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안젤라
참새들의 지저귐에 단잠에서 깨어난다.
뒤뜰 나무 가지 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지저귀는 새 소리는 합창을 이룬다.
모양새와 크기도 다른 저 새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한 장소로 같은 시각에 어디에서 저렇게 많은 무리가 모여드는 것일까.
아름다운 화음으로 이어지는 강약의 리듬, 그것은 새들의 지저귐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교향악을 듣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
저토록 예쁘고 간드러진 소리 중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 어쩌면 먼 외유에서 귀소한 가족들을 만나러 모여든 환영의 파티일까, 아니면 먹이를 찾아 나섰던 엄마 새가 돌아오지 않아 애타게 불러대는 통한의 외침은 아닐는지? 둘 다가 알 수 없는 새들의 세계를 우리는 헤아릴 수가 없다.
새들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나는 까치를 좋아한다.
고향집 앞 개울가 미루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그 속에서 부화된 예쁜 새끼 까치를 보게 된다.
이른 아침 깍깍 짖어대는 까치를 보고 부엌에서 밥을 짖던 어머니가 오늘은 우리 집에 반가운 손님이 오려나 보다 하신다.
많은 새들 중에 까치는 남곤 색에 흰색을 배합한 모양새도 예쁘고 성사로운 날짐승이라 하여 누구나 좋아한다.
그런가 하면 까마귀는 흉조라고 하여 부르기도 꺼리고 볼품도 없이 몸 전체가 연탄 같이 검어서 우리에게 주는 느낌마저도 불쾌감을 갖게 한다.
아침부터 까마귀가 깍깍 짖어대면 할머니는 혀를 끌끌 차며 이 동네 돌림병이 퍼지겠구나 불길한 예견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
새들은 높은 하늘을 끝없이 날을 수도 있고 가고 싶은 곳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것은 날개를 가진 새들의 특색인 것 같다.
많은 새들 중에서도 어머니가 들려주시든 뻐꾹새의 사연은 너무나 불쌍해서 눈물을 펑펑 쏟으며 울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가난한 집안에 맏며느리로 시집간 새색시는 시어머니의 고된 시집살이에 슬픈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정월 초하루가 되어 떡국을 끓여 가족 수대로 퍼놓은 것이 한 그릇이 모자란다고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들볶아대다 못해 끝내는 시집에서 내쫓아버렸다.
친정으로 쫓겨간 새색시에게 시집을 못 살고 온 너는 내 딸이 아니라고 받아주지 않아 슬픈 사연을 안고 며느리는 죽음을 택하였다.
그 여인의 억울한 영혼이 새가 되어 떡국 때문에 나는 죽었노라고 떡국 떡국 슬피 운다니, 그 사연이 불쌍해서 나는 울고 또 울었다.
그런데 오늘 따라 무겁게 갈아 앉은 회색 빛 먹구름을 타고 뒷산 어디에선가 슬프게 울어대는 저 뻐꾹새 소리는 내가 학교를 다닐 때 예쁜 동생을 잃은 가슴 저린 아픔이 떠오르고 있었다.
통신시설이 미비하던 그때 연락수단은 일주일만에 받아볼 수 있는 편지만이 안부를 알 수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빈 방안에 따뜻한 어머니의 체취가 묻은 편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제일 예뻐하는 동생이 아프다는 소식이었다.
방학 때가 되어 고향집에 내려가면 동생 경이는 내 옷자락을 잡고 어디를 가나 졸졸 따라 다니며 난 엉아(언니)가 제일 좋다며 감꽃을 따서 실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내 목에 걸어 주기도 하고 클로버 꽃으로 반지를 엮어 손가락에 끼어주며 해해 호호 웃고 재롱을 부리던 경이, 여덟 살배기 작은 손으로 청소를 한다고 앞마당을 쓸다가 흙에 박혀 있는 지푸라기 하나까지도 기어이 패내고 마는 완벽한 것이 불안할 정도라고 가끔 어머니는 말씀 하셨다.
개학이 되어 읍내로 나가는 팔 키로나 되는 시골길을 엉아의 손을 잡고 졸랑졸랑 따라 가며 재잘거리던 경이는 버스가 도착하면 나도 따라 가겠다고 앙앙 울고 있었다.
버스는 신작로 자갈길에 흙먼지를 뿌리며 어머니와 경이만을 뒤에 남겨 놓고 떠나갈 때 가물가물 손을 젓던 경이의 정겨움이 영상 같이 떠오르고 있다.
학기말 시험을 끝내고 동생을 만나러 집으로 가는 길, 먼 산 골짜기에서 울어대는 뻐꾹새 소리가 왼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대문을 밀고 들어서면 엉아하고 맨발로 뛰어 나오던 내 동생 경이는 보이지 않고 눈이 퉁퉁 부은 어머니가 네 동생 경이는 삼일 전에 멀리 떠나갔단다.
하늘이 무너지는 통한의 아픔! 경이는 너무 예쁜 내 동생이었다 어머니와 나는 경이가 누어 있는 뒷산으로 올라갔다.
젖은 흙이 마르지도 않은 산등성 외딴 곳의 묘를 부둥켜 않고 목놓아 불러 봐도 동생은 대답이 없다.
바로 밤나무 위에서 슬프게 울어대는 뻐꾹새 소리는 나를 더욱 슬프게 울려 준다.
지금 내가 사는 이 미국 땅에서도 그때 그 뻐꾹새 소리를 들으며 기억 저편에 고향집을 그려본다.
약력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
’구름 위에 철새둥지’ 출간
미주크리스천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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