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빠지고 엎어지며 헉헉거리며 뛰어오다 보니 또 한해가 저물어가고 새해가 코앞이군요. 매년 되풀이되는 말이지만 “이랬을 걸 저랬을 걸”하며 후회 많은 한해가 거의 지나가고 “이래야지 저래야지”하는 새해가 주밍 업 되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희들 같이 가난한 흑인 또는 히스패닉들이 많이 몰려 사는 다운타운 저소득층 지역에서 영세소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파란 불로 돌아섰다는 미국 정부의 경제지표가 하나도 실감나지 않을 뿐더러 새벽이 오기전의 어둠처럼 더더욱 암담하기만 한 실정이라고 봅니다.
도매상에서 만난 어떤 이는 27년 한자리에서 장사한 이래 이번 12월 같이 장사 형편없기는 처음이라고 하였고 창피하지만 저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한두 사람의 일이 아니고 대부분의 한인들이 당면한 문제라는 것입니다. 정부 발표로는 실업률이 6~7%라고 한다지만 실지 저소득층의 실업률은 그 몇 배가 되는 것 같고, 그나마 직업이 있는 고객들은 점점 약아져서 우리 영세상인들이 도매상에서 사오는 구입가격보다 훨씬 더 싸게 파는 월마트 같은 대형 체인스토어의 파격세일만 찾아다니고, 특히 대목을 맞아 선물용 등 큰돈을 쓰는 경우 그 경향은 더 심한 상태이니 우리 같은 작은 가게, 눈을 벌겋게 뜨고 도둑이나 감시하는 가게에 누가 오고 싶겠습니까?
지금 우리 한인들은 밀려들어오는 중국인, 중동인, 인도인 등의 덤핑 공격과 점점 심해지는 각종 정부규제, 다운타운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오는 공룡 같은 내이션와이드 체인스토어의 엄청난 파워 앞에 그야말로 하늘만 쳐다보는 천수답같이 대책 없이 가게를 그냥 지키고만 있는 실정이라고 봅니다.
이제 우리 한인들도 정신 바짝 차리고 허리띠 졸라매고 전의를 불태워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뉴욕 브로드웨이 같은 곳엔 수십명이 대형 자본을 형성해 상가 빌딩부터 사서 밀고 들어오는 중국인, 기본적인 마진율 같은 개념이 없이 무조건 덤핑 공세로 밀고 들어오는 인도, 중동 사람들에게 거의 상권을 빼앗긴 상태라고 합니다. 우리 한인들이 어떻게 일구어낸 한인 상권입니까? 이제 우리도 처음 이민 와서 악착같이 일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저들이 힘을 모아 대형 비즈니스를 차려 효과적으로 운영해 문어발처럼 뻗어나가는 것도 배우고, 저들이 24시간 오픈하며 가게 2층에서 살림을 살면서 최대한 경비를 줄인다면 그렇게 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 세상은 어떤 면에선 정글이며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데는 예외가 없다고 봅니다. 먹느냐 먹히느냐 둘 중의 하나입니다. 한인 다수가 모여서 하는 ‘계’가 이젠 합법적인 신용조합 같은 형태로 발전하고 더 나아가 수십명이 몇만불씩 투자해서 몇백만불 짜리 대형 비즈니스로 발전해야지 개미들이 각개전투 방식으로는 우리 한인 상권의 전체적 합친 힘이 아무리 크다한들 그들과의 각개전투 국지전에서 그들의 뭉친 힘에 당할 재간이 없습니다.
유대인들은 흑인 폭동이래 제 2선에 물러났지만 그들은 도매업, 제조업, 임대업, 은행업 등의 대형사업을 하면서 오히려 더 커져 버렸고, 그들이 오늘의 우리들처럼 다운타운 구멍가게 하면서 키우고 가르친 그들의 2세, 3세들이 미국의 언론, 정치, 경제, 외교, 학계 등 모든 면에 고루 퍼져 사실상 미국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우리들도 이들에게서 배우고 중국 화교들한테서 배우고, 심지어 중동인 인도인들한테서도 그들의 장점을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중국인들은 대문간채 보단 사랑채가 더 크고, 사랑채 보단 안채가 더 크다고 합니다. 또한 그들의 매장이나 가게 쇼룸 보단 뒤의 창고가 훨씬 더 크다고 합니다. 유대인들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또 독일 나치 정권의 600만 유대인 학살사건, 미국의 흑인 폭동 재난을 겪으면서 어떻게 세계 각지의 토착민, 기존세력들을 다루고 그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한편 그들 자신의 세력을 키우는데 대해 많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과시형, 과잉홍보식, 가분수식 생활방식에서 중국인들의 실속형, 미국인들의 실용주의, 유대인들의 적응친화기법을 배워야 한다고 봅니다.
한가지 다행한 것은 우리들의 1.5세, 2세들도 이젠 미국 고등교육을 받고 많은 수가 미국 주류사회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쪼록 새해엔 한인이 한인 상인 밀집지역에 대형할인점을 차려 소상인을 잡아먹는 식, 한인 도매상이 한인상가 밀집지역에 대형 소매상을 차려 이제까지의 자기 고객들을 잡아먹는 일은 피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미국은 넓고 할 것은 많지 않을까요.
고 김용기 장로님의 가나안 농군학교 교가 가사 중 “일하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일하세, 총진군 총단결...우리 개척해...”가 생각이 납니다. 새해 우리의 삶의 자세가 그러했으면 합니다. 또 새해엔 하느님의 은총이 모든 미주한인 여러분 머리 머리 위에 가득가득 내리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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