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한인이 범죄의 대상이 되어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를 접한다. 그로서리에 강도가 들어서 주인이 총에 맞았다는 이야기, 방문중인 한인이 살인을 당한 이야기, 치고 달아나는 뺑소니차에 의해 다쳤다는 이야기 등 한인들이 미국 사회에 살면서 겪게되는 어려운 상황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내가 정말 듣고 싶어하는 뉴스는 총을 쏘고 달아난 강도가 검거됐다는 뉴스, 살인자가 잡혔다는 뉴스, 뺑소니 운전사가 법의 심판을 받았다는 그런 류의 뉴스. 비록 범죄의 희생자가 되었으되, 법을 통하여, 경찰의 도움으로 그나마 정의를 회복하는 그런 사필귀정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며칠 전에는 다수의 한인이 산삼, 웅담을 불법 구매하다 검거되었다는 뉴스가 주요 일간지 일면에 실린 것을 보았다. 버지니아 수렵국이 산삼, 웅담을 판매한다고 한인신문에 위장광고를 내 구매를 유도 한 것으로 그 검거 내용을 실었다. 몇 달 전에는 임종훈 변호사의 체포 소식이 있었다. 사립탐정으로 위장한 연방수사국 제보자가 돈을 받아 주겠다고 하면서, 돈을 돌려 받는 과정에서 폭력행사를 하겠다고 말을 한 것을 임 변호사가 묵인했다는 것이었다. 한인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이상열 변호사 사건이 있었다. 불법체류자들에게 가짜스폰서를 제공하여 이민국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혐의였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는 명언이 있다. 진리중의 진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이상, 우리 모두 미국의 법을 존중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생활하여야 한다. 나는 이 자리에서 새삼 산삼, 웅담을 샀던 사람들을 변론하고 임 변호사 이 변호사 두 사람의 행위를 두둔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로마의 법을 존중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그 법에 의해서 단죄를 받았던 것처럼, 범법행위를 한 사람들은 그 죄의 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왜 미국경찰의 수사가 한쪽으로 치우치는가 하는 점이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느낀 것은 바로 미국경찰은 한인사회에 대하여 범죄자를 검거하는 일에 노력하기보다는 범죄자를 만드는 일에 더욱 노력을 기울인다고 하는 점이다.
금번 웅담사건, 임 변호사의 재물변제사건, 이 변호사의 이민사기사건 등은 모두 한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그 것은 바로 모두 함정수사를 통하여 기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웅담은 버지니아 수렵국이 미연방수사국의 지원을 받아 마치 한약방을 하는 듯 함정을 파고 구매자를 유인한 것이고, 재물변제건은 미연방수사국이 사립탐정으로 위장을 하고 불법행위를 유도한 것이며, 이민사기건 또한 미연방수사국이 제3자를 이용해 영주권을 원하는 것처럼 하여 서류위조를 유도하였던 것이다. 범죄자를 검거하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이러한 함정수사기법을 통하여 범죄를 유도하는 미국경찰, 나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함정수사가 있기에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그렇기 때문에 ABC에서 행하는 미성년자에 대한 술판매 단속, 위생당국에서 행하는 위생상태 단속 등의 법집행 방식이 함정수사를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합헌하다는 판결이 내린 것이다.
이러한 함정수사가 한인들에게만 유독 많아진 것일까? 그것에 대한 답을 나는 모른다. 다만, 내가 아는 것은 최근 들어 한인사회에서 이런 함정수사 관련 뉴스가 많아졌다는 것. 물론 뉴스에 다뤄지지 않은 한인 관련 사건은 더욱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ABC 단속에 걸린 그로서리, 위생단속에 걸린 식당, 매매계약상의 허점을 이용한 세금포탈 단속에 걸린 비즈니스 매매자, 담배단속에 걸린 델리 등등. 경찰이 원한다면 아마 보신탕이라고 하며 그로서리에 캔 스프를 진열해 놓고 다수의 한인들을 손쉽게 체포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인들을 상대로 이미 일어난 범죄에 대한 해결은 뒷전이고 함정수사를 통해 만들어낸 범법자 검거를 우선시 하는 미국의 경찰. 미국 법조계의 한 사람으로서, 한인으로서 많은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