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 하루가 멀다하고 백만장자를 쏟아놓던 정보과학산업(Information Technology)의 거품이 빠지면서 지난 몇 년간 고등실업자가 속출하고 있는 등 그 후유증이 심하다.
기업들은 테크 분야 지출을 줄이고 있고 나스닥 주식가격은 폭락했지만 한때 세상을 뒤집을 듯했던 IT 산업으로 인해 생산성이 증가한 것만은 사실이다. 썰물처럼 빠져 나가버린 IT 열풍 뒤에 생산성 증가라는 귀한 선물이 남겨졌으며 이는 앞으로도 조용히 그리고 도도히 진행될 것이다. IT 열풍이 남기고 간 선물이 각 분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본다.
제조·소매·금융등 6개분야
비용절감 연 1,400억달러
데이터 공유·전산화·온라인 판매등
투자효과 5~7년걸려 산업전반 파급
지난 20년간 저조했던 미국 기업의 생산성은 정보과학 분야와 인터넷 분야 투자로 지난 1995년 이후 지금까지 2배로 증가했다. 이는 제조, 소매, 금융 분야에서 두드러졌고 의료, 정부, 교육 분야도 그 뒤를 쫒고 있다.
인터넷 분야 거품이 빠지고 기업들이 기술분야 투자를 줄이고 있는 마당에서 앞으로도 계속 미국기업의 생산성은 증가할 것인가? 대답은 예스이다.
제조, 소매, 금융 등 6개 산업에서 정보기술 분야 투자로 인한 비용 절감은 2007년까지 연간 1,400억달러에 달해 이는 1995∼2002년의 최고 비용 절감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유는 첫째 생산성이 저조했던 정부와 의료산업 쪽에서 테크 분야 투자의 효용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고 서서히 이 분야 투자를 늘여가기 시작했다.
두 번째는 소매점들이 정보산업에 힘입어 미전국적으로 상품을 표준화하기 시작했으며 e-캐털로그를 시작해 스토어 체인을 늘여야만 하는 경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또 MIT와 유니버시티 오브 팬실베니아의 경제학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보과학의 투자효과는 5∼7년 후에야 나타난다는 것이다.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전략과 사업과정에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이론대로라면 지난해에 증가한 4.8%의 생산성은 1997년이나 그 이전에 투자한 것의 효과가 지금에서야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외에 향후 미국 각 산업의 생산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뒷받침할 수 있는 또 다른 증거는 아직 미국 경기가 저조하기 때문에 각 기업들은 전에 투자했던 IT를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가 저조하기 때문에 인력을 고용하기보다는 오히려 정보과학 자재를 충분히 활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점에 서 있는 것도 생산성 증가와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정보산업이 주고 간 생산성 향상과 경비절감을 각 분야별로 상세히 살펴보자.
■제조산업
대부분의 판매를 온라인으로 이루게 된다. 소매업체와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필요 없는 물건 제조나 선적을 피할 수 있다. 소매업체에서 데이터를 잘 관리해서 필요한 물건을 제때 제때 알려주면 생산라인 점검이 1달에서 2일로 줄어들 수 있다. 또 물건을 잘못 배달해서 소매와 제조업체 모두 인력을 동원해 이를 해결하는데 드는 비용이 연간 수십억달러에 들었다. 이런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면 대폭적인 경비절감이 이뤄진다.
■소매점
2007년까지 식품소매업계의 비용절감이 25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전산화로 재고 파악이 용이하고 비용이 절감되면 그만큼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으므로 경쟁력이 강화된다.
홈디포 같은 경우는 올해 3,600만달러를 들여서 전산화와 하이텍을 이용한 경비절감 체제에 들어갈 전망이다. 웹과 연결된 간이 판매점인 키오스크를 각 곳에 설치해서 소비자가 셀프서비스 테크아웃을 하게 하고 일일이 업소에 들리는 수고를 덜게 해주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체인 서점들도 이미 전산화로 테이터 공유가 가능하다. 한쪽 지점에 고객이 찾고 있는 책이 없으면 다른 상점으로 연락해서 배달하기도 하고 고객이 직접 찾아가 해당 품목을 가져오기도 한다. 같은 체인점에서 판매가 늘어나게 마련이다.
■금융 및 재정 서비스
렌더들이 모기지 융자 대출 서류를 전산화함으로써 융자대출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의료산업
병원, 간호사, 의사들은 하이텍과 가장 관련이 먼 사람들에 속했다. 그러나 이들도 점차 정보산업에 투자하고 눈을 돌림으로써 비용절감과 생산성 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 실례로 정보산업분야 투자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유니버시티 오브 피츠버그 메디칼 센터는 환자의 건강기록을 전산화함으로써 인력을 보강하지 않고도 지난 18개월간 응급실 환자 입실과 치료를 40%나 늘일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환자의 자료를 전산화하면 지난 10년간 매년 생산성이 1%씩 하락하던 병원들의 생산성을 매년 1%씩 늘여갈 수 있다.
■연방정부
백악관은 향후 10년간 각 주요 정부 부서마다 웹을 연결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또 내년까지 24개의 중요한 테크 프로젝트가 완결 지어질 전망이다. 이로써 22개의 월급처리 센터가 2개로 줄어들어 향후 10년간 12억달러의 경비가 절감된다. 연방국세청(IRS)은 온라인 세금보고를 확대해서 1개 세금보고 당 1달러를 절약할 예정이다. 2002년에는 4,000만명이 전산 세금보고를 했으나 이를 2007년까지 1억명으로 늘려 연간 6,000만달러의 경비절감을 기획하고 있다.
■교육
인간은 역시 책이나 컴퓨터를 통해서보다는 사람에게서 가장 많이 배운다. 생각했던 것 만큽 IT 산업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았으며 향후도 비슷할 전망이다. 웹을 통한 수업도 학생수가 적은 러시아어과나 고등 물리학 정도에나 효과가 있을까 역시 학생들은 교수의 강의를 직접 듣고 질문하는 것을 좋아한다. 컴퓨터는 조교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그러나 원거리에서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점도 있고 교수 없이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적인 학구파와 기업연수 등에는 효과가 있어 경비절감이 되고 있다.
<정석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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