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이 한국에 살고 있는 친구들보다 17만5,336시간 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 우연히 깨닫게 되었다. 캘리포니아는 한국보다 16시간이 늦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 시간으로 수요일 정오는 서울시간으로 목요일 새벽 4시이다. 이와 같이 16시간 차이를 두고 살고 있는데, 시간 차이만으로는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전체적인 스토리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친구와 대화하면서 깨달았다.
강원도가 고향인 나의 친구는 미국으로 이민 온 후 처음으로 이번 여름에 고향을 방문하게 되었다. 친구는 몇 번이나 고개를 저으면서 고향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고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국 방문 이야기를 하였다. 미국에서의 조용한 그의 생활에 비하여 한국 친지들의 빠른 생활속도에 놀랐다고 하면서 많이 변한 고향 이야기를 하였다.
그의 방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친구에게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서 살고 있는 그보다 16시간을 앞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20년을 앞서 살고 있는 것이라고 제의하면서, 나는 연필과 종이를 꺼내 시간 차이를 계산하였다. 나는 친구에게 다음 방문 때에는 인천 공항에 도착하였을 때, 시계를 17만5,336시간 앞으로 돌리라라고 조언하였다. 이 숫자는 16시간의 시간 차이 플러스 그가 한국에 도착하여서 경험하게 될 ‘미래 충격’을 계산한 것이다.
친구는 그의 아내와 세 자녀를 데리고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의 첫 번째 충격은 한국 텔리비전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한다. 쓰레기와 같은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는데 놀랐다면서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말하였다.
친구와 그의 아내는 한국에서 머무는 동안 어린 자녀들이 보는 텔리비전 프로그램을 모니터 하느라 힘들었다면서, 미국에서는 감히 생각지도 못할 선정적인 언어와 영상이 가족이 함께 보는 프로그램을 장식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날마다 텔리비전에서 쏟아져 나오는 섹스, 폭력 그리고 나쁜 말에 익숙하여지고 있는 한국 아이들의 무디어져 가는 도덕적 센스를 염려하였다. 이혼, 혼외정사, 동성연애에 관한 주제가 TV 프로그램에서 공공연하게 토론되어지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고 하였다. 친구들 중에 이혼한 사람들이 있었고, 두 번 또는 세 번 결혼한 사람들도 있다면서 TV 프로그램이 일반 사람들의 생활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친구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였다.
우리들의 대화는 한국 사람들이 유행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 예를 들어 패션이 유럽에서 미국에 아직 도착하기도 전에 한국에서는 한물이 가버린다는 것, 성문화, 급변하는 대중문화 등으로 이어졌다. 친구가 한국에 가서 보고 온 ‘미래의 사진’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미국에서 한인사회가 어떻게 형성되어지고 또 한인사회가 생긴 시점이 기초가 되어 한국인의 아이덴티티가 유지되어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내가 아는 많은 한인들은 두 세계에 살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세계는 현재 2003년 미국이고, 다른 한 세계는 1980년 한국이다. 즉 17만5,320 시간의 차이를 두고 살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한인들은 한국에 살고 있는 친구들에 비하면 패션도 보수적이고, 신앙생활도 보수적이고, 성에 대한 태도도 보수적이다.
친구의 한국 방문 경험은 미래 시간으로 들어간 ‘미래 충격’이 아닐까 싶다. 한때 내게는 과거 시간으로 걸어 들어간 경험이 있다. 내가 1972년에 한국에 도착하였을 때, 1952년 미국처럼 보였다. 한국 사람들의 성에 관한 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 종교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나 보다 훨씬 보수적이었다. 어느 사이에 이처럼 상반된 변화가 생겼을까?
우리들의 대화가 이쯤 와 있을 때, 아내가 대화에 참여하였다. 한국이 모든 면에서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보다 20년을 앞서 사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아직도 식사 후에 남자들은 대화하고 설거지는 아내의 몫이다라고 말하며 아내는 우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속으로 아무리 세상이 변하지만 어떤 전통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구나하고 생각하는 순간 아내의 말에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얼른 접시를 들고 식탁에서 일어나면서 친구에게 일어나라고 눈짓을 하며 부엌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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