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주택 제한 공급은 ‘비싼 집 값’ 버팀목
먼저 팔고 집 지어 과잉 공급 미연 방지
신축 주택 재고 기록적 저하…3.5 개월분
지난 수 세대동안 주택판매는 건설업자들이 먼저 집을 짓고 그 다음 고객이 사가기를 기다리는 순서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지금은 거꾸로 이다. 먼저 고객을 찾은 다음 집을 지어주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일레인과 빌 쿠퍼 부부는 매서추세츠주 매타포이세트에 매입중인 타운하우스에 입주하기 위해 7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만약 뉴잉글랜드의 겨울이 심술을 부리면 집을 짓는데 몇 개월이 더 걸려 새 집 입주를 더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쿠퍼 부부처럼 완공 때까지 몇 개월을 기다려 집을 사는 경우는 미 전국적인 추세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4반세기 동안 발생했던 모든 부동산 시장 파열이 주택과잉 건설로 발생했던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건설업자와 금융기관들이 엄격한 주택 재고관리에 입각해서 주택을 건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미 전국 거의 모든 곳에서 매입 가능한 새 집이 많지 않은 현상이 야기되고 있다.
엄격한 재고 관리에 입각한 빡빡한 주택 공급은 건설업자뿐 아니라 바이어, 나아가 기존 주택 소유주들에게도 중대한 여파를 미치고 있다.
공급을 한정적으로 유지함으로써 미래 주택시장 파열을 완벽하게 예방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현재의 뜨거운 부동산 경기를 떠받쳐 주고 있는 버팀목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주택 경제학자들은 진단하고 있다. 매물 자체가 얄팍하기 때문에 높은 주택가치가 지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바뀐 주택건설 스타일
최근 주택건설 업체들은 과거처럼 일단 왕창 지어놓고 고객을 기다리는 투기적 건설은 지양한다. 팔리기 전에 건설을 끝내는 경우는 크게 줄어드는 추세인데 이는 중시할 만한 근본적인 변화라고 와코비아 증권회사의 산업분석가 칼 라이하르트는 지적한다.
선 판매 후 건설 스타일은 건설업자에게는 더 많은 이익을 안겨주고 주택수요 감퇴시 가격 하락의 위험을 줄인다는 점에서 주택경기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
바이어에게는 새 집을 가지려면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되며 기다릴 수 없으면 기존 주택 매입으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건설 스타일 때문에 센서스국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매물로 나온 새 주택은 40년만에 가장 적다. 현 판매율이라면 불과 3개월반 분량의 새 주택이 공급되고 있을 뿐이다.
새 주택 매물이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이란 사실은 주택 소유주들에 큰 기쁨과 위안이 될 것이다. 지난 25년간 발생했던 부동산 시장의 폭락(1980년대의 텍사스, 1990년대의 남가주 및 동북부)에는 한가지 공통된 현상이 있었다. 새로 지은 수많은 주택이 팔리지 않고 재고로 쌓이면서 주택 가격을 밑으로 끌어내렸다. 텍사스주의 부동산 시장이 파탄이 났을 당시 미 전국의 새 주택 재고는 기록적인 약 12개월분에 달했다.
새 주택 공급이 한정적으로 이뤄지면서 주택 가격이 현재 수준에서 매우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가격하락을 모면케 하는 쿠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라이하르트는 주장했다.
◆유례 없는 건설경기
8개 공개 주택건설 업체의 경우 올해 짓는 주택의 45%는 미리 팔고 지어주고 있다. 지난 1994년 선 판매는 26%. 이처럼 투기적 건설을 피함으로써 업체 수입도 늘고 건설 이자 등 경비도 줄어들어 수익성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선 판매는 바이어에게도 이익이 되고 있다. 풀터 주택건설회사의 사장 리터드 두가스는 승자는 바이어들이라고 말한다. 바이어들이 집 지을 때 이모저모 원하는 사항을 입력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먼저 주문을 받고 집을 짓기 때문에 건설업자들은 과거처럼 6개월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집을 짓자마자 세일을 끝낼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입이 귓가에 걸렸다.
주택경기가 뜨거운 남가주 샌버나디노와 리버사이드 카운티를 무대로 영업을 하는 사설 주택 건설업자 잔 영은 올해 짓는 600채 모두 선 판매될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그는 새 주택에 대한 수요가 워낙 강해 투기적 건설을 감행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지을 땅이 없어 그러지도 못한다고 아쉬워한다. 유례 없이 좋은 건설경기를 즐기고 있다는 그는 땅만 있으면 추가로 200채를 더 지어 팔 것이라고 장담한다.
◆과잉 공급은 없을 것
1990년대 주택시장이 파탄이 났을 때 과잉 건설된 물량을 소화하는데 5년 이상이 걸렸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주택시장 파열은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지 허가를 받고 건설 준비가 완료되는데 지금은 2년이 걸린다. 몇 년 전만 해도 9개월이면 됐는데 지금은 시간이 오래 걸림으로써 자연적으로 과잉 건설이 통제되고 있다.
휴스턴의 건설업체 ‘트렌드 메이커 홈스’는 신규 건설 주택의 80%가 30일 이내에 팔려나간다고 밝히며 80년대 중반 주택가치가 폭락했던 일은 앞으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택 공급과 수요가 엄밀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어바인의 부동산 컨설턴트 잔 번스도 주택 재고가 빡빡한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며 주택시장을 파탄을 초래했던 과잉공급의 시대는 갔다고 단언한다.
요즘 건설업체들은 먼저 판매한 다음 집을 짓는다. 선 판매가 확산됨에 따라 건설업체의 수익성도 좋아지고 제한 공급으로 인해 주택 가치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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