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고두(叩頭).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 제목이다. 보수파들은 경악했다. LA타임스 해설기사의 서두다. 뭐가 어떻다는 이야기인가.
부시 대통령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총리와의 회담에서 대만 독립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손을 높이 들어주었다. 이에 대한 비판이고 반응이다.
부시의 발언은 실수다. 대만에 대한 전쟁불사 위협을 비난하지 않은 것은 독재자에게 상을 준 격이다. 윌리엄 크리스톨, 로버트 케이건 등의 발언이다. 이들이 누군가. 신보수파로 불리는 논객들이다. 어째 그런데 이런 일이 이런 수 있을까. 신보수파가 부시를 공격하다니.
미묘한 시기에 미묘한 일이 터졌다. 이라크사태는 꼬여만 간다. 북한 핵 문제는 답보상태다. 곧 대선 시즌이고. 이런 상황에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독립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나선 것이다.
북경이 즉각적 반응을 보였다. 북경 올림픽 보이콧 상황도 개의치 않겠다. 경제가 주저앉아도 그만이다. 대만 독립을 막기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한다는 거다. 대만해협이 다시 긴장에 싸였다. 별의별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총리의 미국 방문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제적 수퍼 파워로 발 돋음하고 있다. 아니다. 인권탄압 국가에 폐쇄적 체제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종전의 대만정책, 중국정책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이 와중에 열린 게 백악관 회담이다. 하나의 중국정책을 재확인했다. 거기까지는 오케이다. 부시는 그런데 대만 독립 움직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현했다.
보수파는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은 원자바오의 미국행이 큰 성공을 거두었다며 희희낙락한 표정이고. 그러면 이게 전부 다 인가.
닉슨만이 중국에 갈 수 있다. 보수파인 부시만이 대만을 비난 할 수 있다. LA타임스의 지적이다. 무슨 뜻인가. 뭔가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영어 단어로 두 글자다. ‘North Korea’다.
대만 문제에 대해 중국에 양보를 하는 대신(혹은 양보를 하는 척하는 대신)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뭔가를 얻어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벌써 모종의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보도도 나온다.
어떤 거래가 이루어 졌을까. 미국의 목표는 북한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것이 아니라 입증할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하는 것이다. 부시의 발언이다.
그 발언의 행간을 통해 추측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렇지만 한국에게 그리 유리한 상황은 아닐지 모른다. 가상적 상황이지만 미국과 일본 동맹축과 중국이라는 양대 축이 북핵 위기와 대만 문제를 둘러싼 힘 겨루기에 돌입하면 한반도가 최대 피해국이 된다는 건 뻔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양측은 적당한 선에서 각자의 몫을 챙기며 끝낼 수도 있어서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보다 관심을 끄는 건 중국을 보는 미국의 시각이다. 그리고 그 시각의 전달 방식이다.
대통령은 화한 얼굴을 하고 있다. 쓴 소리의 대역은 언론이, 학계가 맞는다. 신보수주의 논객들이 불만을 터뜨린다. 언론이 더든다. 동시에 중국에 대한 민주주의 최우선 원칙을 새삼 전달한다. 대통령의 입장표명은 전략의 수정에 불과 할 수 있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 뭔가, 정치의, 외교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워싱턴 포스트 사설도 그렇다. 재선을 위해 독립이라는 민감한 카드를 꺼낸 첸수이볜을 비난한다. 그렇지만 선거에 의해 선출된 민주국가 지도자라는 데에 더 무게를 둔다. 그리고 어떤 경우든 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는 사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우파 논객들의 지적은 더 직설적이다. 외교라는 건 정치시스템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마지막으로 남은 세계 최대 독재국가 중국으로부터 기대 할 게 무엇이냐는 투다. 공산주의와 중화주의가 오버랩 된 체제로 이들은 중국의 얼굴을 파악하고 있다. 북 핵 문제를 특히 그런 시각에서 본다.
외국 영사관에 뛰어든 탈북자 가족. 가족이 울부짖는 가운데 아버지를 마구 끌어낸다. 이런 중국 공안의 모습이 바로 중국외교의 현주소라는 이야기다.
탈북자, 더 낳아가서 북한주민의 인권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북한 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오직 관심사는 한반도에서의 영향력 증대이다. 궁극적으로 가치관이 다르다는 거다.
그 중국이 어떤 거래에 나섰을까. 원자바오의 워싱턴 방문을 맞아 새삼 던져 보는 질문이다.
옥 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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