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편집국 부국장>
1월은 역시 약속의 달이다. 너도 나도, 이 단체도 저 단체도, 많은 약속을 하고 더 많은 다짐을 한다. 올해 1월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미주한인 이민사의 관점에서 볼 때 지나간 100년을 닫고 새로운 100년을 여는 해의 첫달이니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베이지역 한인 기관·단체들도 새해를 맞아 많은 것을 약속하고 많은 것을 다짐했다. 늘 그렇듯이 그 약속과 다짐들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이 죄다 반듯하고 가지런하다.
지난 5일 오전 샌프란시스코 한인회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지역 한인회 신년하례식에서 유근배 회장은 한인사회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인재들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약속하고 한인사회와 타인종 타민족 커뮤니티와의 교류활성화를 다짐했다. 한인회가 당초 출범 취지와 달리 해를 거듭할수록 ‘성공한 중장년층의 사교모임’이나 조금 심하게 말하면 ‘노인회로 가는 징검다리 단체’쯤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둥, 한인사회 역시 안에서만 아웅다웅할 뿐 그 울타리만 벗어나면 별로 하는 게 없는 ‘우물안 개구리 커뮤니티’라는 둥, 듣기에 민망한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터에 나온 유 회장의 약속과 다짐은 시의적절한 것이었다.
민주평통 상항지역 협의회 김우정 회장도 이날 신년하례식 인사말과 사흘뒤 고문·자문위원·회장단 연석회의를 통해 거듭 야심에 찬 약속들을 내놓았다. 그중 단연 귀에 띄는 대목은 여론조사 공약이었다. 오는 3월 중 평통 자문위원과 한인들 약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평통 협의회에 대한 인식과 평통 자문위원 인선을 둘러싼 잡음 등에 의견을 직접 묻겠다는 게 골자다. 평통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인식이 있음을 모르지 않을 김 회장이 그렇게 껄끄러운 문제를 그렇게 화끈한 방식으로 공론화하기로 결심하고 공표한 것은 매우 용기있는 결단이 아닐 수 없다. 김 회장은 또 한국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을 두고 ‘김정일 배불리기’니 ‘무작정 퍼주기’니 정당한 시시비비와 부당한 딴죽이 뒤섞인 채 논란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 음악회(7월)와 골프대회(9월) 등을 개최해 수익금을 전액 북한 어린이돕기 기금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천명하는 등 소신있는 공약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샌프란시스코 한인 상공회의소 유대진 회장은 장년기에 접어든 SF상의를 실질적인 비즈니스 도우미로 도약시키기 위해 경기도 충청북도 전라북도 등 본국의 몇 개 광역 지자체와 공조아래 올해 대대적인 무역박람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또 북가주 해외한인 무역협회 김효완 회장은 오사카 무역협회와 실질적인 교류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등 대외활동의 보폭을 넓히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북가주 한상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공유와 협조체제의 기틀을 마련한다는 청사진을 펼쳐보이고 있다. 독자건물이 없어 남의 건물에서 이 눈치 저 눈치 봐가며 더부살이를 해온 산호세 한미봉사회(회장 심영임)는 대대적인 모금캠페인 등 홀로서기를 위한 의욕넘치는 플랜을 가다듬고 있다. 뿐만 아니다. 지면사정상 여기서 미처 거론하지 못한 다른 단체들도 앞다퉈 장밋빛 약속과 결기어린 다짐을 토해내고 있다. .
그러나 약속만으로 배부를 수는 없다. 문제는 실천이다. 실천없는 약속은 흰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약속을 지키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다 안됐다면 혹 모르되 실천방안에 대한 별다른 고심도 없이 1월이 되면 습관적으로 무슨 약속을 하고 12월이 되면 또다시 습관적으로 반성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그것은 기만이요 우롱이다. 더욱이 어느 단체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내건 약속은 개인 대 개인, 혹은 개인 스스로 하는 약속보다 훨씬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것은 굳이 뒤적일 필요조차 없다.
새해 첫달도 벌써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는 100년 뒤풀이다 오는 100년 카운트다운이다 해서 부산하게 발품을 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그렇게 뭉턱뭉턱 흘러가고 있다. 이제 약속의 실천에 나서야 할 때다. 해다마 정초가 되면 쏟아지는 약속들에 혹시나 기대하고 연말이 되면 역시나 하고 실망하는 관행은 끝나야 한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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