다에나 충실하라는 것이다. 그래 보았자 바이블 벨트 유권 자들은 찍을 후보를 진작 정했을 테니까.
‘찍을 후보는 이미 정해졌다’-. 총선 정국을 맞아 한국에서 벌써부터 들려오는 소리다.
개혁이다. 부정 척결이다. 자주다. 동맹이다. 혁신이다. 보수다. 이슈가 난무한다. 보수 대 진보의 대결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표면으론 그런 것 같다.
한 꺼풀 뒤집고 보면 그런데 그게 아니라고 한다. 진보. 보수. 그건 그냥 하는 이야기다. 지역패권을 확보하라. 그 길만이 살길이다. 이를 위해서는 악마와도 손을 잡을 판이다. 찍을 후보는 그래서 벌써부터 정해졌다는 것이다. 가치관 따위는 그야말로 헛소리에 불과하고.
한국 총선의 속내 이슈는 뭔가. 여전히 그 지긋지긋한 지역주의가 아닐까.
옥 세 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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