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돈 이야기다. 무슨 게이트니, 3홍 비리니 하던 말이 엊그제다. 그런데 또 다시 온통 돈 이야기이다. 재 신임을 묻겠다. 측근의 비리에 눈이 캄캄해졌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던진 발언이다. 이후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게 ‘억’ ‘억’거리는 돈 이야기다.
벗을 예정이다. 벗는다. 벗었다. 누구라고. 아무개다. 유명하다는 그 여배우. 또 벗는다. 이번에는 누구라고. 있잖아, 그 연예인…. 다른 한 끝에서는 벗는 이야기뿐이다. 어쩌자고 여자들은 이 와중에 한사코 벗고, 또 벗을까.
돈이 발언하면 다른 모든 것이 침묵한다. 누가 한 말이던가. 이 경우 그 돈이라는 게 하여튼 떳떳한 돈은 분명히 아니다.
재 신임 발언에 기세 등등하던 야당이다. 그런데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이런 야당의 처지에 내심 쾌재를 부르던 여당이다. 이들도 그런데 전전긍긍이다. 얼굴이 시뻘개져 뜻 모를 소리를 하면서.
돈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돈 이야기가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몰라서다. 바람이 미친 듯 방향 없이 불고 있는 탓이다.
그래도 가릴 것은 가리면서 하는 게 돈 이야기였다. ‘햇볕’이니, 민주니, 개혁이니 어쩌니 하면서. 그런 최소한의 겉치장도 훌렁 벗어 던졌다. 이제는 그 시뻘건 몸체를 드러냈다. 그리고 마구 떠든다. 뭐랄까.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할까.
그 결과가 묘하다. 정치권에 이상한 침묵만 나돈다. 그리고 나서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각오의 다짐이다. 정치를 개혁한다는. ‘돈이 말하면 다른 건 입을 다문다’-. 맞기는 맞는 말 같다. 재 신임 정국이 바로 이런 모양새니까.
인류 타락 이후 가장 하나님을 닮은 피조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돈이다. 한 설교자의 자문자답이다. 돈의 위력이, 매몬(Mammon)의 파워가 맹위를 떨치는 세상이라는 이야기다. 일가족이 집단자살을 한다. 인신매매가 기승이다. 인간의 위엄이, 권위가 마구 짓밟힌다. 모두 돈 때문이다.
부패지수는 날로 높아간다. 한국의 부패순위가 작년에 40위를 하더니, 50위를 마크했다는 거다. 대한민국은 뇌물공화국이다. 아니 ‘전적 부패 공화국’(ROTC·Republic of Total Corruption)이다. 별 이야기가 다 들린다.
이로 보면 돈이 말을 한지는 이미 오래다. 그런데 웬 동시다발적인 까발리기 식 돈타령인가. 석학이라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자. 그 단초가 혹시 찾아지지 않을까 싶어서다.
집권하자마자 권력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부패다. 정치, 사회집단의 급격한 유동성에서 부패는 자라난다. 새뮤얼 헌팅턴의 말이다. 알 듯 말 듯하다고. 현장의 경험자, 한 때 노 대통령 캠프의 일원이었던 유 아무개의 말에 대입해 보자. 현실감이 살아난다.
대선 이후 12월에는 (노 후보) 참모들이 이성을 잃은 듯했다. 여기 저기서 돈벼락이 떨어지니 정신을 차릴 수 있었겠느냐. 당시 이참에 못 먹으면 안될 것처럼 달려들더라…
신참 그룹이 권력의 맛과 위세를 확인하며 정치권에 편입되는 과정부터 부패는 시작된다는 말이다. 이미 이 때 불지르기 식 정치자금 까발리기 사태는 잉태돼 있던 게 아닐까.
돈이 발언하면 모든 것이 입을 다문다. 그 다음은 어떻게 이어지더라. 원칙이 무너진다고 했던가. 염치라는 건 아예 사라지고. 그래서 그 사회를 도덕적 불감증에 물들게 한다고 했지 아마.
왜 여자들은 벗고 또 벗을까. 또 다른 화두도 어느 정도 풀려진다. 돈이 말하면 염치가 없어지고, 사회는 도덕적 불감증에…. 왜 여배우 누드 광풍인가. 그렇다. 딱 한가지 때문이다. 돈이다.
포르노 배우도 아니다. TV 드라마에 버젓이 출연하는 연예인들이라고 한다. 이들이 공개적으로 누드를 팔아먹는다. 코흘리개 청소년들의 주머니 돈도 노리면서. 그리고 전혀 부끄러움도 없다. 아니 시대의 영웅 같은 행세에, 대접이다. 이게 과연 정상인가.
곰곰이 따지고 보면 그들만 뭐랄 수도 없다. 그들보다 더 포르노적인 사람들의 군상이 떠올라서다. 정치의 이름으로, 게다가 민주와 개혁의 이름으로 돈과 권력을 주고, 받은 사람들, 배가 불룩 튀어나온 그들의 벌거벗은 모습은 더 추하다. 더 지독한 포르노다. 해서 하는 말이다.
돈이 발언하면 어떻게 된다고. 모든 것이 입을 다문다. 도덕 불감증에 걸린다. 한 가지가 더 있는 것 같다. 벌거벗은 사회가 되고, 포르노의 사회가 된다. 돈과 권력이 믹스된 최강력 최음제에 마비된 사회 말이다.
옥 세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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