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PD 사극인생 43년만에 첫 실패…팬들에게 죄송
▲ 김재형 PD
사극 인생 43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정말 참담하다..
SBS ‘왕의 여자’의 김재형(67) PD는 시청률 부진으로 조기 종영설에 시달리고 있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김 PD는 9일 SBS측과 일단 40회까지 간 뒤 시청률 추이를 보고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연장 가능성을 열어두기는 했지만, 내 생애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던 ‘사극 대가’의 자존심은 형편없이 구겨진 셈이다. 그러나 그는 그 동안의 마음 고생과 향후 계획을 털어놓으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_조기 종영 얘기가 오가지 않았나.
한 달 전쯤 내가 먼저 SBS에 조기 종영 의사를 밝혔다. 광고 수익이 절대적인 상업방송의 현실을 생각할 때 광고가 떨어져 나가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SBS측은 ‘좀더 두고 보자’고 했다. 오늘 오후 일단 40회 이상 가보기로 합의했다(김PD는 앞서 이날 오후 인터뷰에서는 30~32회로 드라마가 종영된다고 밝혔다가 몇 시간 후 정정했다). 현재 7~8%대인 시청률이 두 자릿수로 오르면 연장도 가능하다고 들었다. SBS가 이미 큰 손실을 입었지만 시청자와의 약속을 다소나마 지키기 위해 고심어린 결단을 내린 것이다.
_실패 요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여러 가지다. 경쟁 드라마(MBC ‘대장금’)보다 한 발 늦게 시작했고, 기획에도 다소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정통사극을 고집해 온 놈이다. 일본 NHK도 수십년 간 정통사극을 하고 있고 나 자신도 감각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조선왕조실록과 박종화 선생의 소설이라는 탄탄한 원작이 있고, 윤정건 작가도 사학을 전공한 분이어서 자신이 있었는데…. 어쨌든 프로그램의 중심은 연출자 아닌가. 다 내 탓이로소이다.
_사극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들을 기용한 것도 문제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개똥이 박선영, 광해 지성, 임해 김유석 등 모든 연기자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었다. 시청자들도 그들의 연기는 인정해줬다. 초반에 대형 배우를 섭외하기도 했지만, 대형 배우의 이름값에 의존하고 싶지 않았다. 후회 안 한다.
_연기자들이 조기 종영할 경우 출연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데.
그렇지 않다. 7일 연기자들에게 조기 종영 가능성을 비쳤을 때 누구도 흥분하거나 하지 않았다. 연기자들 모두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제도 강추위 속에서 새벽 2시까지 촬영을 했는데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다만 연기자들을 섭외하면서 ‘내 생애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_원래 80부작이었는데 40회 안에 이야기를 끝낼 수 있나.
물론 무리가 있다. 원작에 충실하되 곁가지 이야기를 과감히 쳐내고 광해군과 임해군, 개똥이와 인목대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최대한 압축해 빠르게 전개할 계획이다. 보다 풍부한 역사 이야기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정말 면목이 없다. 사실 인목대비가 할아버지 같은 선조에게 시집온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슬슬 재미가 붙을 시점에 조기 종영을 검토해야 하는 내 심정이 어떻겠는가. 비록 시청률은 낮지만 일단 보신 분들 입에서는 재미없다는 소리 안 나온다. 거기에 희망을 걸고 있다.
_어쨌든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 아닌가.
나는 컴맹이지만 스태프 도움으로 인터넷에 들어가봤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분들의 꾸중과 격려 덕분이다. 당초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유구무언(有口無言)이다.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
_다음 작품은.
연개소문이다. 3년 전부터 구상해온 것으로 유현종씨의 대하소설 ‘대제국 고구려’ 판권을 확보해 두었다. 조선왕조는 거의 다 훑었고, KBS에서 고려사를 하고 있으니 나는 고구려사를 한 번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연개소문은 5,000년 우리 역사에서 ‘강한 조국’ ‘자주 조국’을 가장 강하게 외치고 실현하려 노력한 인물이다. 더구나 요즘 중국과 고구려의 관계를 놓고 학계에서도 논란이 많은 걸로 안다. 고구려사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쳐 드라마 사전 제작?모범을 보일 작품을 내놓고 싶다.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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