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14세의 사춘기 소년이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아버지와 둘이 생활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일일노동자로 힘들게 살았다. A는 그런 대로 초등학교를 잘 넘겼다. 문제는 중학교에 가서부터 학교를 빠지는 날이 많아지고, 학교 내에서 매일 문제를 일으켜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아버지로서는 아이를 아침에 버스에 태워 학교에 보내는 일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결국 아이는 학교로부터 쫓겨났고 다른 학교로 전학했지만, 역시 한 달을 못 넘기고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그린패스쳐 아카데미-젊음의 집-로 와 사정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그 이후로 A는 그린패스쳐 아카데미의 학생이 되었다. 처음 며칠은 이웃 아저씨 도움으로 학교까지 픽업이 가능했다. 출근해 보면 그는 누구보다 먼저 학교에 와 있다.
A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이해 받지 못한 채 원칙적인 규칙을 지켜야 한다는 일방적인 강요만을 당했었다. 어린 그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런 교과서적인 관심이 아니었다. 그가 처해 있던 현실은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챙겨주는 엄마도 없었고, 학교에 도착하면 배가 고파서 안절부절못하고 학교를 헤매고 다녀야 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그는 친구들과 마주하고 함께 점심을 먹는 것조차 자신감을 잃어 혼자 화장실에 숨어있어야 했다. 친구 부모들이 친구들을 픽업해 갈 때 자기는 누구 차에 빌붙어 가야할지, 걸어야 할지, 버스를 타야 할지 걱정하는 불안감을 노출하기 싫어 중간에 학교를 빠져 나왔다.
교사들은 그를 집중력 결핍증 환자라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학교에 적응하기 힘든 문제아라는 딱지를 붙여 주었다. 시간이 갈수록 A의 마음속에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반항적 감정과 사회를 향한 분노가 왕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사실 그에게는 학교를 빠져서는 안 된다는 억압적인 강요보다는 따뜻한 배려와 사랑의 관심이 먼저 필요했었다. 아침이면 따뜻하고 달콤한 코코아 한잔과 토스트 한 쪽, 그리고 반겨주는 표정, 점심시간이면 준비된 식탁에 친구들과 함께 둘러앉아 편안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일, 가끔 그가 요구하면 2달러의 버스요금을 주는 일로 학교가 재미있고 따뜻한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줄 수 있었다.
그는 지금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아침이면 학교로 달려온다. 스스로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무언가 도움이 되어보려고 애를 쓴다. 걸어서라도 학교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도록 해주는 일, 주변 사람들에 봉사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일, 사회를 향한 분노의 독초를 제거해주는 일은 인간다운 배려가 있을 때 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아직 어린 청소년들이 불행한 자기환경을 혼자 극복하다가 문제아로 낙인찍힌 다음에서야 그들을 돕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경우들이 있다. 자녀를 키우는 일과 인재를 키우는 일인 청소년문제가 그런 차원에서만 진행될 일이 아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범죄와 탈선으로 감옥으로 간 청소년들은 그렇게 되기 전에도 우리 이웃에 살았었다.
그들이 우리 생활주변에서 “나를 이해해주세요”라고 하소연하는 애절한 몸짓을 우리는 탈선과 반항으로 보였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들이 학교나 제도적 장치들로부터 거부되어 소외감에 쌓여 방황하며 분노의 독초를 키워가고 있을 때, 가정교육이 잘못되어서라고 또는 부모들이 책임져야지, 또는 너희들은 나쁜 아이들이라고 말하고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생활 주변에 탈선과 방황으로 헤매는 청소년들의 반항하는 목소리에 어떤 하소연이 담겨 있는지, 무엇을 말하는지 자세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제도적 장치나 화려하고 요란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인간다운 따뜻함과 진실한 관심으로 다가서 주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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