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길을 가시다가 눈 먼 소경을 만나셨는데 땅에 침을 뱉어 그 흙을 개어서 소경의 눈에 바르신 다음 실로암 연못에 가서 씻게 하니 눈이 떠져 밝아졌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것이 도대체 전설인가 아니면 사실인가? 아니면 초대 그리스도교 생성 당시 예수 신격화 격상 운동의 한 예인 것인가?”
“만약 바깥 세상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아마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것이네. 또한 교회에 나간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이 그런 설교를 듣는다면 그 거부감이 상당할 것임을 충분히 이해한다네. 성경 속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소경뿐 아니라 절름발이 앉은뱅이 간질환자 문둥병 등등을 손짓 한번 또는 주문이나 기도 한번으로 깨끗이 치료하는 기적을 행하시고, 심지어 죽어 시신이 썩어 냄새가 나는 사람도 살리시며, 자신이 죽은 후 삼일만에 스스로 약속한대로 부활해서 숨어있는 제자들 앞에 나타나시어 믿지 못하는 그들에게 옆구리 창 자국, 손에 못 자국까지 보여주는 기적을 행하신 것으로 되어 있으니 상식으로 무장한 일반 세속인으로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네.
하지만 그게 바로 종교와 과학이 다른 점이 아닌가? 과학 쪽에서는 지구가 해를 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 항성인 해를 보고 해가 뜬다고 하고 진다고 하지 않는가? 구름이나 눈이나 시냇물이나 모든 물은 모두 수소 2개와 산소 한 개가 합쳐 만들어진 똑같은 것이지만 우리의 육안으로 보는 구름 눈 시냇물은 그 모양과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던가?
진화론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자기 자신이 침팬지 같은 원숭이 종류와 생물학적으로 사촌간이며 한 뿌리에서 갈라진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황당하고 난감할 것이라고 본다. 여기에 바로 과학과 종교가 갈라지고 종교의 필요성과 역할이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동물에 지나지 않고 또 그 사실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우리 인간은 동물이 아니고 하느님께서 신성하게 정성을 다해 자기와 꼭 닮은 모습으로 창조하였다고 생각한다면 그 생각이 더 중요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지 않는가? 사실 우리 자신도 아빠 엄마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어 엄마 자궁에 착상한 후 세포분열을 거듭하여 하나의 아기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지만, 사랑의 결실로 태어나 바다보다 더 깊은 부모님의 사랑과 은혜로 하나의 인간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자기 출생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건강한 정신이 아니겠는가?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아니 “진화론이 옳다, 창조론이 틀리다”식의 OX 문제가 아니지 않겠는가?
성경 속의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내용들도 세상적 사실 여부를 떠나서 영적으로 읽고 해석해서 유익한 쪽으로 우리 인생에 적용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네. 사람이 병신이 되거나 눈이 멀면 몸만 병신이 되는 것이 아니고 마음까지 병신이 되기 십상이고 몹쓸병에 걸리면 마음까지도 절망감에 빠지고 세상에서 격리되어 이미 살았으되 산 모습이 아니지 않은가? 예수님께서 행한 기적이란 것도 실제 소경을 믿을 수 없는 무식한 방법으로 눈뜨게 해주었다기 보다는 마음의 눈을 뜨게 해주어 그의 마음에 따스한 사랑과 삶의 의미를 심어주었다고 생각하면 아니 되겠는가?
하지만 목사님이나 신부님의 상당수가 성경 속에 쓰여 있는 것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므로 안면몰수하고 진짜 세상적 사실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어 나 자신 또한 상당히 당혹스럽고 혼란스럽네만 성직자의 입장에선 성경에 그렇게 쓰여있으니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지 않겠는가? 또한 성직자들 입장에서는 신자들을 초등반, 중등반, 고등반으로 나누어 설교를 할 수도 없으니 신자들이 각자 자기 수준에 맞춰 이해하고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성경 속에 쓰여있으니 앞으로 밭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무조건 그렇게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상당수의 신자들에게 세상적인 것과 종교적인 것 이중의 가치관을 심어주어 혹 이중적인 삶, 위선적인 삶으로 오도하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도 때론 걱정스럽다네.
하지만 항상 기도하고 반성하는 기본자세로 산다는 것, 하느님의 은총 속에 축복 받으며 사랑 속에 산다고 느끼며 산다는 그것 하나만 가지고도 교회나 성당에 갈 가치는 충분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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