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북한 핵문제에 관한 2차 6자회담 개최에 동의했다. 우방궈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 즉 중국의 2인자와 평양 회담 후 나온 소식이다. 중국의 빠른 행보가 적중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이 얼마전 지난 80년간의 역사상 비슷한 안보보장 모델들을 토대로 작성한 초안을 앞으로 6자 회담 참여국들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나는1994년 우크라이나 비핵화를 위해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3개국이 협정한 소위 3자 비핵화 조약이 좋은 모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구 소련 해체 후 독립된 우크라이나에 남아있는 약 1천7백기의 핵무기 해제를 위해 1994년 1월 조인된 3자 우크라이나 비핵화 조약은 우선 성공했다. 반면 같은 해 10월 북한과 결의된 제네바 북-미 합의서는 부시 행정부에 들어와서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다. 아울러 3자 조약에 포함된 경제원조 보장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는 경제개혁과 개방을 통해서 유럽사회에 편입되면서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동구권의 경제지원 중단과 자연재해로 인해서 지난 10년간 인민경제가 하강선을 그려왔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비핵화 이후 유럽의 평화와 안보에 중대한 기여를 해 왔다. 반면 북한 핵문제는 오히려 악화일로에 이르렀고 아시아의 평화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있다.
그렇다면 부시 행정부와 북한이 2차 6자회담의 최대관건이 될 다자 대북안보 서면보장을 중심으로 한 협상을 위하여 우크라이나 모델에서 배울 수 있는 실용적인 원칙은 무엇인가.
첫째로 양측 최고 지도자의 협상 개입이다. 우크라이나 3자 조약을 위해서 당시 클린턴, 옐친, 크라프축 3개국 대통령은 수시로 협상의 방향과 내용에 직접 관여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2차 6자회담 개최에 동의한 중대한 변수는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 직접개입에 있다. 공산주의 사회이기 이전에 더욱 철저히 유교주의 사회인 북한과의 협상에서 나라의 어른이 직접 협상에 관여하고 있다는 인상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로 상호주의 원칙의 실현이다. 칼을 녹여서 쟁기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핵무기를 포기하는 반대급부로 경제지원을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 해제와 사찰에 상응하는 미국의 경제원조를 받았다. 북한 핵 해제의 경우에도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을 한두개의 핵무기 해체 및 사찰 과정에 관한 엄격한 합의를 이루고 핵무기의 경제적 가치에 상응하는 미국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차관 지원과 경제원조의 규모와 시기를 합의하는 것이다. 양측의 단계적인 책임 불이행시에는 거기에 상응하는 엄격한 제재가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마지막으로 다자간 서면 안보보장이다.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 후 당시 러시아의 위협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핵무기를 유지할 것을 국시로 주장하는 정치 지도자들의 영향력이 막강했던 상황이다. 핵무기 해제가 우크라이나 안보보장과 직결되어 있지 않다면 우크라이나는 어떠한 조약도 서명하기를 원치 않았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핵 비확산조약에 따라서 핵무기 비보유국이 된 것이 확실해졌을 때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영국과 프랑스도 대 우크라이나 안보보장을 서면으로 제공했다.
북한의 경우에도 북한이 핵비확산조약에(NPT) 재가입하여 핵비보유국으로서 투명하게 공개할 때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 남한과 일본이 다자간 대북 안보보장을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이 단독으로 제공하는 대북 안전보장 보다 국제적인 다자간 구속력이 있는 합의가 되는 것이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1994년 3자 우크라이나 비핵화 조약 서명 불과 2개월 후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정상회담을 갖게 되었다. 우크라이나의 비핵화와 경제개혁에 대한 응답으로 미국의 경제지원은 1994년 당시 3억 달러에서 7억 달러로 증가하였다. 국제금융기구의 대 우크라이나 경제지원으로 우크라이나는 이제 평화와 번영을 향해 달리고 있다.
강성대국을 꿈꾸고 있는 평양의 정책입안자들과 아시아의 평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워싱턴의 대북정책 결정자들이 우크라이나 모델을 최대한 실용적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한다.
전영일/ 국제전략화해연구소 소장
(ISR@Urea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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