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돌아가는 물리가 트인 도인들은 ‘태양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며 인간사는 법이 다 거기서 그 자리라고 말하지만 21세기 정보화 시대를 사는 우리 보통 사람들은 나날이 도입되는 신개념과 변해 가는 트렌드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될 지경이다.
저물어 가는 한해를 보내며 내년에는 무엇이 또 달라질 것인지 ‘앙트프러너’지를 빌어 2004년의 마켓 동향과 소비자 트렌드를 종합 분석해 봤다. 사업이란 ‘고잉 업’이 아니면 ‘고잉 아웃’이니 만큼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경향도 모르고 가만히 있다가는 나도 모르게 도태되고 말지도 모르니 다음 사항을 참조해 보자.
미 센서스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25년 후면 소수계가 다수계가 된다. 이런 경향을 읽지 못하면 소비자의 변하는 마음을 따라잡을 수 없다. 멀타이컬처리즘. 다문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벌써 젊은층을 상대로 하는 시장에는 이런 물결이 도도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프리칸 아메리칸, 히스패닉, 게이, 레즈비언 등 예전에는 주변에서 맴돌던 소수들이 이젠 자신들의 존재도 인정해 달라며 무대 중심으로 확연히 나오고 있다.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가치는 잠깐 배제하고 이들의 영향력은 시장에서만은 당당한 트렌드와 변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다문화의 영향은 에스티 로더 화장품사가 리야 키베드를 대표 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것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남미의 음식 맛이 미전국 식탁의 소스 맛을 변경시키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미국은 럭서리, 고급화 경향으로 가고 있다. 이제는 남들처럼 충분히 먹을 만큼 먹고 입을 만큼 입을 수 있으니 남보다 차별화 대접을 받고 싶다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값이 다소 비싸도 고메 초컬릿이 잘 팔리고 패스트푸드도 맛이 없으면 안 팔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술의 발달로 빨리 만든다고 해서 맛을 희생하면 돈을 낼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여행, 미용, 오락업계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극장도 안내원이 보통의자보다는 조금 더 넓고 푹신한 가죽의자로 된 지성석에 안내하는 극장이 곧 등장할 것이다. 영화 보기 전 극장 라운지에 설치된 바에서 한잔하면서 한담도 즐기는 스타 기질의 소비자가 늘어나는 한 마켓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이론은 세월이 좀 지난 아직까지도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세련된 소비자들은 탄수화물 많은 칩 대신 당근과 샐러리 혹은 그 대용품을 스낵으로 즐기고 이런 상품을 여전히 좋아한다. 그리고 허브, 향료, 오일과 소스도 여전히 인기품목이다. 색다른 맛을 내는 간단한 법이 있으면 히트 칠 수 있다.
다음은 문자 그대로 ‘핫 마켓’이 어딘지 짚어보자.
■ 중년여성 상대 시장
40∼50대 중년여성의 화두는 노화방지와 폐경이다. 미국 여성의 평균 폐경기는 51세. 75%의 여성이 폐경기에 이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증상을 호소하며 30% 가량은 약 처방을 원한다. 이들을 상당해 주는 웹사이트는 한 주에 200만명이 출입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카운슬링, 생화학적 연구, 운동, 스파, 요가, 금연교실, 가벼운 담요에서부터 스터프 토이까지의 제품 등 폐경기에 가까운 여성들을 도와주는 시장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85달러씩 하는 스킨크림도 매년 매상이 느는 것을 보면 젊고 건강하게 보이고 싶은 이들의 욕구를 사업에 연결시켜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은 집단소송이 있으므로 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자료를 가지고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 과체중
미국 성인의 64%가 비만이거나 과체중이고 어린이의 15%가 또한 이에 속한다. 캘리포니아, 뉴욕, 텍사스 중에서는 이미 정크푸드를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제외시켰고 몇몇 다른 주에서는 헬스클럽 멤버십 비용을 면세대상으로 해주자는 안까지 상정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전국이 ‘살과의 전쟁’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여세로 이들 과체중자를 위한 의류, 신발, 가구, 의료기구 제조업은 성업중이다.
■ 남성 치장
남성들이 물과 비누만을 사용하던 시대는 벌써 지났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제는 얼굴에 모를 듯이 화장을 하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하는 남성도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뉴욕에서 21∼48세 남성 510명을 대상으로 여기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더니 49%가 잘못된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남성들의 스타일리시 해지고 싶은 욕구를 슬쩍 맞춰주면서 사업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한인타운의 남성 화장품과 스파용품이 뜨는 것도 이런 경향의 하나라고 짚을 수 있겠다.
■ 히스패닉
뜨거운 것보다 더 뜨거워 쩔쩔 끓고 있다. 미 전국에는 남한 인구와 맞먹는 3,880만명의 히스패닉이 살고 있다. 거대한 군단이다. 특히 10대와 미처 10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트윈(tweens) 그룹 시장은 역동적이다. 제니퍼 로페즈가 우상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 히스패닉 그룹의 연간 구매력은 6,330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이들은 브랜드 네임을 미국인 평균 소비자보다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영어권의 2세 3세도 브랜드 네임에 관한 한 부모세대가 추천하는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 베이비 부머
1946∼1964년에 태어난 8,000만명의 베이비 부머들은 요즘 만감이 교차한다. 자녀들은 대학재학중이고 원하지 않는 잔주름은 늘어가고 물만 먹어도 파운드가 늘어간다. 일부는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도 관리해야 하지만 일부는 증권시장에서 날려버린 은퇴자금으로 고민중이다. 이들에게 자신감을 되돌려주고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묘수가 있다면 이들은 기꺼이 주머니를 연다. 재정기획 전문가, 스파, 피트니스, 편안한 의상, 고급 주택이나 모터홈, 손이 덜 타는 애완동물, 클래식 자동차 등이 이들이 선호하는 것들이다.
이들은 세련되고 잘 만들어진 물건을 좋아한다. 여기까지 와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유보하지 않겠다는 생각들이다.
<정석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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