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고 한인회의 전면 개혁을 부르짖은 김남길 후보가 장양섭 후보를 누르고 27대 한인회장에 당선돼 내년 1월부터 시작될 한인회의 변모될 모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선거 개표결과 김남길 후보 923표, 장양섭 후보 806표로 117표의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됐으며 무효는 10여표에 불과해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당선 소감에서 공약대로 한인 모두가 참여하고 공유하는 새 한인회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하고 장 후보측의 선전과 선관위의 수고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장 후보는 당선을 축하한다며 김 후보와 악수를 교환하고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 선거에서 한인회비를 납부한 등록 유권자는 4,250여명이었으나 투표자는 무효 11표와 선거인 명부 누락자 특별 투표 20표 등을 포함해 총 1,760여명이 참여 50%미만의 투표율을 보였다. 지난 1997년 19년만의 경선으로 화제를 모았던 조광세씨와 정병애씨의 대결에서는 등록 유권자 1,312명에 831명이 참여, 63%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조 후보가 570표로 정 후보의 243표보다 두배 이상의 득표를 했다.
이번 선거는 여러 면에서 많은 기록과 교훈을 남겼다.
우선 커뮤니티 사상 유례 없이 뜨겁게 치러진 선거이었을 뿐 아니라 유권자, 종사자 등 2,000여명 이상의 한인이 참여한 커뮤니티 사상 최대 인원이 동원된 선거로 자리 매김되는 등 한인 커뮤니티 역사에 기리 남을 만한 큰 행사였다.
그러나 한인회비 납부자의 선거인 명부 누락자가 적지 않게 발생 이날 내내 부정선거 시비의 잡음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한때 투표 중단의 위기의 고비도 있었다.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오후 5시40분쯤 긴급회의를 연후 임시 투표함을 설치키로 결정한 후 누락자를 따로 투표하게 했으나 이들 대부분이 김 후보측 지지자여서 역시 당락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김 후보측은 100여명 정도가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거가 ‘한인 대화합의 축제’라는 그럴듯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작용이 표출된 것은 ‘한인회비 납부자에 한해 투표권 허용’이라는 규정 때문. 이와 관련 김 당선자는 정관개정 공청회를 걸쳐 이번 선거에 드러난 미비점과 기타 불합리한 정관을 대폭 개정,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유권자층은 젊은 1.5~2세부터 90대 노인까지 다양한 분포를 보였다. 특히 지팡이를 짚거나 거동이 불편한 한인들이 가족의 부축을 받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장면이 종종 눈에 띄었으며 SD 경찰국의 잭 리 경관, TV 채널-10 앵커 리앤 김씨 등 주류사회 진출 한인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첫 투표자는 2시간10분 전부터 와서 기다린 조종섭(74)씨였으며 92세의 박명옥 할머니가 최고령 유권자로 알려지고 있다.
투표장소인 한인회관 안팎의 모습은 사뭇 대조적이었다. 투표장 내부에서는 등록자 누락으로 격렬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반면 건물 입구에서는 양 후보 지지측이 서로 떡을 나누며 평화롭게 입장객에게 미소를 짖는 등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번 선거의 최대 공로자는 어수선한 투표장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안내부터 개표까지 동요 없이 묵묵히 일을 매끄럽게 처리해준 한인 자원봉사 대학생들. 특히 거의 자정 가까이 진행된 논쟁과 개표작업에도 불평 없이 맡은 바 임무를 신속하게 처리해 마지막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번 선거를 보는 시각은 양극을 달리고 있다. 경선 후유증으로 타운의 분열을 우려하는 측과 잡음은 있었지만 선거 때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타운이 발전하는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불가피한 성장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한 해법은 체육회 때 청·백군으로 나눠 싸우다가 경기가 끝나면 모두 하나가 되듯이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패자로서 깨끗하게 물러난 장 후보의 선거전 본보와 한 인터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최갑식·문종철기자〉
김남길 당선자의 ‘새 한인회’의 큰 윤곽은 이미 선거전 공약으로 대충 그 모습을 드러냈다. 김 당선자는 지난 8년간 전직 한인회장단이 운영해온 방식을 전면 재검토, 전혀 다른 모습의 한인회가 탄생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으며 그 동력은 커뮤니티 전체에서 공개 모집될 새 이사진 등 신선한 인적 구성과 한인회에 참신한 아이디어·조언을 할 실질적인 조직의 가동이다. 김 당선자로부터 27대 한인회 운영에 대한 전체적인 구상을 들어봤다.
-3대 역점 사업은.
▲한인 커뮤니티에 실질적인 이득과 단합의 계기를 제공해 줄 ‘장터’와 청년 봉사단체 조직, 그리고 노인화합과 복지다.
-회장단과 이사진의 인선 원칙은.
▲이사진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안면을 통한 청탁은 불허하며 공개 선정 방침으로 각 단체와 교회에 서한을 보내 커뮤니티 발전에 필요한 인재의 추천을 받을 계획이다. 일부 임원은 이번 선거에 함께 밤을 새워 헌신한 ‘공신’들을 영입할 예정이다.
-한인회 인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인수위원회를 구성, 한인회의 모든 재산과 내부사정을 확실히 파악한 후 깨끗하게 인수받겠다. 이세중씨를 위원장으로 이묘순, 백헌명, 조성호, 최기선씨를 선임했다.
-당선자 주변에 강성 이미지가 있는 사람이 많다는 우려가 있는데.
▲합리적인 주장에 목소리가 크다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 모두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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