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인 지난 8월15일, 서울의 도심에서는 또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시청 앞에서 열린 보수단체의 집회는 ‘건국 55주년 반핵·반 김정일 8.15 국민대회’였고 종로에서 열린 진보단체의 집회는 ‘반전평화 8.15 통일 대행진’이었다. 이 날의 두 집회는 지난해 반미적인 촛불시위와 이에 맞선 반미 반대시위 이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남남 갈등이 또 한번 표출된 사건이었다.
한국에서 좌우의 갈등은 골이 매우 깊다. 해방 후 좌우의 대립은 한민족을 두 쪽으로 갈라놓고 서로 원수로 만들었다. 결국 우파는 남에, 좌파는 북에 정부를 세워 남북이 분단되었고 골육상잔의 전쟁을 겪었다. 그 후 남북은 이념 대결을 계속해 오다가 DJ 정부의 햇볕정책으로 남한에서 좌경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남남 갈등이 증폭하게 된 것이다.
보수 대 진보의 갈등 이전에는 지역 갈등이 문젯거리였다. 한국사회를 장기간 지배했던 영남에 대해 피해의식을 가졌던 호남이 항거한 형태의 지역 갈등은 정치뿐 아니라 사회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하여 망국병으로 지탄받았다.
이 지역갈등에서 기득권을 가졌던 영남은 보수세력화 하였고 반대로 기득권에서 멀리 있었던 호남은 진보세력화 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영남 대 호남의 지역대결 구도가 보수 대 진보의 이념대결 구도로 바뀌면서 호남, 즉 진보세력이 집권에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이 진보세력이 햇볕정책으로 북한에 접근하면서 좌경화, 친북화했고 북미관계가 악화되면서 반미 성향까지 띠게 되었다. 반대로 보수세력은 우경화, 반북화했고 친미 성향을 갖게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 남남 갈등을 보수 대 진보로 규정짓는 것은 아주 잘못된 시각이다. 진보 쪽은 친북, 반미 성향을 띠고 보수 쪽은 반북, 친미 성향을 띠는 좌우의 대립 갈등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한 구분일 것이다. 정치권에서 보면 여당은 다분히 좌파 정당의 성격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야당은 이와 반대로 우파 정당의 특색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정부의 구성원이 나날이 좌파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로 교체되고 있다.
이렇게 좌파 성향을 가진 정부의 대외정책과 국내정책이 좌와 우로 오락가락 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국 외교와 국내 정책의 틀이 한미동맹과 사유재산제도 등 우파적 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그 기반을 무조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한국의 좌우 대립현상은 해방 직후와 매우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좌우의 판도가 팽팽하여 어느 쪽으로 쉽게 판가름나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집권세력은 좌파이지만 사회 각계에 우파 세력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앞으로 이슈가 부각할 때마다 좌우의 대립이 극명하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한국사회의 이념적 대립은 정치권이나 사회지도층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확산의 매체가 바로 언론이다. 언론매체 중에서 정부의 영향아래 있는 TV 방송과 신문들은 좌익진보, 반미, 친북적 경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며 정부에 반대적인 언론매체들은 우익보수, 친미, 반북적 보도에 치중하고 있다.
이런 언론매체를 통해 남남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어 아마도 다음 대선 때는 과거의 지역감정보다도 더 극렬한 좌우의 극한대결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와 같은 좌우의 남남 갈등이 종식될 수는 없을까. 두 가지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좌파적 성향을 가진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를 밀어내고 사회 각계를 장악하게 되거나, 남북관계가 급변하여 북한 주도의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면 남한의 우파 세력은 소멸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북한이 자체적으로 붕괴하거나 미국의 공격으로 멸망하여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증대할 경우 좌파 세력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남남 갈등의 향방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의 해법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성조기 사건으로 미국에 유감을 표시하고 인공기 사건으로 북한에 유감을 표시한 노무현 정부가 이런 과정이 전개될 때 과연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가 궁금하기 짝이 없는 일이기도 하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