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이후 지난 2년 간만큼 미국인들 사이에 회교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이에 맞춰 회교에 관한 책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회교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회교의 칼’(the Sword of Islam)을 소개한다. <민경훈 편집위원>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회교에 대해 ‘아라비아에서 일어난 유일신을 믿는 종교’ 정도의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다. 기독교와 오랜 전쟁을 하기는 했지만 같은 뿌리에서 출발했으니 다른 종교보다는 비교적 지향하는 바도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하는 사람도 있다. 부시 대통령의 말대로 회교는 평화의 종교며 테러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극소수 과격분자들이라는 생각이 여기 포함된다.
그러나 ‘회교의 칼’의 저자인 세르게이 트리프코비츠는 이런 생각이 역사적 이해가 결여된 환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영국 사우스햄튼 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BBC 월드서비스와 US 뉴스&월드 서비스 남동부 유럽 특파원을 역임한 저자는 런던 타임스를 비롯 주요 신문 기고와 함께 BBC, CNN, MSNBC 등 방송에 자주 출연하는 중견 언론인이다.
그에 따르면 회교를 세운 무하마드는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 등 소위 4대 성인과는 달리 직접 손에 칼을 잡고 피를 흘린 인물이며 이런 회교의 호전성이 경전 코란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이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근본주의자들에게는 회교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을 죽이는 것이 죄가 아니라 ‘의무’라는 것이다.
어떤 종교든 창립자의 성격이 교리에 반영되게 마련이다. 일례로 대자대비를 근간으로 한 불교는 한국 중들의 각목 싸움에도 불구, 어떤 종교보다 사람을 덜 죽였다. 따라서 회교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하마드의 일생을 정확히 아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무하마드는 570년 메카의 주요 부족인 쿠레이시 가문의 가난한 유복자로 태어났다. 그나마 6살 때 어머니를 잃고 할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3년 후 할아버지마저 죽자 9살 된 무하마드는 낙타몰이꾼으로 채용돼 삼촌 집에서 자란다. 당시 무하마드가 살던 지역에는 많은 기독교도와 유대교도가 있었다. 회교에 두 종교와 유사점이 많은 것은 그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회교의 유일신 알라라는 이름도 유대교에서 신을 지칭하는 ‘엘’(el)과 동근이란 설이 유력하다.
그가 25살 때 에티오피아 군대가 메카로 쳐들어 온 적이 있다. 이 때 전투를 기피한 죄로 그는 동네에서 쫓겨나 양치기 목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중 15살 연상의 부자 과부 카디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낙타몰이꾼으로 취직한 무하마드는 결국 그녀와 결혼, 처음으로 안락한 삶을 맛보며 신분 상승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 생애 최대 사건은 그가 40살 되던 해인 610년 일어난다. 동굴 속에서 그가 ‘알라의 메신저’라는 천사 가브리엘의 계시를 받은 것이다. 천사가 말한 내용을 40년 후인 650년 무하마드 추종자들이 모아 펴낸 것이 회교의 경전 코란(’외우다’라는 뜻)이다.
3년 간 가브리엘의 계시를 받던 무하마드는 알라의 가르침을 선포하기로 결심, 전도에 들어가지만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아내 카디자와 친척 일부를 제외하고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당시 아라비아인 다수가 믿던 우상 타파를 그가 주장하고 나오자 메카의 집권층은 무관심에서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무하마드는 622년 인근 메디나에서 일어난 분규를 해결해 달라는 요청을 받자 이를 기화로 장인과 사위를 포함, 70인의 추종자들과 ‘도주’(헤지라)한다. 이것이 회교의 시작이며 아직도 회교권에서는 이 때를 기원 원년으로 삼고 있다.
메카에서와는 달리 추종자가 늘어나자 무하마드는 정치 권력을 장악, 메디나의 사실상 독재자로 군림하게 된다. 그가 집권한 후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메카의 캐러밴을 급습,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약탈한 것이었다. 그는 물론 이를 알라는 부인하는 이교도들에 대한 응징으로 정당화했다.
처음 세 차례는 정보가 새나가 실패하지만 밀봉한 편지로 내린 네 번 째 기도는 성공한다. 이 습격은 도둑들도 살생을 삼가는 당시 아랍인의 명절 라마단에 동족을 상대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메카 인들에게 충격적이었다. 무하마드는 알라의 계시를 받았다는 이유로 이를 합리화했다.
메카는 메디나의 사막 도적들을 소탕하기 위해 624년 토벌단을 보내나 무하마드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바드르에서 이들을 궤멸시킨다. 바드르 전투는 수적으로는 수백 명 규모의 소규모 싸움이었지만 알라가 무하마드 편에 있음을 알리는 증거로 여겨져 추종자의 세를 늘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630년 무하마드는 그 여세를 몰아 한 때 자기를 쫓아냈던 메카를 점령한 후 자신을 반대했던 사람들에게 죽음과 알라 중 양자택일을 강요한다. 이렇게 해 아라비아의 중심 도시를 개종시키는 데 성공한 무하마드는 2년 후인 632년 열병으로 죽는다.
그러나 그의 사망에도 불구, 그의 추종자들은 비잔틴 제국과 페르샤 군대를 격파하며 불과 120년이란 짧은 세월에 스페인에서 북아프리카를 거쳐 인도에 이르는 거대한 회교 제국 건설에 성공한다. 그 후 8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회교권은 경제, 의학, 과학, 철학, 기술 등 모든 측면에서 유럽을 압도하며 세계 최고의 문명을 건설했다.
그러나 회교 문명이 이룩한 업적과 회교도들이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택했는지는 구별돼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회교는 기독교도와 유대교도는 같은 ‘책의 민족’으로 인정, 인두세를 내면 차별을 받기는 하지만 종교를 유지하도록 해줬지만 나머지 종교에 대해서는 무자비했다. 회교도들이 인도를 침공하면서 힌두교와 불교도들에게 저지른 만행은 종교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대적인 것이었다.
또 기독교나 유대교도라 하더라도 회교에 반대하거나 회교도를 개종시키려 하는 경우에는 용서 없는 제재가 가해졌다. 아직도 사우디 아라비아를 비롯한 회교권에서는 타종교 전도 행위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 코란에도 평화를 지향한다는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회교가 지배하는 평화이지 타종교와의 진정한 화해가 아니라는 것이다.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회교권은 물론 미국 내 회교 지도자들 사이에서도 이를 단호히 규탄하는 소리가 미미했던 것도 비 회교도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는 가르침이 회교도들 뇌리에 뿌리깊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타종교를 인정하지 않는 배타성은 유일신을 숭상하는 종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점이다. 유일신 사상을 처음 내세운 유대교야말로 인종말살 정책을 가장 먼저 편 종교다. 여리고 성을 무너뜨린 여호수아가 한 일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성 주민들을 몰살시킨 것이다.
중세 기독교도 이보다 나을 바 없다. 1099년 예루살렘을 함락시킨 십자군은 역시 성안의 남녀노소를 남김 없이 살해했다. 당시 교황이 십자군 전쟁에 참가했다 죽으면 모든 죄에 대한 완전 사면이 보장된다며 살륙을 부추긴 것도 지금 회교 극단주의자들이 자살 테러를 하다 죽으면 72명의 ‘검은 눈’을 한 처녀가 시중드는 천국으로 직행한다고 선전하는 것과 닮아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지난 수 백년 간 르네상스와 종교 개혁, 계몽주의 등을 거치면서 타종교에 대한 관용에 익숙해 있는 반면 회교는 이런 역사적 개선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함무라비 식 율법이 아직도 글자 그대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 회교권이다. 지금도 폭행을 해 상대방의 눈을 멀게 한 사람에게는 눈알을 뽑는 형벌이 집행되고 있다.
회교권이 한 때 위대한 문명을 건설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아직도 중세적 야만의 잔재가 남아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회교가 진정으로 ‘평화의 종교’로 대접받으려면 스스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그의 기독교적 편견을 감안하더라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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