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크리터리(secretary)란 단어의 첫 의미는 비서지만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장관을 의미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워싱턴 DC의 공공 박물관과 미술관들만이 아니라 동물원까지도 관장하는 스미소니언의 총수도 세크리터리라고 불린다. 스미소니언의 이사회는 부통령, 연방 대법원장, 상원의원 3명, 하원의원 3명, 그리고 민간인 이사 9명으로 구성되며 이사장은 대법원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박물관 조직인 스미소니언의 현 사무총장은 4년 전에 임명된 로렌스 M. 스몰이라는 사람인데 그가 최근 ‘철새조약법’을 어긴 죄목으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워싱턴 포스트 보도에 의하면 브라질의 토속 미술품의 수집가이기도 한 스몰의 소장품목 가운데는 희귀한 새들이라서 보호대상이 되고 있는 몇 새의 깃털이 있어 연방 어류 및 야생(동물) 관계부처의 조사를 받아 왔었던 것이다. 연방 검찰과 그의 변호사 팀의 협상결과 그는 경범죄에 해당하는 한가지 죄목에만 유죄를 자인하게 되었단다. 그런데 해당 연방검사가 1월23일에 있을 유죄인정 히어링 때 벌금형이나 구금형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조금은 이상하고 또 하나 이상하다고 할 수 있는 점은 그의 주거지인 워싱턴 DC가 아니라 노스 캐롤라이나 주의 랄리에 소재한 연방지방법원에 그리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의 변호사 팀이 혹시 판사 ‘쇼핑’ 끝에 그런 문제에 관한 한 검사의 추천을 수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판사로 정평이 나있는 사람을 골랐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렌퀴스트 대법원장이 포함된 3명의 스미소니언 집행이사들이 그 사건에도 불구하고 스몰이 스미소니언 사무총장직을 수행하는데는 아무 지장도 없다고 발표를 해버린 상태니까 경범 유죄 판결을 받은 기록 외에는 그에게 별다른 지장이 없는 셈이다. 물론 깃털 있는 모든 공예품들을 정부에 자진헌납을 했다고는 보도되었다.
그 보도를 보면서 최근 이민 사기사건으로 징역 37개월을 선고받은 이 모 변호사와 100명 내외의 한국인들이 체포된 산삼, 웅담 사건이 생각났다. 이 모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이민변호사가 있겠느냐”고 변명을 했다지만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여겨진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다지만 자기가 데리고 있던 미국 변호사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어느 식당 주인인 김 모 씨도 3개월간 가택연금형을 선고받았던 것을 보면 죄질이 가장 나빴기 때문에 그가 3년 이상의 징역을 선고받았음에 틀림없을 터이니 말이다. 법 준수에 앞장서야 할 변호사가 부당이익을 탐해서인지, 혹은 ‘유명 이민변호사’로 이름을 날리기 위함인지 거짓서류 창작 제출에 앞장을 섰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 한다.
웅담과 산삼사건을 둘러싸고 워싱턴 지역 3개 한인회가 적극 대응에 나섰다는 것도 좀 생각해볼 문제다. “이번 사건이 한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표적수사일 경우 정치적인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는 보도다.
버지니아 법에 의해 산삼이 위태로운 식물의 일종으로 규정돼(3.1조 1027항) 라이센스 있는 사람이라야 8월15일부터 12월31일 사이에만 산삼을 채취하고 살 수 있게 되어있는 이상 자기 자신 소유의 땅이나 산에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산삼을 캐거나 사는 사람은 이 법령을 어긴 것이 된다.
웅담이나 곰 발 같은 것을 사는 행위는 야생조류와 동물을 사냥하거나 소유하거나 팔거나 사는 것을 금하는 버지니아 법령 29.1조의 521항을 어긴 것이 되어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 제3급 경범이면 500불 미만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죄질이 더 나쁜 경우라면 29.1조의 553항을 적용시켜 유죄판결을 받는 경우 제1급 경범으로 1년 미만의 징역이나 2,500불 미만의 벌금 또는 두 가지가 다 병과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산 물건이 200불 이상이 될 때에는 제6급 중범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범법인 줄 모르고 샀으니까 억울하다는 사람에게는 ‘Ignorance of law is no defense’라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함정수사니까 무죄라는 항변이 성공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는 사실도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미국의 파워 엘리트 중 엘리트의 하나인 스미소니언 사무총장도 범법을 하면 법정에 서서 유죄를 자인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로 보아 유죄를 자인하고 정상참작으로 가벼운 경범처벌만을 기대하는 것이 상책인지도 모른다.
한인회 등 한국인 단체들은 교민들의 준법정신 고취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될 것이다.
<변호사 MD, VA 301-622-6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