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LA 한인타운에서 열린 ‘탈북자와 북한 인권을 위한 강연회’에는 500명에 가까운 한인이 몰리는 등 성황을 이뤘다. 이번 행사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 노베르트 폴러첸과 신동철 목사가 발표한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중국, 김정일 제거할 것
미국이 생긴 후 지난 200여 년 간 요즘처럼 한국 문제가 뉴스를 탄 적은 없었다. TV를 틀어 보면 시도 때도 없이 북한 핵 문제가 주요 이슈로 보도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어에 능통하고 한국 문화를 잘 아는 1.5세와 2세, 한국 전문가, 인권 운동가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부시 행정부와 연방 상 하원 의원들은 한국 문제에 정통한 20~30대의 한인들을 보좌관과 관리로 등용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최근 하버드 법대를 나온 한 한인을 보좌관으로 삼기 위해 연방 상원의원들끼리 스카우트 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청년은 내가 보기에는 첫 한인 상원의원이 될만한 재목이다. 또 지난 번 제임스 켈리를 수행, 통역을 맡은 보좌관도 30대 한인 2세이다. 앞으로도 한국을 아는 젊은 한인들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변화는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자세다. 중국은 작년 12월 소위 제4세대 지도자로 불리는 후진타오가 집권하면서 북한에 대한 태도를 급선회하고 있다. 좌경 세력과 북한의 고정 간첩이 침투돼 있는 한국 언론에는 잘 보도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호주, 심지어는 중국 언론에서까지 중국이 김정일 정권을 교체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얼마 전 황장엽씨도 “김정일 제거에 중국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해왔으나 이제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은 ‘어떻게 해서든 김정일 체제를 보존해야 한다’는 쪽에서 ‘자칫 하면 김정일이라는 불똥이 중국까지 태울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고 있다.
지난 번 콜린 파월 국무 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후진타오는 자진해서 “내몽고 쪽에 탈북자 난민촌을 세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바 있다. 뜻밖의 제의에 놀란 파월은 “내몽고는 너무 멀고 압록강이나 두만강 인근에 6개정도 지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하고 돌아왔다. 후진타오는 중국 인민 해방군으로 하여금 북한을 침공하는 시나리오를 짜보라고 지시했다가 장제민 전 국가 주석의 만류로 이를 철회한 적도 있다.
북한 내부에서도 이런 기미를 감지하고 대량 살상 무기 전문가를 비롯 심지어는 김정일의 직계 가족까지 고위층 탈출이 몇 배나 많아졌다. 이처럼 북한이 고립 무원의 처지에 놓여 있는 데 난 데 없는 좌익 바람이 불고 있는 한국만 유독 김정일 비위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중국이 평양에 친중 정권 수립을 구상하고 워싱턴에 북한 망명 정부가 생긴다는 얘기를 모두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좌익 세력은 민족 공조를 얘기하지만 그들이 떠드는 민족 공조는 김정일을 위한 민족 공조일 뿐이다. 하루 빨리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고 평양에 미 대사관이 들어서 젊은 한인 1.5들이 새로운 북한 건설에 앞장 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신동철
목사
북한 체제 보장 안된다
오늘은 북한 창건 55주년이 되는 날이다. 1989년 10월 7일은 동독 창건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 날은 또 고르바초프가 호네커 동독 총리에게 “역사의 흐름을 거부하는 자는 역사에 의해 응징 당한다”고 경고한 날이기도 하다. 그 후 불과 한 달 남짓한 1989년 11월 9일 동독은 베를린 장벽과 함께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지난 번 6자 회담이 열렸을 때 후진타오는 김정일에게 똑같은 경고를 했다. 김정일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우리가 조금만 밀면 그 날을 앞당길 수 있다.
나는 응급 의사다. 응급 환자를 돌보는 의사는 기다릴 수 없다. 나는 또 독일인이다.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 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과거 우리 는 강제 수용소의 소문을 듣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할 수는 없다.
나는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북한에서 의사로 일하며 피부 이식을 통해 북한 주민 생명을 건진 공으로 ‘북한 인민의 친구’ 훈장을 받았다. 북한 주민들은 이 자리에 앉은 여러분과 똑같이 선량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형제자매들이다. 이들이 굶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금도 북한 당 간부와 군부 실세들은 호화로운 주택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다.
나는 병원에 입원한 북한 아이들을 본 일이 있다. 그들은 웃지도 울지도 않는다. 로봇처럼 감정이 사라진 이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도 과연 북한 인권에 무관심해도 좋다고 말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고문당하고 길가에 버려진 북한 병사의 시체를 보기 전까지는 ‘햇볕론자’였다. 내 피부는 물론이고 독일 정부에 로비 해 식량과 의약품을 북한 주민들에게 가져다줬다. 그러나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고 난 후 나는 침묵할 수 없었다.
김정일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고문과 대량 학살, 생체 실험 등 어떤 독재자보다 가혹한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그는 또 핵무기로 전 세계를 위협하며 “돈을 주지 않으면 몰살시켜 버리겠다”는 협박을 일삼고 있다. 그런 김정일 정권의 체제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1989년 동독 정권이 무너진 것은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의 서독 대사관에 동독 난민이 몰려들면서부터다. 요즘 중국이 ‘극동 아시아의 헝가리’로 변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베이징 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점과 연관돼 있다.
서독 정부도 한 때 동독에 대해 ‘햇볕 정책’을 폈었다. 통일 후 알게 된 일이지만 서독 각계에는 수 천 명의 동독 스파이가 침투해 있었다. 동방 정책을 편 빌리 브란트 수상의 수석 보좌관이 동독 스파이였음은 유명한 사건이다. 통일 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유명 작가가 사실은 동독 스파이였다는 사실이 새로이 밝혀지고 있다.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6,000명의 북한 간첩이 한국 정부와 군, 노조, 언론, 학생 단체에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의 인권 유린과 참상이 한국에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에 압력을 넣어 이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여기 앉아 있는 한 국민들이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의 폭압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한인 모두가 떨쳐나설 것을 부탁하고 싶다.
노베르트
폴러첸
<민경훈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