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체험 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난 세리토스 도서관
“와!(WOW)” 소리가 저절로 나는 것이 새로 지은 세리토스 도서관이다.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나갈 때까지, 그저 겉모습만 보고 지나가도 그렇지만 1시간에 걸친 직원들의 설명을 들으며 구석구석 샅샅이 살펴볼수록 감탄을 그칠 수 없다. 4,000만달러를 들여 기존의 1만8,000스퀘어피트짜리 도서관을 뜯어 고친데다 7만1,000스퀘어피트를 추가해 작년 3월에 개관한 이 새 도서관은 사용자에게 ‘학습 체험을 통한 변화’를 제공하는 것을 모토로 한 21세기형 도서관. 미국 최초로 가볍고 유연하고 환경친화적이고 수명도 긴 신소재 타이태니엄으로 장식한 한 건물 외벽부터 3층에 걸쳐 시간 여행하듯 배치된 주제가 뚜렷한 공간들, 곳곳에 배치된 비디오 스크린과 230여대의 컴퓨터, 1200개가 넘는 인터넷 연결 포트, 도서관 안팎으로 전시된 미술작품들과 회의 및 훈련 공간등이 미래 도서관의 모습을 예시하고 있다.
자동차를 세워 놓고 도서관까지 가면서 커다란 빨간 꽃 속에서 물이 떨어지는 연못, 솟구치는 돌고래 조각 분수등을 구경하고 입구로 들어서면 우선 왼쪽의 높이 10피트, 너비 23피트에 1만5,000갤런의 바닷물 속에 수많은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는 대형 수족관과 마주 친다.
전담 해양학자가 돌보는 이 수족관 속에는 7개의 카메라가 달려 있어 어린이 도서관내 한 스크린을 통해 이곳저곳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다.
수족관에서 눈을 돌리면 이 도서관 직원 99명이 30분간 교대로 자리를 지키는 인포스테이션 1이 보인다. 도서관 뿐 아니라 시청 업무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도록 훈련받은 직원들이 모두 무선으로 연락하며 마치 호텔의 접수계처럼 이용객들의 각종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서비스는 이 도서관의 또 하나의 자랑 이다.
장서가 30여만권으로 시민 1인당 5권 이상인 이 도서관의 책들은 주제별로 구분된 공간에 꽂혀 있다.
입구부터 ‘메인 스트릿’을 따라 시간 여행하듯 배치된 공간들 사이사이로 시청이 닫혔을 때도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티 홀 애프터아워스’, 프렌즈 오브 라이브러리의 매점, 로컬 히스토리 룸, 특별 전시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중 첫번째 공간은 입구 오른쪽의 ‘구세계 독서실’. 홀로그램 불이 타고 있는 벽난로등 14세기 고딕식 서재처럼 디자인되어 있고 희귀본, 초판본, 인쇄기술의 변화를 보여주는 전시들이 되어 있지만 고풍스런 나무 책상 위 브라스 램프 밑밭침에는 이서넷 포트들이 있어 랩탑을 사용중인 사람들이 많다.
입구 왼쪽 수족관 옆의 어린이 도서관은 ‘지구를 살리자’는 주제로 꾸며진 방으로 바닥부터 천장까지 빽빽이 학습재료들이다.
작은 불빛들이 깜빡이는 천장은 밤하늘, 총 52마일 길이의 광섬유로 5000개의 불빛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세리토스에서 보는 밤하늘 별자리들을 보여준다.
우주왕복선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가 하면 사우스다코타주에서 발굴된 T. 렉스의 실물대 화석 모형도 자리잡고 있다. 발굴자의 이름을 따 ‘스탠’이라는 이름표까지 붙여 놓은 길이 40피트, 높이 13피트인 이 공룡의 실물대 복제품은 전세계에 17개뿐인데 도서관에 있는 것은 이것 하나 뿐이다. 만지지 못하게 하는 박물관과 달리 이곳은 아이들이 마음대로 만질 수 있도록 화석과 화석 발굴에 필요한 도구들을 1m 정도 높이의 발판 위에 놓았다.
공룡 앞 등대 모형 위쪽 둥근 천장의 스카이 돔은 그 시간 도서관 밖 하늘의 20분마다 바뀌는 모양을 24시간 보여준다. 공룡의 뒤로는 열대 우림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커다란 바냔 나무 그늘 아래 아주 작은 벤치와 카우치등 그림책 코너에 어울리는 가구들이 놓여 있다. 이 나무 아래 서면 열대 우림의 소리도 들란다.
이밖에도 세세하게 신경 쓴 작은 것들이 많은 어린이 도서실을 나와 메인 스트릿을 따라 왼쪽으로 대출, 카드 발급 창구들이 나오는데 그전에 먼저 ‘셀프 첵아웃’ 키오스크를 만난다. 계속 늘고 있는 대출의 반은 셀프 첵아웃으로 해결된다고 안내하던 사서 스탠리 스트로스는 말한다.
앞으로 데일 치울리의 유리조각이 걸린 아치를 지나며 오른쪽은 1890~1910년대 크래프츠먼 시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정기간행물 및 잡지 전시공간, 왼쪽은 1930년대 아트 디코 식으로 지어진 영 어덜트 및 멀티미디어 진열실이다.
거기서 계단으로 반층을 올라가면 진열된 비영어권 도서중에는 한국어 책도 7,000권이 자리잡고 있다.
주민의 58%가 아시아계인 세리토스인지라 이 도서관에는 중국어 도서가 1만1,000권, 한해에 1,000권씩 신간이 입하되고 한국어 도서도 해마다 700권씩 추가되고 있다.
거기서 한인 김순자씨의 작품이 벽에 걸린 계단으로 반층을 올라가거나,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면 나오는 2층은 ‘21세기’가 주제다. 미래의 공간이라 아무데서도 목재는 찾아볼 수 없다.
서가와 책상은 금속이고 의자도 플래스틱, 안내 데스크도 타임 머신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86대의 컴퓨터 스테이션으로는 고속 인터넷 접속, 온라인 자료 검색, 원드 프로세싱 및 그래픽 디자인과 프린트등이 가능하고 올더스 헉슬리, 줄 베른등 미래에 관한 책을 쓴 작가 이름을 붙인 4개의 그룹 스터디 룸, 특수 컴퓨터를 갖춘 시각 장애자를 위한 방도 있는데 스터디 룸은 1주일 전에 예약해야 하고 2시간까지 쓸 수 있다. 무료.
평소엔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3층에는 216명이 만찬, 회의, 프리젠테이션등을 할 수 있는 스카이라인 룸, 12명이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컨퍼런스 룸, 26대의 워크스테이션 컴퓨터가 있는 하이텍 트레이닝 랩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 시설은 일반에 유료로 대여도 된다.
대충만 소개하려도 지면이 모자라는 이 도서관을 짓느라 전 직원이 총동원돼 사회 각계의 모든 좋은 것들을 벤치마킹 했다지만 전체적으로 통일되어 매우 안정감 있고, 아주 섬세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해 관광객들까지 찾아오고 있다는 이 도서관을 둘러보자니 특히 어린이 도서실이 너무 부러워 할 수 있다면 다시 서너살 정도의 어린아이가 되고 싶었다. 그 나이였어도 이곳에 처음 들어서면 “와!(WOW)”하고 소리질렀을 것이다.
18025 Bloomfield Ave., Cerritos, CA 90703 (562)916-1340 http://library.ci. cerritos.ca.us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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