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지면을 제작하면서 가장 고마운 분들은 편지로, 팩스로, 혹은 이메일로 글을 보내주는 독자들이다. 생업과 집안 일로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을 텐 데도 몇 년째 주기적으로 글을 써서 보내오는 독자들이 상당수 있다. 그분들은, 한번도 얼굴을 대한 적은 없지만, 눈에 익은 필체와 이름으로 가족 같은 친밀감이 느껴진다. ‘오피니언 가족’이다.
그 ‘가족’ 중의 한 분이 며칠 전 신문사로 선물을 보내왔다. 자그마한 플래스틱 통에 담긴 된장 몇 통과 장문의 편지. 반짝반짝 윤기 나는 장독들이 양지바른 마당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장독대 사진도 같이 들어 있었다.
웨스트 LA에서 세탁업을 한다는 그는 자신을 ‘54세 된 전형적인 이민 1세 가게 아줌마’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인들이 너무 돈에만 집착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삶의 다른 면들을 얘기하고 싶어 신문사에 글을 기고한다고 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돈이면 모든 것이 다 이뤄 질 수 있다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아이들 교육도, 행복도, 성공도 다 돈으로 된다는 사고가 넘치니 한인사회가 시기와 질투뿐이고 사랑이 부족하지요”
그의 이민생활은 평탄치 않았던 것 같다.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은 아픔을 겪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련된 덕분에 지금은 감사와 기쁨 속에 살고 있다는 그는 “행복은 가까운 데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돈과 힘에 인생을 건다”며 자신의 사랑 실천법을 소개했다. 바로 ‘집에서 메주 쑤어 햇볕에 쪼여가며 익힌 정성들인 된장’을 나누는 것이다.
“지금도 저는 식탁에서 글을 쓰면서 압력솥에 콩을 삶고 있어요. 매년 겨울이면 콩을 삶아 메주를 쑤지요. 1년 내내 된장, 간장을 담아요. 너무 각박하고 메마른 이민생활에서 오는 염증 때문에 이것들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지요”
가난한 이웃에게는 물질적인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대로 사는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는 데는 이런 것이 좋은 방법이더라고 그는 썼다. 그의 편지에서는 질그릇처럼 소박하고, 밝고 따뜻한 삶이 느껴졌다.
마더 테레사가 1970년대 중반 영국의 한 호화 양로병원에 갔을 때였다. 최고급 시설과 의료진이 갖춰진 그곳에서 노인들은 빈틈없는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눈에 띄었다. 노인들의 목이 모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었다. “행여 누가 찾아오지 않을까” 모두 문 쪽만 바라봐서 생긴 현상이라고 병원측은 설명했다.
마더 테레사는 말했다.
“오늘날 가장 심각한 병은 문둥병이나 결핵이 아니라 스스로 쓸모 없는 존재라는 생각, 사랑 받지 못한다는 생각, 모든 이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입니다”
“굶주리고 헐벗지는 않았을 지 모르지만 사랑과 관심에 굶주려 있는 것도 빈곤이다”고 마더 테레사는 지적했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사랑과 관심의 빈곤층 인구는 더 많아졌다. 주위를 둘러보면 겉으로는 번듯해도 속으로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더 많이, 더 빨리, 더 높이’에 초점이 맞춰진 성취 위주의 삶이 물질적 풍요는 가져왔지만 우리 모두를 사랑의 가난뱅이로 만들었다. 혼자 살뿐 더불어 사는 삶이 사라지고 있다.
뉴스위크 최근호가 건강 특집을 내면서 현대인들의 온갖 질병의 근원이 되는 우울증을 다루었다. 우울증은 마음이 외로워 생기는 병, 마음이 불꺼진 방 같이 어둡다. 어두운 마음의 방에 등불 하나 밝혀주는 것이 관심이고 사랑이다.
웨스트 LA의 주부는 편지 말미에 이렇게 썼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쪼개서 쓸 수 있는 것이 돈이고 시간이에요. (장독이) 비면 채우고 차면 또 나누는 것이 제 방식의 행복 만들기, 사랑 나누기예요”
우리가 더불어 살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정신적 나태 때문이다. 남을 돌아보는 수고를 거부하는 안일의 늪에 빠진 것이다. 퍼주고 퍼주어도 마르지 않는 사랑의 ‘장독대’를 각자 하나씩 마련했으면 한다.
junghkwon@koreatimes.com 오피니언 지면을 제작하면서 가장 고마운 분들은 편지로, 팩스로, 혹은 이메일로 글을 보내주는 독자들이다. 생업과 집안 일로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을 텐 데도 몇 년째 주기적으로 글을 써서 보내오는 독자들이 상당수 있다. 그분들은, 한번도 얼굴을 대한 적은 없지만, 눈에 익은 필체와 이름으로 가족 같은 친밀감이 느껴진다. ‘오피니언 가족’이다.
그 ‘가족’ 중의 한 분이 며칠 전 신문사로 선물을 보내왔다. 자그마한 플래스틱 통에 담긴 된장 몇 통과 장문의 편지. 반짝반짝 윤기 나는 장독들이 양지바른 마당가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장독대 사진도 같이 들어 있었다.
웨스트 LA에서 세탁업을 한다는 그는 자신을 ‘54세 된 전형적인 이민 1세 가게 아줌마’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인들이 너무 돈에만 집착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삶의 다른 면들을 얘기하고 싶어 신문사에 글을 기고한다고 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돈이면 모든 것이 다 이뤄 질 수 있다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아이들 교육도, 행복도, 성공도 다 돈으로 된다는 사고가 넘치니 한인사회가 시기와 질투뿐이고 사랑이 부족하지요”
그의 이민생활은 평탄치 않았던 것 같다.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은 아픔을 겪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련된 덕분에 지금은 감사와 기쁨 속에 살고 있다는 그는 “행복은 가까운 데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모르고 돈과 힘에 인생을 건다”며 자신의 사랑 실천법을 소개했다. 바로 ‘집에서 메주 쑤어 햇볕에 쪼여가며 익힌 정성들인 된장’을 나누는 것이다.
“지금도 저는 식탁에서 글을 쓰면서 압력솥에 콩을 삶고 있어요. 매년 겨울이면 콩을 삶아 메주를 쑤지요. 1년 내내 된장, 간장을 담아요. 너무 각박하고 메마른 이민생활에서 오는 염증 때문에 이것들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지요”
가난한 이웃에게는 물질적인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대로 사는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는 데는 이런 것이 좋은 방법이더라고 그는 썼다. 그의 편지에서는 질그릇처럼 소박하고, 밝고 따뜻한 삶이 느껴졌다.
마더 테레사가 1970년대 중반 영국의 한 호화 양로병원에 갔을 때였다. 최고급 시설과 의료진이 갖춰진 그곳에서 노인들은 빈틈없는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눈에 띄었다. 노인들의 목이 모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었다. “행여 누가 찾아오지 않을까” 모두 문 쪽만 바라봐서 생긴 현상이라고 병원측은 설명했다.
마더 테레사는 말했다.
“오늘날 가장 심각한 병은 문둥병이나 결핵이 아니라 스스로 쓸모 없는 존재라는 생각, 사랑 받지 못한다는 생각, 모든 이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입니다”
“굶주리고 헐벗지는 않았을 지 모르지만 사랑과 관심에 굶주려 있는 것도 빈곤이다”고 마더 테레사는 지적했었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사랑과 관심의 빈곤층 인구는 더 많아졌다. 주위를 둘러보면 겉으로는 번듯해도 속으로 외로움을 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더 많이, 더 빨리, 더 높이’에 초점이 맞춰진 성취 위주의 삶이 물질적 풍요는 가져왔지만 우리 모두를 사랑의 가난뱅이로 만들었다. 혼자 살뿐 더불어 사는 삶이 사라지고 있다.
뉴스위크 최근호가 건강 특집을 내면서 현대인들의 온갖 질병의 근원이 되는 우울증을 다루었다. 우울증은 마음이 외로워 생기는 병, 마음이 불꺼진 방 같이 어둡다. 어두운 마음의 방에 등불 하나 밝혀주는 것이 관심이고 사랑이다.
웨스트 LA의 주부는 편지 말미에 이렇게 썼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쪼개서 쓸 수 있는 것이 돈이고 시간이에요. (장독이) 비면 채우고 차면 또 나누는 것이 제 방식의 행복 만들기, 사랑 나누기예요”
우리가 더불어 살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정신적 나태 때문이다. 남을 돌아보는 수고를 거부하는 안일의 늪에 빠진 것이다. 퍼주고 퍼주어도 마르지 않는 사랑의 ‘장독대’를 각자 하나씩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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