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강물처럼 흘렀던 때가 바로 어제인데
테크 주에 대한 열광·수익 무시·무모함
베어형 전략가들 예전과 똑같다 경고
인간은 어찌할 수 없는 망각의 동물인가. 다우존스 평균 주가지수가 1만을 처음 도달한지 4년이 지난 지금 투자자들은 다시 그때와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당시로 한번 되돌아가 보자. 연일 오르는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고는 누구도 생각지 않았으며 기업의 수익이 주가를 결정하는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수익을 문제삼지 않았다. 또 모든 테크 기업들이 조만간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뻥튀기 성장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다우지수가 다시 1만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피가 강물처럼 흘렀던 살육의 3년이 지난 지가 바로 어제인데 올해 들어 주가는 다시 1만선을 공략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의 주식시장 대가인 스티브 갈브레이스는 한 세대에 한 번 경험해도 무시무시한 일을 투자자들은 4년만에 반복하고 있다고 최근의 투자 행태를 걱정한다.
버블이 형성될 때와 똑같은 광기가 시장에 팽배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경제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거나 기업의 수익이 성장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니다. 기업과 경제는 빠르게 회복을 하고 있다. 너무나 많은 투자자들이 바로 얼마전의 일을 잊어버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현 주식시장에 대해 이렇게 경고했다.
▶테크놀러지 주식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시스코(CISCO)가 올해 54%나 오른 것도 과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IPO들인 코비스(Corvis)나 젬플러스(Gemplus) 같은 주들이 각각 91%, 88%나 수직 상승했다.
S&P500 주식 중 가장 우수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 바로 테크주들이다. 평균 59%나 올해 중에 올랐다. 테크 부문은 이전 12개월 동안 수익이 5%나 줄어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테크 주식의 수익이나 비 테크 주식의 수익이나 같은 수익인데 왜 테크 주식의 수익은 주식시장에서 세배의 가치를 쳐주는지는 불가사의한 의문이다.
▶또 하나 지난 참혹했던 과거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수익이 없는 기업에 대한 한없이 후한 평가다. 뉴욕 증시나 나스닥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OTC 불리틴 보드에서 거래되는 주식물량이 뉴욕 증시의 거래량을 넘었다. 거품이 부글부글 끓었던 19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손실을 보고 있는 기업이 이익을 내고 있는 경쟁 기업보다 오히려 주가 실적은 더 좋은 기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평균해서 보면 이익 내는 기업이 26% 올랐는데 반해 손실을 내고 있는 유사 기업은 65%의 주식 투자 이익을 내고 있다.
아무리 주가가 장래 수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거품이라 부르지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96년 이후 이익을 한푼도 내지 못하고 있는 JDS 유니페이즈의 주가는 올해 54%가 올랐다.
▶투자자의 대담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나쁜 징조다.
시카고 옵션 거래소의 시장 유동성 지수(VIX)를 보면 일반 투자자들은 지난 5년 중 어느 때 보다 두려움이 없다. VIX는 최근 16에 머물러 있는데 랠리가 시작됐던 2002년 10월50에서 크게 낮아져 있다. 투자자들이 이렇게 두려움이 없이 과감하게 투자를 했던 적은 2000년 8월 이후 처음이다.
또 마진 대출이 올해 16%나 는 것도 같은 점을 보여준다.
▶거품이 뭉개 구름처럼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이런 주식 시장 상황에서 그러면 어떤 행보를 취해야 할 것인가. 엄청난 투기성 자금이 테크와 페니 주식에 쏟아질 때에 진정한 투자자들은 믿을 수 있는 대형주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부채도 없고 배당금도 좋고 이익도 많이 내고 지난 10년간 두 자리 숫자의 성장을 꾸준히 실현시키고 있는 기업들이 지금 자신의 역사적 PE(이익대비 주가) 비율에서 22%나 디스카운트돼서 거래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정유회사인 코노코 필립스(Conoco Phillips)나 제약 자이언트 파이저사(Pfizer) 들이다.
메릴린치의 리처드 번스타인을 비롯한 다수의 베어형 전략가들도 이런 주식들은 지금도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본다.
지금 계속 테크주를 산다면 머지않아 자신의 포트폴리오에는 블루칩이 없다고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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