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을 끼고 있는 LA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영화나 TV 미니 시리즈 촬영이 있게 마련이다. 적게는 수십명에서부터 많게는 수천명에 이르는 영화 출연진과 스태프들의 식사를 해결해 주는 케이터링 비즈니스는 연간 수백만달러가 오가는 큰 사업이다. 샤도네 와인을 넣은 닭고기, 기름 넣지 않은 야채요리, 계란 흰자만 사용한 달걀요리 등 까다로운 요리만 주문하는 스타에서부터 질보다는 양을 찾는 엑스트라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입맛을 맞춰주고 목돈을 거머쥐는 영화 촬영장의 케이터링 비즈니스를 살펴본다.
지난 5년 동안 LA 영화 촬영장을 따라다니며 아침과 저녁을 서브하는 케이터링 트럭 비즈니스는 40%가 증가, 139개 업체에 이르고 있다. 같은 기간에 영화 촬영 날은 40%가 줄어들었다. 영화산업이 캐나다를 비롯한 외국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LA 지역에서 영화를 찍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촬영장 케이터링 비즈니스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꿀이 있는 곳에 개미가 모이는 이치와 같다. 촬영장 케이터링 비즈니스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 케이터링 업자들은 한 사람당 하루에 14∼17달러를 부과한다. 대부분 하루 아침과 점심 두끼이다. 영화나 연속극 제작진들은 배우와 스태프들의 시간 허비를 방지하기 위해 식사시간에 바깥에 나가서 먹는 것보다 촬영장 내에 아예 케이터링 업자를 진주시킨다.
200명이 일하는 촬영장에서 하루 한 사람당 15달러를 받는 케이터링 업자의 예를 들어보자. 하루 수입이 3,000달러이고 촬영은 한번 시작했다면 보통 3달은 걸리므로 한 촬영당 27만달러짜리 비즈니스다. 물론 일부 저녁까지 제공해야 한다면 수입은 더 늘어난다. 만약 한 케이터링 업자가 LA 주변에서 촬영되는 여러 장소에 트럭을 배치한다면 연 수입은 수백만달러를 오간다.
로버트 램킨은 할리웃 주변의 여러 케이터링 업체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1998년 ‘셰프 로버트’라는 촬영장 케이터링 사업을 시작했다. 트럭 5대로 영화 촬영지 2곳, TV 연속극 촬영지 3곳에서 케이터링을 하고 있는데 올해 수입은 250만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경쟁이 만만치는 않다. 영화 제작진들의 입맛이 나날이 까다로워져 갖가지 진수성찬으로 부페 테이블을 차려야 한다.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주종 요리 외에 파스타 바, 오믈렛 바에 스무디 바는 기본이다. 디저트와 애피타이저는 대갓집 파티처럼 화려하고 눈길을 끄는 것이어야 하며 영화 감독이 갑자기 구운 옥수수를 자기만의 구미에 맞는 특별 소스에 찍어먹고 싶다고 하면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즉각 대령해야 한다.
영화 촬영지가 루이지애나 늪지대로 옮겨가거나 사우스다코타의 먼지 날리는 평원으로 옮겨가기라도 하면 같이 따라가던지 아니면 문을 닫아야 한다. 사막 한가운데서 700명의 식사를 만들어 내기도 해야 하며 식품 재료 구하기 힘든 곳에서도 음식은 계속 제공돼야 한다.
새벽 5시30분부터 하루 16시간을 일해야 하는 데도 식당 주방장이나 요리학교 졸업생들이 이 분야로 꾸역꾸역 모여드는 것은 요리사들에게도 뭉칫돈이 굴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대부분 식당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은 긴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연봉 4만∼5만달러에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햇 트릭’이라는 케이터링 트럭사업을 하고 있는 폴 쿠즈미치에 따르면 자신이 고용하고 있는 주방장 보조가 연 8만달러에 주방장은 연간 10개월만 일하고 11만달러를 챙긴다. 그나마 이들의 봉급을 케이터링 업자가 지불하는 것도 아니다. 영화사에서 노조봉급 수준으로 지급하는 것이 관례이다. 스타에 따라서는 특정 요리사 음식만 원하기도 하기 때문에 영화사에서는 거물급 스타를 ‘모시기 위해’ 손맛 좋은 조리사에겐 프리미엄까지 얹어주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돈이 몰리는 사업이기 때문에 촬영장 케이터링 비즈니스 따내기 경쟁은 만만치 않다. 이 분야 인사이더들에 따르면 케이터링 업자들이 영화 제작사측에 킥백을 건네기도 하고 감독의 생일파티나 추수감사절 파티 케이터링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게다가 대형 오븐과 그릴, 냉장고를 갖춘 케이터링용 트럭은 대당 25만달러를 호가하니 트럭 5대 장만하려면 100만달러는 족히 필요하다. 그런 대도 색다른 전체요리나 후식을 화려하게 차려내면 금방 동종 업체에서 나타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가는 등 일거리 따내기 경쟁은 날로 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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