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귀여운 여인(Pretty Woman)’에서 에드워드(리처드 기어)가 비비안(줄리아 로버츠)을 전세 비행기에 태워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 데려가며 했던 대사가 떠오른다. 오페라란 처음 보는 순간 좋아지면 평생 열렬한 애호가가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아하려 애써도 헛된 노력으로 그치고 만다고.
처음 오페라를 대한 순간은 언제였으며 그때의 경험은 어떠했는지 떠올려 보자. 물론 오페라 아리아가 더 고상하고 뽕짝이 더 열등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로부터 시작된 ‘오페라’라는 예술 장르가 세월의 강을 뛰어넘어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같은 크기의 감동을 전해줄 수 있다는 사실은 마법과도 같다.
오페라의 아버지로 불리는 몬테베르디의 신화적 작품, 카스트라토의 화려한 목소리를 만끽할 수 있는 바로크 오페라, 합창과 발레가 결합된 프랑스의 그랜드 오페라, 이태리의 오페라 세리아와 오페라 부파, 그 종류가 무엇이 됐든 오페라라는 최상의 공연 예술은 우리들 가슴 속 감춰둔 열정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하다.
어린 시절 어린이 합창단으로 오페라 공연 무대에 섰던 기억을 갖고 있는 김창규(37, 자영업)씨는 예술에 대한 심미안을 뜨게 해주었던 어머니의 유난스러운 치맛바람에 대해 평생을 두고도 갚지 못할 만큼의 감사한 마음을 안고 있다.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 가운데 부모님의 손을 잡고 파리 라틴 광장에 나온 어린이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달라고 조르는 대목의 어린이 합창곡을 불렀던 그는 남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친해지기 힘들다는 오페라를 평생 즐길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았다. LA 오페라 단의 공연이 있는 날 어린이 합창단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코러스를 들을 때면 김창규 씨처럼 평생 오페라를 즐기며 살게 될 그들의 미래가 못내 부러워진다.
LA 오페라에서 올해 세 번째로 마련하고 있는 어린이 오페라 캠프(Children’s Opera Camp)는 미래의 르네 플레밍과 플라시도 도밍고를 길러내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로 꿈나무들이 오페라와 운명적인 해후를 갖게 되는 행사다. 지난 9월말부터 10주간에 걸쳐 열리고 있는 오페라 캠프에서 어린이들은 실제 공연을 준비하며 오페라의 놀라운 세계를 배우고 경험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갖고 있다.
“재미있고 아주 색다른 경험이어요.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게 됐고 무엇보다 제가 직접 무대에 설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떨려 와요.” 오페라 캠프에 참가해 목소리를 다듬고 있는 애쉴리 탐슨(12)양이 양 볼에 홍조를 띠며 얘기한다. 지난 해 LA 오페라에서 무대에 올렸던 ‘마술 피리’를 아빠와 함께 보기도 했다는 그녀는 어쩜 미래에 세계적 프리마돈나로 다시 태어날 지도 모르는 일.
캠프에 참가한 9-16세의 어린이들은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같은 장소에 모여 LA 오페라단의 강사들과 더불어 노래 부르기와 무대 위에서의 동작, 무대 디자인을 함께 연구했다. 2달 반가량의 준비 과정을 거친 그들은 10주 째가 되는 내달 5일과 7일, 이제껏 준비한 작품을 직접 무대에 올리게 된다.
올해의 LA 오페라단의 오페라 캠프 접수는 이미 마감됐지만 남가주의 오페라 컴퍼니들은 어린이들이 오페라의 멋진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또한 여러 어린이 합창단들은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는 오페라 공연에 초대를 받기도 해 아주 특별한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오페라의 세계를 접하게 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소개한다.
♠올해‘오페라 캠프’에서 준비한 ‘브룬디바르(Brundibar)’
올해 오페라 캠프에서 어린이들이 함께 준비한 작품은 브룬디바르(Brundibar)’. 체코슬로바키아의 작곡가 한스 크라사(Hans Krasa)와 아돌프 홀플마이스터(Ardolf Holfmeister)가 1938년에 함께 작곡한 어린이용 오페라로 공연 시간은 35분 내외다.
1939년 나치스가 체코슬로바키아를 점령하자 집회의 자유를 빼앗긴 유대인 공동체들은 개인 집이나 기관에 숨어들어 문화 행사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지하 시절에 나온 작품이 바로 ‘브룬디바르’.
이 오페라는 병든 어머니를 위해 우유를 사려는 착한 남매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욕심 많고 사악한 브룬디바르(체코 어로 ‘벌’을 의미)에 의해 납치되지만 남매를 불쌍히 여기는 고양이와 새, 강아지들은 마을의 어린이들과 힘을 합해 이 남매를 구해낸다. 다시 친구를 찾아낸 어린이와 동물 친구들은 마을 광장에서 아름다운 자장가를 함께 부른다.
♠공연 안내
공연은 12월 5일(금) 정오와 오후 7시 두 차례 마일스 기념 극장 (주소, 1130 Lincoln Bl. Santa Monica)에서, 그리고 12월7일(일) 관용의 박물관(Museum of Tolerance, 주소 9786 West Pico Blvd. Los Angeles, CA 90035. 전화, 310-553-8403)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이번 공연과 앞으로의 오페라 캠프 프로그램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Los Angeles Opera’s Education and Community Programs Department (213) 972-7252 또는 샌타모니카 칼리지 매디슨 프로젝트 분과 (310) 434-3431로 연락하면 된다.
♠어린이 합창단이나 오페라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다양한 공연 기회와 함께 잠자고 있던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갖게 된다. 자녀들의 잠재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부모들의 몫이 아닐까.
▲오페라 퍼시픽(Opera Pacific)의 오페라 캠프: 오페라 퍼시픽에서는 매년 여름 3주간에 걸쳐 6-17세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오페라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발성과 연기, 무브먼트 연습을 함께 하고 그 해 무대에 올리는 작품을 함께 리허설 한다. 문의, (714) 830-6365, Nina Yip. 1막짜리 어린이 오페라 ‘Little Red Riding Hood’를 함께 공연하는 교육용 프로그램도 있다. 담당 Barbara Halsford (714) 556-2122 교환 310. Sneak Preview 시리즈는 공연 바로 전날 마지막 드레스 리허설로 자녀들에게 오페라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의 (714) 830-6344. www.operapacific.org
▲The California Boys’ Choir: 주빈 메타가 이끌기도 했던 이 합창단은 할리웃 보울, Los Angeles Master Chorale, New York City Opera, LA Opera와 카르멘, 토스카, 라보엠 등여러 차례 공연을 가진 바 있고 UCLA로이스 홀에서는 벤자민 브리튼의 오페라를 공연하기도 했다. 음악 이론, 시창, 호흡법, 연기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트레이닝 코스를 마치면 콰이어와 함께 공연 다닐 자격이 주어진다. 매년 9월과 2월에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10주간의 여름 트레이닝 프로그램에서는 오페라 캠프와 같은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www.boychoirs.org
▲Los Angeles Children’s Choir(LACC): LA 카운티에 거주하는 180여 명의 8-16세 어린이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 일주일에 두 차례 만나 리허설을 갖고 있는 이 합창단은 오페라는 물론 체임버 뮤직 콘서트 등 다양한 음악회에 참여하고 있다. 전화 (626)793-4231 또는 (626) 354-3298.
▲San Fernando Valley Youth Choir: 8-19세의 어린이로 구성된 합창단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화 (818) 895-7071
▲Sherman Oaks Community Children’s Choir: 노래와 공연에 관심이 있는 4-14세의 어린이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지난 25년간 Dorthy Chandler Pavillion Christmas Show와 1984년 올림픽 대회 등 특별 이벤트는 물론 영화, 광고, 마이클 잭슨과 바브라 스트라이젠드의 뮤직 비디오 등에도 출연해 왔다. 전화 (818) 981-5154.
▲South Bay Childrens Choir: 120명의 어린이들이 매주 토요일 오전 엘 카미노 칼리지에 모여 노래 연습과 함께 음악 이론, 무용, 합창 등 다양한 경험을 함께 한다. 전화 (310) 641-0649.
▲Casa Italiana Opera Company: 올해로 창립 32년째 접어드는 소규모 오페라 컴퍼니로 매년 3월, 6월, 9월, 11월에 정기 공연을 마련하고 있다. 오는 12월 7일에는 오페라, ‘Hansel & Gretel’을 공연할 예정이다. 어린이 합창단의 참가를 기다리고 있다. 전화 Mario Leonetti at (818) 559-8696. www.casaitaliana.org
▲오페라 캘리포니아 선교 오페라 단: 그간 오페라와 뮤지컬 공연을 통해 한인 2세에게 한국문화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타민족과의 교류를 다져왔던 단체로 현재는 내년 아프리카 선교 공연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전화 (323) 936-2567.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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