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부터 시내 새로 개발되는 곳마다 미술작품 설치
총 136점 다양하고 독특해, 해마다 4점 정도씩 추가 중
알고 보면 브레아는 시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야외 조각 전시장이다. 지난 1975년 시의회가 공공 장소에 미술작품을 설치하기로 결의한 이래 시내 이곳 저곳에 새로 개발된 상업, 산업, 주택지역에 하나씩, 둘씩 자리잡은 작품들이 현재 136점, 올해내로 140점이 된다. 1980년대 대대적인 재개발과 맞물려 이미 전국적으로도 최대 규모중 하나가 된 이 도시의 구석구석에 자리잡은 조각 작품들은 해마다 평균 4점씩 계속 추가되고 있다. 석유와 오렌지와 기회를 모토로 생겨났고, 도시 이름마저 스페인어로 ‘타르’를 뜻하지만 재개발의 성공으로 이제는 유전과 오렌지밭은 별로 없이 세련된 빌딩과 주택, 샤핑센터의 도시가 된 브레아를 한층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 이 조각들이다. 시의 엄격한 규정에 부합하는 수준급 작가, 건축주, 시당국 및 안목있는 시민들로 구성된 관계 위원회의 협의와 조정을 거쳐 설치된 것들이라 그 소재와 주제, 표현방식 및 주변 환경들은 다양하고 독특하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브레아시는 아무리 훌륭한 예술품이라도 시민들이 보고 즐겨주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브레아시는 그 많은 작품중 하이라이트들을 표시한 지도와 전체 작품 명단을 제작, 브레아 시빅 & 컬처럴 센터(1 Civic Circle)에 비치하고 초현대식 오피스 빌딩 사이, 사업체나 주택, 아파트 단지 입구등에 설치된 이 작품들을 누구나 스스로 찾아다니며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기가 알아서 하는 조각 관광의 출발점인 시빅 & 컬처럴 센터 앞에 나무 그늘 아래 얌전히 서있는, 흰 돌 속에서 여성의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 석상 ‘Breaking Free’로부터 시작된 투어를 브레아 몰 안의 ‘La Lune’에서 끝내고 보면 브레아라는 도시가 다시 보이게 된다.
시 커뮤니티 서비스국에서 이 조각작품들을 관리하는 캐시 드로비오에 따르면 최초로 설치된 작품이 무엇인지는 시도 확실히 모르고 있다는데 어쨌거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작가들은 대부분 미국인들이지만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등 소수의 외국인 작가들도 섞여 있다. 버치 스트릿과 스테이트 칼리지가 만나는 곳의 대형 비즈니스 팍 ‘브레아 코퍼릿 플레이스’내 여러 건물들로 이어지는 통로에 하늘을 찌를 듯 뾰족이 솟아오른 스테인리스 조각 ‘The Rise of Icarus’는 이탈리아 작가 작품이다.
거기서 조금 북쪽으로 가 램버트 로드에서 우회전, 포인트 드라이브에서 좌회전하여 왼쪽의 오피스 빌딩 단지로 들어가면 최신식 빌딩 주위로 못을 파고 그 속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된 분수가 솟아오르는 가운데 자리잡은 청동 조각을 두 점 보게 된다. 그중 하나인 ‘Dissimilar Equals’는 왼쪽은 인간 남성, 오른쪽은 윤곽은 사람의 형체이나 더 크고 속이 빈 어떤 존재가 같이 시소라도 타고 있는 형상이다. 빌 베드포드의 작품 4개가 자리잡은 이곳은 차가운 대리석고 검은 유리로 지어진 건물 사이에 심은 팜트리와 꽃들, 못에서 끊이지 않고 들리는 시원한 물소리가 단박에 더위를 씻어내는, 진정한 휴식 공간이다.
포인트 드라이브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또 다른 비즈니스 팍 안에 자리잡은 ‘Union Passage’는 남자와 여자가 팔 끝으로 연결돼 아치 모양을 이루고 있는 청동상으로 그 아래는 저 뒤의 분수에서 흘러 넘쳐 계단을 이루며 내려온 물들이 고요히 맴도는 연못을 이루고 있다. 역시 초현대식 건물 사이에 마련된 이 시원한 물길의 양편에는 벤치들이 놓여 있는 직장인들의 휴식공간이다. 그곳을 떠나 어소시에이티드 로드를 거쳐 버치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보면 왼쪽 주택가 입구에 조성된 넓직한 잔디밭에 높직하게 독수리상이 자리잡고 있다. 아마도 미국의 프라이드를 상징하는 것이리라.
지도를 따라 가며 빨간색 페인트로 칠한 대형 금속조각으로 하나의 커다란 장방형 판에서 잘라낸 것이라 퍼즐과 같은 모양의 ‘Kaikoo Series’, 갈기를 휘날리며 뛰어가고 있는 3마리의 야생마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Mustangs’, 다양한 질감과 형태를 구사한 추상 ‘Milwood II’등을 보고 다시 임페리얼 하이웨이를 만나 좌회전하면 양쪽으로 거대한 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그중 샤핑몰 웨이로 우회전하면 왼쪽 모퉁이에 한창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
저명 조각가 시워드 잔슨 주니어의 트레이드마크인 실물대 아이들의 일상생활 장면을 담은 세작품 ‘Water Power’ ‘There You Can Grow Mow’‘Just a Taste’이 놓인 작은 광장에서 조각 작품과, 커피 마시러 나온 엄마를 따라 나온 아이들이 함께 뒤섞여 놓고 있는 것. 이 투어의 딱 중간지점이기도 한 이곳에서 잠시 쉬며 각자 옷가지를 옆에 벗어놓고 물장난을 하는 조각 속의 아이와 함께 놀고 있는 크고 작은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생활 속의 예술, 삶의 일부가 된 예술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방금 산 아이스크림을 먼저 맛보려는 남동생, 아니면 동네 개구쟁이에게 마지못해 손을 잡혀 있는 소녀의 표정 또한 너무나 생생하다.
거기서 임페리얼을 따라 서쪽으로 한참 가다 베리 스트릿에서 우회전하면 모퉁이 보험회사 건물 앞에 리듬 체조를 형상화시킨 ‘Kim- Olympic Rhythms’, 조금 올라가면 청동과 콩크리트로 초기 유전 노동자들을 그린 ‘Roughnecks’, 이어 나오는 비즈니스 팍에 자리잡은 작품들을 거쳐 로스코와 센트럴이 만나는 대형 주택 단지 입구에는 인체의 힘과 능력에 관해 사람들에게 생각하게 만드는 청동상 ‘Transition’등이 자리잡고 있다.
거기서 방향을 동쪽으로 돌려 센트럴을 타고 가다보면 길 양쪽으로 하이라이트 지도에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작품 목록에는 안내되어 있는 다수의 다른 작품들을 많아 브레아가 거대한 조각 공원임을 실감한다. 브레아 블러버드를 만나 남행하다 내쳐 버치 스트릿의 다운타운 브레아로 들어가면 반으로 자른 오렌지들을 서너개씩 꼬챙이에 끼워 세워 놓은듯한 ‘Orange Grove Fountain’을 상가들 가운데서 볼 수 있다. 거기서 버치를 타고 동쪽으로 가다보면 포플러 스트릿의 주택가 입구에 세워진 ‘The Spirit of Life’‘Sympatico’ 같은 제목의 청동상에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의 아름다움과 인생의 고요한 순간을 함께 나누는 기쁨들이 아름답게 형상화되어 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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