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미국 국경을 넘어 졸졸 새어나오던 캐나다 약들이 지난 3년 사이에 ‘대해’를 이루자 캐나다와 미국 국경사이에 ‘약 전쟁’이 붙었다.
2000년도에 캐나다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흘러 들어온 약들은 그저 수백만달러어치에 불과했는데 3년이 지난 올해는 그 액수가 자그마치 8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00억달러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 제약업계로서는 아직 조족지혈격이지만 캐나다 약의 미국 월경은 날이 거듭할수록 늘어갈 전망이고 보면 미국 제약업계도 가격경쟁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과 연방 법무부가 캐나다 약 수입을 도와주는 중간업체를 제소하는 등 양국의 약 전쟁은 법정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오하이오주 스트롱스빌에 거주하는 메리 뮤직(80)은 콜레스테롤, 고혈압, 심장질환 약 11개를 복용하고 있다. 3개월치를 한꺼번에 캐나다에서 900달러에 주문한다. 만약 동네 약국에서 이들 약을 구입하면 3,000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처음에는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캐나다 약국에서 구입해 왔지만 이제는 캐나다의 그 약국에 전화를 걸면 우송해 준다.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약을 구하러 캐나다 국경을 넘을 때는 떳떳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우편으로 받으니 그런 마음도 사라졌다.
펜실베니아 캐노스버그에 거주하는 로이스 가즈보다(62)는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약을 구하러 토론토까지 갔다왔다. 그 곳에서 3개월치 약을 248달러에 매입했는데 미국에서 사려면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1,000달러 이상은 줘야 한다. 반값도 안되게 싸니까 무조건 캐나다에서 사게 된다.
이처럼 캐나다 국경 근처에 사는 미국인들은 대형 버스를 타고 약 매입 차 캐나다 국경을 수시로 넘고 있으며 멕시코 국경 근처에 사는 남부인들은 멕시코까지 약 구입 원정을 다니곤 한다.
미국의 의사 처방전 약값은 스위스, 영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프랑스, 이탈리아보다 각각 58%, 60%, 67%, 74%, 78%, 102%, 112%가 비싸다.
대부분 연구개발 비용과 인건비가 더 높아서이기도 하지만 비평가들에 따르면 정부가 약값을 규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은 광고비, 로비 자금을 쓰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비평가들은 제약회사들은 막대한 로비자금을 써가며 정부가 약값을 규제하지 못하도록 로비활동을 하고 있는데 피저,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 등 6개 대형 제약회사의 로비자금 80%가 공화당에 기부되고 부시 현 대통령도 2000년 선거 당시 50만달러에 달하는 기금을 제약회사로부터 받았다는 것이다.
미정부는 메디칼로 커버되는 의사 처방약품 종류를 줄임으로써 처음에는 약값 인하에 기여했으나 결국 약값은 정부의 통제 고삐가 없자 천정부지로 솟고 있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소비자들은 불법인줄 알면서도 캐나다 산이나 기타 수십개 국의 약을 수입 복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미국 제약회사의 약값 책정의 근간이 흔들리자 미식품의약국(FDA)과 연방 법무부는 최근 캐나다 약 수입을 도와주는 업체인 ‘Rx 디포’를 제소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 이미 몇몇 주에서는 주정부 직원들에게 캐나다 산 약 수입 복용을 허용하는가 하면 캐나다 제약회사가 미국에서 약국을 내는 것을 허용하는 등 연방정부와 의회에 캐나다 산 약 수입 합법화를 종용하고 있어 캐나다 약 전쟁은 연방정부와 의회, 제약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제소당한 Rx디포는연방 법무부와 FDA로부터 최근 제소 당한 ‘Rx 디포’(대표 칼 무어)는 26개 주에 85개의 스토어를 두고 있다. 1년 전에 생겼으나 프랜차이즈 모집 광고에 의하면 연간 14만1,570달러의 순수 커미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캐나다로부터 약을 직접 수입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가 의사 처방전을 가지고 오면 의료상 관계된 질문서를 작성케 하고 이를 처방전과 함께 캐나다 약국 5군데로 팩스를 보낸다. 이 약국들은 Rx 디포와 연계를 맺은 업체들이다. 캐나다의 의사가 처방전에 서명하고 약국에서 환자에게 직접 메일로 약이 우송된다.
Rx 디포의 대표 칼 무어는 1년 전 아내가 암에 걸렸을 때 미국보다 캐나다에서 약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알고는 이런 비즈니스에 착안했고 1년 사이에 85개의 프랜차이즈를 열 수 있었다.
이번 연방정부 제소건에 대해 그는 캐나다로 약을 사러 버스를 타고 건너가는 개인에게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업체만을 법망으로 문을 닫게 하려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맞서며 최종 판결까지 끌고 갈 입장이다.
또 무어의 입장을 동조하는 일부 소비자측은 FDA는 캐나다에서 수입해 오는 약들의 안전성에 대해 이 기관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이 위법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캐나다 산 약을 먹고 미국 국민의 목숨이 위독했다는 사례는 한 건도 접수되지 않은 상황이며 이는 다분히 미국 제약회사의 로비 자금을 등에 업은 정치적인 제스처라고 비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해외 반입약의 허용범위는?FDA는 미국에 수입되는 약들은 FDA의 검증과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암과 같이 생명에 치명적인 병에 걸린 환자가 필요한 약을 미국 내에서 구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 90일간 개인용도로 사용할 목적으로 반입한 약은 허용한다는 ‘개인용도 규정’이 있다. 이외에도 지난 2년간 미전국적으로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못한 노인들을 위해 컴퓨터나 팩스, 전화로 약을 주문해 주는 Rx 디포 같은 업체는 수십 개가 있었으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Rx 디포의 제소건은 연방정부로서는 취약점을 갖추고 있다. 또 인터넷의 일반화로 약 수입 또한 국경 없이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라 정부에서 미국 약값을 규제하지 않는 한 싼값에 약을 구하려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막을 수 없다는 여론도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Rx 디포의 영업을 중단시키기보다는 수입 약품 종류를 제한하는 선에서 이 사건이 마무리지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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