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역사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던 고구려사는 우리 민족에 대한 긍지였으며 자부심이기도 했다. 광활한 중원의 대 영토를 호령했던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수나라 백만 대군을 살수에서 무찔렀던 을지문덕 장군, 당태종을 이긴 연개소문 장군의 이야기 등 고구려의 역사교육은 청소년기 가슴 뿌듯한 자긍심을 심어 주었던 것이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것은 46년 전, 고교 2학년 첫 국사 시간. 엄하고 무섭기로 정평이 난 국사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선생님의 제 일성은 “교과서 덮어”였다. 학생들이 어리둥절 하자 고조선, 삼국 시대 중 특히 고구려사를 소홀히 한 국정 교과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하셨다. 또 수업 시간마다 교과서를 대신한 등사 교재를 손수 만드셔서 나누어 주셨다.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란 모순의 성립에서 이루어진다. 역사란 곧 멀리 보면서 가까이 보는 것이다. 즉 역사교육은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현재를 해석하고 또 그것을 재조명해 우리의 미래를 내다보는 것이다.
선생님! 그럼 대학 입학 시험은 어떻게 해요. 학생들의 불평이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역사란 단순히 그리고 막연하게 태 정 태 세 문 단 세 등 연대를 외우는 과목이 아니다. 교과서를 외워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일은 너의 좋은 머리로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그토록 독특한 논리로 우리를 사로잡았던 선생님은 농구부 감독도 겸하셨다. “볼은 인생이다 둥근 볼에 정신을 집중하면 볼은 저절로 바스켓에 들어간다.” 선생님은 매사 그런 식이셨다. 선생님의 강의는 어린 우리들에게 일종의 철학 강의였다. 대학시절 단제 신채호 선생의 유고 집을 접하고 나서야 우리의 웅대했던 민족사의 왜곡 축소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일본의 양심 사학자 정상수웅(井上秀雄)의 고대 조선에서 식민지 사관의 그릇됨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실로 세계에서 고대 이집트 바빌론 인도 중국과 함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역사 문화 선진국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반만년을 이어온 우리 역사는 뿌리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의 고조선의 역사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일제에 강점되었을 때 저들이 식민통치를 강화하기 위하여 자기들이 만든 조선 총독부 산하에 조선사편수회를 설치하여 식민 사학자들을 동원해 우리의 고대사를 왜곡 말살시킨 데 기인하고 있다. 광복 후 그 식민 사학자들이 국립 서울대학교 교수 내지 사학과 주임 교수가 되어 우리의 단군 조선 역사는 신화로 취급하여 잘라내고 기자 조선은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삭제함으로써 우리 민족사가 일본의 역사 2,600년보다 짧은 2,300년으로 축소시켜 놓았다.
요사이 중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역사 침략을 노골화하고 있다. 저들은 우리의 발해사를 자국에 편입시키더니 이제는 우리의 고구려사 마저 자기들의 역사에 편입시키려 함으로써 우리 한국을 아예 자기들의 역사 종속국으로 만들려고 획책하고 있다. 과연 우리의 정부나 국내의 지식인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매우 한심스럽다.
일제에 의해 끓긴 역사의 맥을 다시 잇고 중국에 의해 왜곡된 발해와 고구려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야말로 국민 통합 남북통일 등과 함께 시급히 해결해야할 당면한 과제 중 하나이다. 우리 민족이 세계 속에 남아 번영하려면 우리의 속에 겨레의 얼이 살아 있어야하고 민족 역사 교육이 바로 서야만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발해사와 고구려사를 되찾는 일이야말로 우리 온 민족의 자존심과 결부된 문제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세대가 우리 조상과 우리 후손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보람있는 과업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지금부터라도 적어도 우리 국내에서만은 반드시 우리의 연호 단기를 사용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하지 않고 국내에서 우리들이 계속 이렇게 서기만을 사용하면 언젠가는 우리 스스로 우리의 고대사 2,000여 년을 고스란히 중국에게 넘겨주고 말게 될 것이다. 새해부터 당장 우리 모두 우리의 연호 단기(4337년=2004년) 사용 운동을 벌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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