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정치가 또다시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8.2%를 기록했다.
이는 1개월전 발표됐던 잠정치 7.2%는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상해온 7.6-7.7%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로써 3.4분기 성장률은 지난 84년 1.4분기 이후 근 20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3.4분기까지 1년간의 성장률은 3.5%에 달해 3년만에 가장 높았다.
3.4분기 성장률이 5%선으로 추정되는 미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이미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던 한달 전의 잠정치에 비해서도 1%포인트나 더 높아진 것은 기업 재고량 추정치가 달라진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상무부는 한달 전 3.4분기 기업재고가 358억달러나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번에 발표된 통계에서 재고 감소치는 141억달러로 축소 조정됐다.
재고량은 산정 당시보다 한두 분기 앞의 경기를 반영하는 성격이 더욱 짙다. 재고량 감소는 산정 당시 GDP 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기업들이 부족한 재고를 채워넣기 위해 생산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3.4분기 재고 감소가 잠정치보다 축소됐다는 것은 4.4분기 이후 경제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점이 부분적인 원인이 돼 뉴욕증시는 표면적으로 아주 고무적인 경제성장률 통계가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열띤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고량 집계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의 추이는 잠정 집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재고변동을 제외한 최종 소매판매 역시 3.4분기에 8%나 증가해 25년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결국 미 정부의 감세 정책과 저금리로 인해 주머니가 두둑해진 소비자들이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을 왕성하게 사들인 점이 3.4분기 성장에 가장 큰 힘이 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뒷받침된다. 3.4분기 소비지출은 6.4% 증가해 6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를 비롯한 내구성 소비재에 대한 지출은 무려 26.5%나 늘어났다. 이밖에 사상 최저수준의 금리가 유지되면서 주택 신축과 구입도 활발해져 주거용 투자는 22.7% 증가했다.
종합하면 3.4분기에 실현된 8.2% 성장 가운데 5.6%포인트는 소비자들의 지출과 투자에 의한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부문이 전적으로 침체됐던 것은 아니다.
기업들은 3.4분기에 고정투자를 14% 늘렸고 특히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는 18.4%나 증액됐다. 3.4분기 성장률 가운데 기업투자가 기여한 몫은 1.5%포인트에 달한다.
반면에 2.4분기까지 몇분기간 경제성장에 큰 몫을 차지했던 방위비 등 정부 지출은 3.4분기 성장에 이렇다하게 기여하지 못했다. 2.4분기에 8.5%에 달했던 정부지출 증가율은 1.3%로 급락했다. 특히 연방정부 지출은 2.4분기 25.4% 증가에서 0.4% 감소로 돌아서 3년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했고 방위비 지출도 45.8% 증가에서 1.4% 감소로 반전됐다.
또 하나의 고무적인 현상은 기업 수익의 개선이다. 3.4분기 기업들의 생산이윤은 전분기에 비해 11.8%, 1년 전에 비해서는 30%나 증가했고 연간의 세전과 세후 이익도 각각 16.4%와 13.6%가 늘어났다.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은 아직도 미지근한 수준인 투자와 고용의 획기적 증대로 이어져 감세와 저금리 등 진작책이 없이도 가능한 `자력 성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이코노미닷컴의 하시브 아메드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이익은 자본지출과 고용의 핵심요소라고 지적했다.
마침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도 자체 산정한 11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년여만에 최고치인 91.7을 기록했다고 발표해 경제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를 의미하는 `현재상황지수’는 지난달의 67.0에서 80.1로 크게 개선돼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경기회복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미래상황지수’ 역시 91.5에서 99.4로 개선돼 현재보다 미래에 소비자들이 더욱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반영했다.
그러나 7-8%대의 고성장이 앞으로 몇분기 이내에 다시 찾아오리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내년도 성장률은 4-5%대다. 이 정도의 성장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내의 잠재 성장률과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라일 그램리 전(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이사는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이제 미국 경제가 4%대의 지속가능한 성장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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