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구나 힐스 인근에 사는 한 백인 할머니는 올해 102세인데도 수영시합에 나선다. 80년 전부터 수영을 시작해 17개의 국제다이빙 메달을 수상한 이 할머니는 ‘지금껏 물을 떠나지 않은’ 공로로 지난 주말 플로리다에 있는 국제 매스터즈 수영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이 할머니는 2년 전 100세의 노구를 이끌고, 그것도 ‘날렵한’ 수영복 차림으로 NBC-TV ‘투나잇 쇼’에 출연해 ‘물과 맺은 사랑’을 잊지 못해 했었다.
공자가 만일 이 쇼를 보았다면 “덤으로 사는 할망구가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 조용히 지내지 않고 주책이다”하고 핀잔을 주었을지 모른다. “열 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지학), 서른에 기초가 확고하게 섰으며(이립), 마흔에는 미혹되지 않았고(불혹), 쉰에는 하늘의 명을 깨닫게 되었으며(지천명),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하면 그 이치를 이해하게 되었고(이순), 일흔이 되어서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종심)”는 그였으니 말이다.
‘논어’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던진 공자의 이 말을 우리들은 중학생 때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다. 공자의 삶은 평범한 우리들의 인생의 지표가 되기도 하지만 종종 발에 쇠뭉치를 단 듯한 부담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 새해엔 ‘공자의 굴레’에서 벗어나 빡빡한 도덕률에서의 일탈의 쾌감을 맛보았으면 한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끼’를 맘껏 발산했으면 한다.
재주 많은 원숭이의 해인 올해는 더 더욱 그러하다. 누구나 타고난 재능과 갈고 닦은 기량을 밑천 삼아 뭐든지 해보자. 나이에 따라 다니는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말고 가슴에 품고 있는 일에 덤벼보자. 거창한 일이든 사소해 보이는 일이든 밀어붙여 보자. 자꾸만 오그라드는 자신을 자책 말고 새 일에 덤벼들자.
갑신년을 기다려 온 12, 24, 36, 48, 60, 72, 84, 96세 원숭이띠들은 올해를 ‘그들의 해’로 만들 수 있다. 24세 젊은이들은 같은 나이에 인종차별 반대투쟁을 벌인 간디를 떠올려 소수계에 대한 주류사회의 차별을 고발하고 이의 시정에 앞장설 수 있다.
36세 장년들은 동갑에 화제의 영화 ‘E.T.’를 만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장인정신을 본받아 각자의 영역에서 ‘나만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 86세 원숭이띠라고 해서 “이제 다 살았다”고 해선 안 된다.
원숭이해라고 해서 원숭이띠만의 세상은 아니다. 이민생활을 하는 우리 모두가 재주를 부려야 할 해다. 3세에 시를 지은 정약용, 4세에 가수로 데뷔한 마이클 잭슨, 5세에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가 된 달라이 라마, 7세에 무대에 오른 베토벤, 8세에 사서삼경을 익혔다는 황진이, 10세에 과학실험실을 만든 에디슨의 천재성을 넘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20세에 LPGA에 입문한 박세리, 21세에 ‘애플컴퓨터’를 설립한 스티브 잡스, 23세에 ‘파우스트’를 쓰기 시작한 괴테, 25세에 각본, 감독, 주연을 도맡아 영화를 만든 찰리 채플린, 28세에 고막의 원리를 알아내 전화기를 만든 그래험 벨의 영특함은 우리들에게서도 얼마든지 캐낼 수 있다.
새로운 일을 벌이는 데 주저하는 40대 이후에게, 43세에 영어공부를 시작한 김대중 대통령과 58세에 CF주인공으로 당당하게 등장한 ‘만년 조역’ 탤런트 전원주씨는 용기를 준다. 환갑인 60세가 넘으면 그 동안 하던 일에서 손을 놓는 게 통례로 돼 있다. 그러나 16년의 꾸준한 연구 끝에 64세에 ‘동의보감’을 완결한 허준, 65세에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드 다빈치, 67세에 ‘한중록 2편’을 쓴 혜경궁 홍씨는 굳이 ‘통설’을 따를 필요가 없음을 말해준다.
나이를 잊고 사는 삶이 아름다운 이유는 시간의 구속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데 있다. 조지 부시 시니어는 72세에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고, 한국의 박희선 옹은 82세에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등정에 성공했다. 중국지도자 등소평은 92세까지 브리지 게임을 즐겨 두뇌활동을 지속시켰고, 이원삼 옹은 94세에 기능대회 시계수리부문에서 우승해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본보기가 됐다.
올해엔 뭔가 하자. 실패할 것이 겁나 도전을 피하지 말자. 변화에 무작정 거부반응을 보이지 말고 불편함과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응전하자. 우리 모두 저마다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한해가 되도록 하자.
박 봉 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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