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기 야구 해설가 하일성씨. 2002년 1월 방송 녹화도중 갑자기 쓰러졌다. 심근경색이었다. 생사를 자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차례에 걸쳐 가슴을 가르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걸쭉한 입담에 매일 소주 서 너 병, 담배는 3갑씩을 피우며 건강을 과시하던 그가 쓰러졌다는 소식에 사람들은 크게 놀랐고, 지인들은 앞을 다퉈 병원으로 달려갔다. 담배 때문이었다. 수술에서 깨어난 하씨. 담배 그거 정말 독약이더라. 그런데 그게 얼마나 독한 놈인지, 죽을똥 살똥 하는 상황에서도 딸내미하고 그 놈 생각만 나더라. 담배 꼭 끊어라. 그런데 담배 가진 것 좀 있냐. 물론 그는 지금 비흡연자가 됐다.
해가 바뀔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결심하지만 대부분은 작심삼일에 그치고 만다. 폐암과 만성 폐쇄성 폐질환, 만성 기관지염, 천식, 후두암, 심장병, 피부노화, 정력감퇴, 불임….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질병과 관련이 있는 흡연.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걸 모르는 흡연자는 거의 없는데, 그토록 몸에 나쁜 담배를 끊는 게 왜 그리 힘들까.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새는 날 피 속에 웃는 모습 다시 한번 보고 싶다.(이은상 시조 <고지가 바로 저긴데>중) 갑신년 새해. ‘담배와의 전쟁’. 다시 시작이다.
샌디에고에 있는 가주 금연상담소의 카운셀러 신희씨(25)는 혼자서 담배를 끊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금연에 도전했다 실패한 분들이라면 특히 전문 금연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사실상 한인들이 참가할 수 있는 전문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다. 교회 등을 중심으로 한 3박4일간의 집중 프로그램이나 사회단체가 간헐적으로 실시하는 것들이 있긴 하지만, 함께 모여 있는 기간에는 성공했다가도 대책 없이 일상생활로 복귀한 뒤에는 다시 흡연자로 돌아가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 정부 지원을 받는 비영리단체로, 무료 금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가주 금연상담소 한국어 라인의 높은 금연 성공률은 눈길을 끈다.
전화상담을 통해 개개인에 맞는 체계적인 금연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인 통화를 통해 숙제를 내듯, 때론 살살 달래듯, 결국은 물고 늘어져 금연으로 이끄는데, 담배를 끊고 싶다고 전화한 사람 10명 중 5명은 비흡연자가 됐다. 현재 신씨를 포함 4명의 한인 카운셀러가 상담을 하고 있는데, 모두 전문 교육과 시험을 거쳐 스모킹 카운셀링 자격증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들려주는 금연 성공을 위한 4단계 지침의 첫 걸음은 왜 담배를 끊으려고 하는지, 확실한 이유와 더불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막연히 건강을 위해서라고 답한 사람 보다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서 발기부전 때문에 등 구체적인 이유를 세운 사람의 성공률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이유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써서 붙여놓고 자주 읽어보는 것도 마음의 각오를 다지는 한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심적 준비를 끝낸 뒤에는 흡연 욕구 상황에 대한 치밀한 대처방안을 세워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혹은 식후, 커피를 마시거나 술을 마실 때, 화장실에 갈 때, 잠자기 전 등 자신이 어떤 상황에서 주로 담배를 피우는지, 흡연을 하게 만드는 상황은 무엇인지를 파악한다. 금연 노력에 암초가 될 수 있는 위기 상황 4가지를 적고, 담배 대신 집중할 수 있는 대체 행동들을 준비해둔다.
세 번째 단계는 금연 시작 날짜를 정하는 것이다. 내일 당장 금연하겠다고 충동적으로 정하기보다는 니코틴 내성을 줄이고 금단현상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라도 2∼3주 동안 담배 개비수를 조금씩 줄여나가다 끊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금연일에는 담배 관련 모든 물건을 치워버리고 단번에 그 자리에서 끊어야 한다. 담배를 끊고 3일간이 가장 힘든데, 바로 전문 상담가나 주변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때다. 뾰족한 수는 없다. 그저 힘든 경우가 언제인지를 얘기하며, 유혹을 이겨낼 아이디어를 서로 짜내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금단증상이 심한 사람은 니코틴 패치 등 금연 보조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피울 수도 있고, 안 피울 수도 있는데 안피운다가 아니라 어떤 경우든 나는 비흡연자라는 셀프 이미지를 갖는 것이다. 매일 매일 흡연욕구를 억제하려고 애쓰는 건 심신을 몹시 고단하게 할 수밖에 없다. 또 다시 담배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금연을 생활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를 비롯해 6개 국어로 무료 금연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주 금연 상담소(California Smokers’ Helpline)의 상담 전화번호는 1-800-NO-BUTTS(662-8887)이며 한국어 라인은 1-800-556-5564이다.
금연을 방해하는 상황 대처법
◎ 담배가 너무나 피고 싶다
담배를 피우든, 피우지 않든 흡연 충동은 3∼5분이면 사라져버린다. 코를 통해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넷을 셀 때까지 참았다가 입을 통해 천천히 내쉬는 심호흡을 열 번 정도 반복한다. 냉수를 마셔도 좋다. 무설탕 껌, 건포도, 해바라기씨 등 군것질 거리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것도 한 방법이다.
◎ 금단 증상 이렇게 힘들어서야…
불안, 짜증, 우울, 집중력 저하, 두통, 변비, 갈증, 피곤, 불면증, 기침, 맥박 수 감소, 목이 아프다…. 금단 증상은 3일 이내가 제일 심하고 이후 차차 줄어 대부분은 1주나 2주안에 사라진다. 금단 증상 이겨내는 법으론, 갈증이나 목, 잇몸, 혀 등에 통증이 오면 얼음물 혹은 과일주스를 한 모금 마시거나 껌을 씹는다. 두통 때는 따뜻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한다. 불면증이 오면 오후 6시 이후에는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 홍차 음료수 등은 마시지 않는다. 변비가 오면 생야채, 과일 등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먹고 매일 6∼8잔의 물을 마신다. 공복감 때는 물을 마시거나 칼로리가 낮은 음료를 마신다. 긴장, 신경과민이 오면 산책을 하거나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한다. 획기적인 방법은 없다. 각 증상에 대처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바로 최선책일 수 있다.
◎ 피할 수 없는 술자리 어떻게 하나
술은 금연의 최대 적이다. 흡연 욕구를 완전히 조절할 수 있을 때까지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좋다. 피치 못하게 술을 마시는 자리에 가야 한다면, 담배를 끊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가능하면 담배 피지 않는 사람과 마신다.
◎ 어휴 열받아, 상황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금연이고 뭐고 아무런 생각이 없어졌을 때. 그래도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일시적으로나마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신복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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