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칼럼
▶ 김명욱 <종교전문기자.목회학 박사>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소유했다고 사랑한다면 큰 오산이다. 사랑은 서로가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이다. 사랑은 책임을 택하게 하는 것이다. 사랑은 집착이 아니다. 집착은 욕심이다. 사랑은 희생이요 조건 없이 주는 것이다. 희생은 자신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조건 없음은 이유와 사족이 필요 없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사랑한다. 죽도록 사랑한다. 사랑하기에 서로 소유하기를 바란다. 소유는 다분히 육체적인 것이다. 육체를 서로 소유한다. 육체를 소유했다고 서로 사랑한다고 말한다. 소유는 물건의 개념이지 사람의 개념은 아니다. 사람을 소유했다고 사랑한다면 그 사랑은 사람을 물건으로 본 것이다.
내가 잘 아는 선배 한 사람이 있다. 이 선배는 아내가 중증 장애인이다.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 이하를 움직일 수 없다. 결혼하고 두 딸을 낳은 뒤 그 딸들이 초등학교 때 사고를 당했다. 딸들은 엄마와 함께 사고를 당한 날 세상을 떠났다. 엄마는 1년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장애인이 된 채 퇴원했다.
퇴원 후 10여 년이 지났다. 그 선배는 아내와 함께 미국에 들어와 장애인을 위한 선교회를 만들었다. 그는 아내를 도울 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도 돕고 있다. 그는 아내의 몸을 씻겨준다. 아내를 위해 밥을 짓는다. 반찬을 만든다. 먹여준다. 이 부부에게 육체적 사랑의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사랑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20년 전 미국에서 알게 된 한 친구가 있었다. 그는 대학원을 나왔다. 열심히 직장에 다니고 교회도 다녔다. 그의 아내는 미인이었다. 그런데, 아내가 바람이 났다. 그 당시 그에겐 아들과 딸, 둘이 있었다. 아내는 친구와 자식을 버린 채 남자를 따라 도망쳤다. 사람들은 사랑과 함께 도망갔다고들 말했다.
친구는 비실비실 병들어갔다. 흥미를 잃어갔다. 눈이 침침해 짐과 동시, 병을 얻어 직장도 쫓겨났다. 백수가 되었다. 딸은 학교를 중퇴했다. 청소년들과 어울려 밤에는 당구장을 누비고 다녔다. 가정이 박살났다. 지금 그 친구에게선 소식이 없다. 그 때, 이 친구와 자식을 버리고 도망간 그 여인의 선택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은 자신과 남을 함께 배려하는 데 있다. 아니, 자신은 배려하지 못해도 최소한 남의 가정은 박살내서는 안 된다. 사랑이 없는 결혼 생활은 무덤 같다고 한다. 무덤 같은 결혼생활이라 할 때, 남자나 여자는 또 다른 사랑을 갈구하게 된다. 이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사랑은 집착과 소유가 아님을 알아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평생을 사이좋게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이렇게 살아가려면 사랑이 배경 되지 않으면 힘들다. 사랑은 서로를 존경하고 존중해 주는 바탕이 된다. 육체적인 사랑도 사랑이지만 서로를 아껴주는 사랑도 사랑이다. 부부의 사랑은 젊은 시절을 지나고 나면 정신적인 사랑 쪽으로 더 승화되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정도 사랑의 일종이다. 정처럼 끊기 어려운 것도 그리 흔하지 않다. 남녀가 살다 보면 고운 정도 들지만 미운 정도 든다. 자식에게의 정도 사랑이다. 부부는 인연으로 만나지만 자식은 하늘의 연으로 만난다. 부모가 낳은 자식이라고 부모의 소유는 아니다. 낳았으면 올바른 사회인이 되게 할 책임이 부모에게는 있다. 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 곧 자식 사랑이다.
착각은 자유라 한다. 어떤 사람은 말한다. 사랑하면, 집착하는 게 본능 아니냐고. 사랑하면서 집착하지 않는다면 사람은 동물이 아니고 천사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유와 집착을 사랑이라 착각하면 곤란하다. 사랑이 아닌 성욕으로 집착한다면 말은 될 것 같다. 그러나 사랑은 성욕의 차원을 넘어가는 숭고한 면도 있음을 알아
야 한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사랑한다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함부로 행동해서도 안 된다. 책임질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희생할 수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자신의 목숨까지도 걸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소유란 물건이나 노예들에게만 사용되는 말이다. 사랑은 평등하다. 사랑은 집착이 아니다. 집착은 욕심이
다. 10여 년 동안 장애인 아내를 뒷바라지 해온 선배의 모습 속에서 참 사랑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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