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딘’이란 10대들의 우상을 탄생시킨 영화 ‘에덴의 동쪽’과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등으로 잘 알려진 감독 엘리아 카잔이 28일 맨해튼자택에서 사망했다.
향년 94세 카잔의 법률고문인 플로리아 라스키는 그의 죽음을 알리면서 “한 천재가 우리곁을 떠났다. 그는 위인중의 한사람이었다”고 애도했다. 라스키는 카잔의 사인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노환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극계인 브로드웨이를 발판으로 영화계의 거장으로 성장한 카잔은 1909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그의 양친은 국제적인 사업을 하는 그리스인이었다.
카잔이 2살 되던해 그의 가족은 베를린으로 옮겼다. 그러나 그의 부친은 사업이 여의치 않자 새로운 기회를 찾아 먼저 미국으로 떠났고, 나중에 가족을 모두 불러들였다.
뉴욕에 정착한 카잔은 예일대에서 연극을 공부한 뒤 대학의 추천을 받아 브로드웨이로 진출했다. 연극계에서 차츰 능력을 인정받은 카잔은 조연출을 거쳐 무대 연기자로 데뷔한다. 그는 연극에서 시작한 무대경력이 영화감독으로서 배우를 다루는데 도움이 됐다고 술회했다.
카잔은 이때부터 영화에도 관심을 보여 동료들과 함께 몇편의 실험성이 강한 전위적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연출자로 승진한 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모두가 나의 아들들’ 같은 무대극을 연출한다.
단편영화와 연극을 오가면서 활동하던 카잔에게 첫 장편영화의 연출기회가 온것은 1945년에 만든 ‘브루클린에서 자라는 나무’였다. 이후 1950년대까지 20세기 폭스사는 카잔이 주옥같은 할리우드 명작을 만드는 터전이 됐다.
그가 1947년 반유대주의를 소재로 해 내놓은 세번째 장편영화인 ‘신사협정’은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 감독, 여우주연상등 4개 부문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둔다.
이후 카잔은 무대 시절 연출했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연출했으나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 작품은 말론 브랜도라는 신인 연기자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듬해인 1952년 카잔은 미국판 마녀사냥인 매카시 선풍이 불어닥치고 있는 가운데 의회 반민주활동위원회에 소환돼 자신이 1934년부터 1936년까지 공산당원이었음을 고백하고 자신이 알고 있던 당원들의 이름을 댄다.
일종의 변절을 한 셈인 그는 자신의 공산주의 경력이 과오였음을 인정하고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하는 데 협력할 것을 촉구하는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그의 경력에서 자신의 정치적 태도 변화를 정당화하려는 미묘한 변화들이 감지된다.
‘혁명아 사바타’ ‘팽팽한 줄에 매달린 사나이’ ‘워터프론트’ 등이 그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카잔은 부두 노동자와 자본계급간의 대립을 빌려 정부에 대한 범죄행위를 제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룬 ‘워터프론트’로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해 6개의 오스카상을 거머쥐면서 재기에 성공한다.
그가 1950년 이후 내놓은 제임스 딘 주연의 ‘에덴의 동쪽(1955)’을 포함해 ‘베이비 돌(1956)’ ‘군중속의 얼굴(1957)’ ‘초원의 빛(961) 등은 무려 21개의 오스카후보와 9개의 오스카 주연배우상을 따내는 성과를 올린다.
카잔은 1960년대 이후 자신의 주특기인 연극의 영화화나 사회적인 이슈들보다는 좀더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프로젝트들을 진행시키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부진에 빠지게 된다.
자작소설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민사를 영화로 만든 작품 ‘아메리카, 아메리카(1963),’ 역시 자신의 소설이 시나리오가 된 ‘어레인지먼트(1969)’와 16㎜영화인 ‘방문자(1972)’ 등은 흥행이나 비평측면에서 실패작으로 분류된다.
그는 1976년 ‘마지막 거물(The Last Tycoon)’을 끝으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멀어져 갔으나 지난 99년 아카데미 영화상 평생공로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그는 1988년 자서전인 ‘인생(a Life)’을 펴냈다. ‘행운의 반전’을 쓴 대본작가였던 그의 아들 니콜라스 카잔도 1994년 부친의 뒤를 이어 ‘드림 러버’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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