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대통령 이야기다. 정치 기사는 말할 것도 없다. 논객들의 담론을 싣는 오피니언판도 대통령 이야기가 빠지는 날이 거의 없다. 웬 관심인가. 대통령은 수퍼 스타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다. 헌법의 수호자이고 군 통수권자다. 동시에 외교의 총 사령탑이다. ‘대통령을 초월한 게 대통령직’이다. 대통령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은 그러므로 결코 비정상이 아니다.
이런 면에서 수퍼 스타 중 수퍼 스타는 아무래도 부시다. 전 세계를 아우르는 파워를 지닌 미국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관심은 말 그대로 글로벌(global)한 차원이다.
“바이블과 야구 그리고 바비큐밖에 모른다.” 부시와 관련된 프랑스인들의 빈정거림이다. 프랑스뿐 아니다. 유럽인이 부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무식한 카우보이다. 힘의 우위만 믿는 일방주의 제국주의자다. 지적이지 못하다. 지나치게 종교적이고 충동적이다. 위험하고 오만한 인물이다. 긍정적 코멘트는 찾기 힘들다.
미국인들의 시각은 다르다. 확신과 비전의 대통령이다. 일관성이 있고 단호하며 자신감이 배어 있다. 아첨성 발언 같다고. 그게 아니다. 대통령 학을 전공하는 미국 학자들이 내린 대체적인 결론이다.
처음부터 이런 평가를 받은 건 아니다. 실패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끝낼 공산이 크다는 게 당초
의 일반적 관측이었다. 득표율에서 고어에게 뒤졌다. 게다가 법원이 개입해 이상한 모습으로 대통령이 된 그였기 때문이다.
부시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 계기가 9.11 사태다. 단호한 지도자로 거듭나는데 성공함에 따라 부시의 리더십에 대해 다른 평가가 나온 것이다. 시대가 영웅을 만들었다고 할까.
이제는 부시의 리더십과 관련해 어찌 보면 과대망상에 가까운 소리까지 들린다. ‘2004년 동반승리론’이 그것이다. 부시의 재선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 마디로 공화당 세상을 만들겠다는 거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연방의회, 주, 그리고 카운티 등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승리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도대체가 될법한 일일까. ‘21세기 정치의 달인’이라는 칼 로브에 따르면 그렇다.
그 동반승리의 주력 엔진은 다름 아닌 부시다. 테러참사, 잇단 전쟁 등 고난의 과정에서 보여준 부시 팀의 절제된 리더십, 부시 개인의 인기를 활용할 때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으로, 지난 중간선거에서 이미 입증됐다는 주장이다.
두고 볼일이다. 이라크전쟁 이후의 상황이, 또 미국의 경제가 결코 만만치 않아서다. 그 전망이야 어찌됐든, 공화당의, 또 미국 내 보수세력의 부시에 대한 신뢰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부시에 대한 성가는 왜 안팎으로 이처럼 극도의 대조를 이루고 있을까. 한 마디로 ‘내유외강’(內柔外剛)의 정책 탓이다. ‘본-어게인’임을 공공연히 말하는 부시다. 이런 그에 대한 일반적 선입견은 정치적 양극화를 몰고 올 인물이라는 것이다.
기대(?)와는 달리 부시는 국내 이슈에 있어 상당한 융통성을 발휘했다. 그래서 내유(內柔)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외강(外剛)은 테러리즘 대처와 관련해 일방주의도 불사하는 단호한 정책과 관련돼 나온 말이다. 그 결과가 안팎의 대조적인 평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그렇다고 치고 한국의 대통령은 밖에서 어떻게 보일까. 부시와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바깥 문제에는 극히 유화적인데(外柔) 안의 문제에는 필요 이상으로 강한(內剛) 모습 말이다.
최근의 LA 타임스와 아시안 월 스트릿 저널의 보도가 그런 한국 대통령의 모습을 극명히 나타내고 있다.
“결코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는 것이 외교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는 지역이 동아시아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데 한국의 반공단체가 인공기를 소각한데 대해 북한에 공개사과를 했다.”
“경제 문제가 산적하고 북한의 핵 위협이 점증하고 있는 시점을 맞아 노무현 대통령은 이 문제 해결에 골몰해 다른 겨를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대신 다른 선택을 했다. 한국의 신문들에 대해 오랜 원한을 갚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외유(外柔)하고 내강(內剛)한 대통령의 모습은 밖에서 볼 때 또 이런 의구심도 불러오고 있다. 한국은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서방동맹이라는 대열에서 이탈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민주제도를 뒷받침하는 제반 가치들이 너무 자주 무시된다. 또 그 지향점이 어디인지 헷갈릴 때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나오는 소리들이다.
옥 세 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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