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가능성은 25% 정도다.” “아니, 시계 제로의 상황이다.” “세계는 천천히, 그러나 숙명적으로 파국적 위기를 향해 가고 있다.” “북한과 협상을 한다고. 꿈에서 깨는 게 좋겠다.”
시나리오 백출이다. 그러나 온통 부정 일색이다. 모호하기 짝이 없다.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건지. 베이징 6자 회담을 바라보는 미국의 대체적 시각이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그렇지만 그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다.
한번 기회를 주어보는 거다. 가능성은 없다. 그래도 평화적, 외교적 노력은 해야 할 것 아닌가. 이런 느낌이 먼저 든다. 서두를 것이 없다는 태도다. 외교적으로 해결되면 그야 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지만 안 되도 그만 이라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그냥 해보는 식으로 6자 회담에 임했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비장감 같은 게 서려 있다. 상황을 아주 심각히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북한 문제는 이제 ‘엔드게임’의 국면을 맞고 있다는 소리도 나오는 판이다.
매파가 상황을 장악한 까닭일 수 있다. 김정일 체제는 도덕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파산한 체제다. 조금만 건드려도 붕괴될지 모른다. 네오콘으로 불리는 강경파가 바라보는 북한이다. 이런 체제에 경제적 도움을 주어 생명을 연장시켜서는 안 된다. 회담에 임하는 기본 입장 이다.
김정일 체제에 이들은 몹시 분노하고 있다. 그 동안 온갖 책략을 부리며 거짓을 일삼아 왔기 때문이다. 수퍼 파워 미국이 이런 북한에 10년 너머 휘둘려왔다. 그 결과가 뭐냐. 또다시 핵 위기다. 이런 상황을 결코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라크의 전후 처리가 엉망이다. 이 와중에도 ‘정권붕괴’(regime change)의 소리는 높다. 타겟은 물론 북한이다. 당연히 말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이견이 없다. 김정일 체제를 미국이 얼마나 혐오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증거다. 그 혐오감을 확산시킨 건 물론 강경파다.
‘다음 회의 일정을 잡으면 대단한 성공이다.’ 개막직전 6자 회담에 대해 나온 전망이다. 개막 이틀이 지난 현재에도 희망적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엄청난 차이를 보여서다.
회담 실패는 그리고 보니 정해진 수순 같다. 이 부문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 갈 게 있다. 왜 결과가 뻔한 회담에 임했나 하는 것이다. 김정일 체제와는 회담을 해보아야 안 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외교적 노력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뒤따를 조치에 대한 반대 명분을 없애기 위한 회담이라는 것이다. 회담 실패 후 남은 옵션은 강압적 조치다. 군사적 대응이 그 하나다. 또 다른 옵션은 북한 목조르기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가동시켜 사실상의 봉쇄작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방안 모두에 한국과 중국은 반대해왔다. 6자 회담에 임하는 미국 측의 숨겨진 아젠다는 바로 이 같은 반대 명분 죽이기 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군사적 조치는 북한 핵 시설에 대한 제한적 폭격과 전면전이다. 이 가능성을 부시 행정부는 결코 배제하지 않는다. 한 전문가는 이를 마치 일기예보 식으로 전망한다. 확률은 10∼50%에 이른다는 것.
보다 현실성이 큰 조치는 북한 목조르기다. 핵 수출을 방지하고 또 마약자금 등의 북한 내 유입을 막기 위한 작전으로 미국 등 11개국은 이미 워밍업 상태에 들어가 있다.
이야기를 정리하면 이렇다. 부시 행정부는 회담결렬을 내심 더 바라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 핵 문제의 확실한 해결책은 결국 김정일 정권붕괴 밖에 없다는 확실한 결론에 이미 도달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묘한 타이밍에 묘한 보도들이 잇달고 있다.
“워싱턴 일각에는 요즘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돌고 있다. 중국 군부를 통한 북한 군부 쿠테타 사주 계획이다. 김정일을 제거하고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대가로 최소한 10년의 통치를 보장해주는 맞바꾸기 식 방법이다.” 워싱턴 타임스의 최근 보도다.
또 북경서는 이런 이야기도 나온다. “관변 학자들간에도 북한 정권 교체론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가운데 중국 군부는 김정일 체제 전복에 대비한 고심에 찬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엄포용 애드벌룬 일까. 그 보다는 ‘Enough is enough’, 국민의 20%를 필요에 따라 굶겨 죽이면서 핵 공갈이나 치는 패륜적 체제에 미국은 물론 중국도 질렸다는 비명으로 들린다.
이런 체제를 그런데 왜 한국정부만 유독 감싸고 있을까. 북한의 미녀 응원단에 마비라도 된 건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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