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 신임을 받겠다는 발언을 한 후 이루어지고 있는 대결구도가 엉뚱해 보여서다.
’재 신임을 묻느니, 차라리 하야를 하라’-. 청와대를 향한 직격탄이다. 우리는 노 대통령의 ‘홍위병이 되어 악랄하게 전진해야 한다’-. 친노(親盧)세력의 대응 구호다.
’노사모’가 다시 가동된다. 명계남 이라는 사람이 그 선봉에 섰다. 그리고 외친다. ‘한국의 탈레반’이 다시 나서야 한다는 거다. 정권 수호를 위한 일전불사의 선언이다. 섬뜩할 정도다.
’차라리 하야를 하라’-. 그 외침은 그런데 멀리서 먼저 나왔다. 미국이다. 한국의 야당은 물론, 보수 신문도 아직까지 이 정도로 나가지는 않았다.
노 대통령이 재 신임을 묻겠다는 발언과 관련해 미국의 월 스트릿 저널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한국은 아놀드가 필요하다’ -점잖아 보이는 사설 제목이지만 사실은 물러가라는 주문이다.
워싱턴 타임스도 같은 요지의 사설을 실었다. 한국 국민이 노무현 대통령을 더 이상 지지해야 할 아무런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결론과 함께.
미국의 보수 층을 대변하는 신문들이 대뜸 하야를 제시하고 나섰다. 그러자 노사모가 홍위병 역할을 불사하며 반발한 꼴이다. 그래서 대결구도가 이상한 방향으로 잡혀가고 있다는 말이다.
오랜 습관은 잘 죽지 않는다.(Old habits die hard.) 지난 봄 노무현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과 관련된 한 미국 신문의 사설 구절로 기억된다.
사설 내용은 한마디로 의외라는 거였다. 반(反)미 시위의 격랑을 타고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노 대통령이다. 그런 그가 막상 친미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 대한 다소의 놀라움이었다.
그렇지만 한 마디 토를 달았다. 바로 이 구절이다. 과연 말대로 할지 두고 보겠다는 거였다. 말은 번드르르한 데 뭔가 미심쩍다는 표현이다.
그리고 언제부터였던가. 이번에는 이런 말이 공공연히 나돌기 시작했다. 워싱턴 당국자들은 사석에서 노무현 정권 사람들을 ‘한국의 탈레반’으로 부른다.
그리고 이번에는 노 대통령의 재 신임 발언과 관련된 논란이다. 미 언론 보도의 행간 행간에는 워싱턴의 불편한 심기가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
타임지 보도를 보자. 실정에 실정을 거듭한 결과 재 신임을 묻게 된 노 대통령의 한국내 정치적 입지를 먼저 상세히 밝혔다. 그리고는 이런 이야기를 곁들였다.
올 초 노 대통령은 미국방문에서 북한에 대한 워싱턴의 강경책을 지지한다는 약속을 했다. 돌아가서는 성난 반(反)미주의 젊은 세대를 회유하기 위한 역(逆)의 행동에 적극 나섰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파병요청을 두 달 이상 뭉그적거리면서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파병을 보류할 것이라고 암암리에 위협함으로써 동맹관계를 더 악화시켰다.
뉴욕타임스 보도도 비슷하다. 한 마디로 동맹국에게는 도저히 보일 수 없는 행동을 한국 정부가 했다는 주장이다.
설명하면 이렇다. 지난달 한·미 양국은 외무장관 회담을 가졌는데 미국이 북한의 안전보장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하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입장이 전해지자 콜린 파월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는 이야기다. 동맹국간에 그런 결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언론들이 특히 주목하는 부문은 재 신임 발언의 타이밍이다.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해야 할 시점에 나온 점을 주시한 것이다.
말하자면 재 신임 발언으로 혼란을 자초, 그 결과 북 핵 문제 해결불능의 상황을 불러오고 있다는 거다. 이라크 파병도 마찬가지다. 미필적 고의를 노린 음모가 숨어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보도들을 종합하면 한 그림이 떠오른다. 미심쩍은 시각으로 워싱턴은 노무현 정부를 주시해왔다. 반(反)미 타이드에 편승해 집권에 성공한 정권이니까. 의심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은 오히려 미국의 분노를 샀다.
왜 그런데 미국의 보수 언론은 정권퇴진까지 주장하고 나섰을까. 그 답의 힌트는 일본 언론들이 부분적으로 던져주고 있지 않을까.
국민투표까지는 정치적 불안정 상태가 이어져 북한은 지난 대선 때처럼 반미 감정을 더욱 고조시키는 작전에 나설 우려가 있다. 요미우리의 분석이다.
성조기가 불타고, 격렬한 반미구호 속에 미군은 안위조차 위협받는다. 이 와중에 남남갈등은 더욱 심화된다. 이후 한국은 어떤 상황을 맞을 것인가. 이런 상황이라도 온다는 노파심의 발로란 말인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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