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일반적으로 ‘자유의 나라’라고 불려진다. 그런데 요즘은 ‘요금의 나라’(land of fee)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움직였다 하면 요금이 따라붙는다.
기업들은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판매가격을 올리는 대신 온갖 보이지 않은 요금을 붙여 소비자의 주머니를 우려낸다. 당하고만 있다가 화가 난 소비들은 기업들을 제소, 소송비를 지불해야 하고 정책 입안자들은 서류상으로 명확히 잡히지 않는 이런 비용들 때문에 인플레이션율이나 소비자 물가지수를 실제보다 낮게 잡고 있다.
이런 과정을 무난히 빠져나간 기업들은 복잡하고 잘 보이지 않는 각종 요금을 매년 만들어내 판매가격 올리지 못하는 구멍난 비용을 메워 나가거나 나름대로의 수입을 챙기고 있다.
곳곳에 따라붙는 요금은 소비자들의 생활비가 늘어나는 주 요인이다. 더 잘입거나 더 잘먹거나 더 흥청거리며 사는 것도 아닌데 미국인들의 생활비는 매년 늘어만 간다. 그런데도 많은 소비자들이 이 숨은 복병의 정체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각종 기업들이 드러내 놓고 판매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깨알 같은 작은 글씨로 써져 있는 ‘파인 프린트’를 통해 요것 조것 ‘함정’과 예외조항을 만들어 복잡하게 요금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크레딧 카드의 연체료처럼 몇십달러가 오른 경우는 그래도 소비자들이 눈을 번쩍 뜨고 인지하기는 쉽다. 그러나 서류 한장 보내줄 때마다 부과시키는 2달러의 스테이트먼트 요금, 호텔방 청소비용 하루 2달러50센트, 배달업체에서 부과하는 몇십센트의 개스비용, 장거리 전화회사들이 새롭게 조정비라는 명목으로 부과하는 월 99센트 등은 소비자가 감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로 새나가듯이 소비자의 지갑에서 빠져나간다.
그러나 이런 푼돈이 기업측에서 보면 엄청난 수입이다. 예를 들면 전에는 무료로 해주던 호텔방 청소를 올해부터는 하루 2달러50센트씩 부과하는 호텔이 생겼다. 이로 인해 올해 호텔업계는 1억달러의 수입을 더 끌어올렸으며 온라인으로 청구서를 지불해 주는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은행업계는 20억달러의 새로운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각종 요금부과 실태를 업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안은 요금부과로 창출되는 수입.
■금융업계(은행과 크레딧 카드 발급업체. 500억달러)
각종 추가요금 부과에 금융업계를 따라올 자는 없다. 은행은 부도수표 벌금, ATM 사용료 등 각종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300억달러의 수입을 추가로 얻고 있다. 크레딧 카드 회사들은 지불기한을 최대 2주까지 줄이는가 하면 연체료를 수십달러씩 대폭 올려 연 200억달러를 더 벌어들이고 있다. 이외에 온라인 브로커리지들은 소액 투자가들에게 새롭게 요금을 부과하기도 하며 융자업계에서는 다큐멘테이션 비용, 메신저 비용 등 각종 요금을 부과함으로써 정부기관의 제재를 받고 있기도 하다.
■주정부(400억달러)
주정부들도 요금 게임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은 세금을 올리는 대신 각종 벌금, 서류 제출비, 연체료 등을 올림으로써 세수 확대를 꾀하고 있다. 뉴저지주에서는 지난 8월15일부터 운전면허를 소지하지 않고 운전하는 운전자의 벌금을 44달러에서 173달러로 인상했다. 그런가하면 알래스카주에서는 새 타이어를 끼고 운전하는 운전자에게는 타이어 한 개당 2달러50센트를 주정부에 내야 한다는 웃지 못할 요금도 있고 낚시 면허, 지문 비용 등 200여가지나 되는 각종 비용으로 주민들의 주머니를 쥐어짜는 주들이 수두룩하다.
■통신업계(330억달러)
무선, 장거리 전화, 케이블 등 현대 사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이 통신망 때문에 각 가정들은 매달 수십 내지 수백달러씩 생활비가 추가로 지출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전산망을 새로 깔려면 셋업 요금, 서비스 교체 비용, 서비스 중단 비용, 전화번호 서비스 비용, 케이블 연결비용, 장비 비용 등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수많은 요금을 지불해야 선이 하나 깔린다.
물론 서비스는 점차 좋아지고 있지만 그 서비스 비용을 소비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니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다. 올해 무선업계는 20%, 장거리 전화업계는 15%, 케이블과 위성통신 업계에서는 5%씩 요금을 인상했다.
■여행업계(호텔, 항공 170억달러)
200달러짜리 비행기 여행을 하면 공항안전 요금, 도착 요금, 연료 요금 등 100달러의 추가요금은 족히 붙는다. 요즘은 항공사에 따라서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면 음식비용도 따로 받는다. 이는 항공업계에 160억달러의 수입증가를 가져다 주고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호텔들은 운동실 사용료, 짐 운반비 또는 청소비등을 부과할 것이다. 이로 호텔업계는 10억달러의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기타 업계
타겟과 베스트 바이측은 전자제품 등 값비싼 용품을 반환하면 15%를 재스탁 비용으로 부과하고 있다. 배달업계에서는 주소를 잘못 썼거나 패킹을 잘못했으면 벌금을 부과하고 자사의 트럭, 기차를 이용해도 개스 값을 따로 부과하기도 한다.
추가 요금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요령은 다음과 같다.
1. 회사의 고객담당 부서에 전화를 해서 수퍼바이저에게 회사의 규정을 문의해 보고 불만사항을 말한다.
2. 만족할 만한 답변이 나오지 않으면 대화 내용을 기록한다. 대화 상대와 시간, 내용 등을 적어둔다. 이때 경쟁업체의 요금 규정도 설명해 준다.
3. 요금을 돌려주지 않으면 사용 서비스 회사를 바꾼다.
4.그 래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검찰에 불만을 접수시킨다. 접수된 불만이 많으면 검찰이 조사로 들어간다.
5. 소비자연합, 미대중이해 리서치 그룹 등에 참가해 집단소송이나 집단행동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6. 요금과 가격을 비교할 때는 SaveOnPhone.com, Phone-bill-alert.com, ripoffreport.com, complaints.com 등을 참고로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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