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열기, 다운타운 침체, 잇단 은행장 사퇴 등 다사다난했던 한인경제계의 2003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업종에 따라 큰 폭의 희비가 엇갈렸지만 한인경제는 외형으로 볼 때 이제 미 주류사회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올 한해 한인경제계에 일어났던 경제뉴스를 시리즈로 짚어본다.
풀러톤에 거주하는 김모(46)씨는 로토에 당첨되지도 않았지만 자동차 2대를 사실상 거저 얻었다.
오른 집 값의 에쿼티로 재융자를 얻어 자동차 2대를 현금으로 구입했지만 모기지 페이먼트는 예전과 같다. 김씨는 주위 아는 사람들이 대다수 이같은 캐시아웃 방식으로 적게는 몇만 달러, 많게는 10만 달러 이상 돈을 꺼내 집을 리모델링하거나 휴가, 자동차 구입, 빚을 갚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렌데일에 거주하는 정모(45)씨는 6년전 19만달러에 구입했던 타운하우스를 지난6월 꼭 두배인 38만달러에 매각한 후 곧바로 라크라센터의 60만 달러 주택을 구입했다.
정씨 역시 오른 집 값의 에쿼티로 다운페이먼트를 해 모기지 페이먼트는 예전과 거의 비숫한 수준이다. 정씨는 언제 돈을 벌어 이같은 집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겠느냐며 당시 타운하우스를 구입했던 것이 이민와서 제일 똑똑한 결심이었다고 말했다.
올해의 가주 경제는 부동산이 먹여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년째 지속돼온 부동산 호황으로 5-6년전이나 그 이전에 주택을 구입했던 주택 소유주들은 자신들의 재산이 갑절이상으로 뛰는 즐거움을 만끽했다.
이같은 부동산 호황의 뒤안길에는 그러나 오른 집값을 감당하지못해 평생 집을 구입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중산층도 늘어났다. 집 값이 워낙 빨리 상승, 집을 팔고 바로 사지않을 경우 다시 집을 구입하지 못하는 기현상도 생기고 있다.
올해 남가주 주택시장은 낮은 모기지 금리에 힘입어 두자리수의 가격 상승을 기록하면서 부동산 호황이 시작된 96년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가주부동산협회(CAR)에 따르면 올해(지난10월 기준) 가주 주택 중간가는 38만1,200달러를 기록, 작년(2002년10월)같은 기간에 비해 17.4%나 증가했다. 매매된 주택수도 63만6,690채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57만9,240채에 비해 9.9% 증가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 공급이 충분했다면 더 많은 집이 팔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라크라센타, 풀러톤, 글렌데일 등 한인들이 선호하는 LA와 오렌지카운티 지역에서는 집이 매물로 나오자마자 경쟁이 붙어 리스팅 가격보다 웃돈을 주고 구입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에이전트는 에이전트마다 리스팅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많은 집들은 리스팅에 나오지도 않고 팔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올해는 또 한인타운에서 6,70만달러대를 호가하는 고급 콘도가 본격적으로 매물로 나오기 시작한 한해였다. 이들 콘도는 완공도 되기전 분양이 끝나는 등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했다. 아파트 렌트도 무섭게 폭등, 박봉의 서민들에게 힘겨운 한해였다.
제조업과 소매업, 닷컴 기업이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데 비해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누린데는 40년이래 최저의 모기지 금리가 주 요인이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다는 바닥권의 모기지 금리가 오르기전에 집을 사자는 대중심리가 퍼지면서 집 구입과 재융자 시장이 폭증했으며 이같은 가외 자금이 가주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는 진단이다.
지난6월과 7월중 모기지 금리가 요동을 친 것도 오히려 관망세에 있던 소비자들을 주택구입시장으로 끌어들인 요인이었다.
그러나 현 부동산 호황이 브레이크가 터져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자동차와 같다는 지적을 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건은 모기지 금리로 전문가들은 앞으로 모기지 금리가 현 5.5%∼6%대에서 2%만 올라도 주택 시장의 냉각이 본격적으로 불어닥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몇 년째 집값이 소득 증가율을 훨씬 상회하면서 소득의 반 이상을 주택 관련 비용에 쏟아붓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경제가 위축되면 차압과 파산이 폭증할 것이란 예상이다. 가주에서 중간주택가를 구입할 수 있는 세대는 전체의 25%에 불과, 전국 평균 57%의 과반수에도 못미친다. 전문가들은 가주 부동산 시장이 기로에 서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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