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하면 곧 동의어로 떠올리는 것은 ‘베니스 비엔날레(Venezia Biennale)’일 것이다.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친구와 함께 한 베니스 여행길. 곧 죽어도 비엔날레 관람을 하겠다고 우겨대는 바람에 샌 마르꼬 광장에서 해질녘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던 기억이 새롭다. 현재 LA의 하늘 아래에는 전세계에서 모여든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LA인터내셔널 바이에니얼 아트 인비테셔널 2003(Absolut L.A. International Biennial Art Invitational)’이 열리고 있다. LA에 웬 비엔날레냐고 의문을 갖는다면 무리는 아니다. 세계 3대 미술 행사로 꼽히는 베니스, 상파울로, 휘트니 비엔날레의 그림자에 가려 LA의 비엔날레는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어도 일반인들에게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게 사실이니까.
한 장소 대형공개 탈피, 75개 갤러리 분산 전시
1993년에 시작됐는데 올해 6회 째를 맞는다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비엔날레(Biennale)라는 것 자체가 ‘2년마다’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 어로 2년마다 열리는 국제적인 미술전람회를 가리킨다는 이해를 하고 나면 의문은 가실 것이다. 1895년 열렸던 초대 베니스 비엔날레는 이탈리아 국왕부처의 제25회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며 베니스시가 창설한 미술전시회. 그후 세계 대전으로 두 차례 중단된 적도 있었지만 해를 달리하며 발전을 거듭해 올해로 50회를 맞는다.
지난 7월 8일 ‘모딜리아니와 몽파르나스의 예술가들’이란 LACMA 주최 전시를 전야제로 시작된 2003년 LA 비엔날레는 오는 8월16일까지 LA 다운타운, 샌타모니카, 브렌트우드, 베니스, 베벌리힐스, 웨스트 LA, 샌 피드로, 패사디나 등 LA 곳곳에 산재해 있는 75개 갤러리에서 30여 개국 200여 신예 예술가들의 최신 작품을 돌아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보통 비엔날레는 컨벤션센터 등의 대형 부지에 전시 부스가 모두 참가하는 방식이지만 LA의 경우는 75개나 되는 개별적 갤러리들이 전세계 아티스트들을 위해 자신들의 갤러리 공간을 내어주는 형식을 취했는데 결과적으로 지극히 LA다운 행사의 특성을 띠게 된 것 같다.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의 예술 세계는 화가를 지원하고 미술 작품을 구입하는 수집가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신흥 도시 LA의 예술 세계는 미국 서부의 풍부한 자원으로 충분한 부를 축적했고 여러 곳에서 세련된 취향을 길러온 수집가들의 특성, 즉 좀더 모험적이고 호기심 가득하며 즐거운 화풍을 그대로 반영한다.
LA의 예술 세계가 세계 예술 공동체에서 더 이상 천대받지 않고 나름대로의 색채를 인정받는 데에는 LA를 전세계 예술에 있어 중요한 곳으로 소개하는 비엔날레에 빚진 바가 크다 할 것이다.
말이 좋아 그렇지 정말 진부할 수도 있는 것이 비엔날레다. 하지만 예년의 경우 약 5주간의 기간 동안 무려 5만-6만 명이 참관했다고 하니 ‘문화 사각 지대’라는 LA의 오명은 이쯤해서 우리 스스로가 벗어 던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와 가까운 차이나타운의 Chunking Rd.에 밀집해 있는 갤러리들 역시 그들의 소중한 전시 공간을 이번 LA 비엔날레에 내어주었다. Man Gallery(949 Chung King Rd. Los Angeles)에서는 중국의 독특한 건물 모양을 빛으로 반사시킨 Animated Night Box라는 독특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그밖에도 번쩍거리는 금박이 물린 종이와 헝겊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해 찻잔, 소나무, 밥그릇, 포춘 쿠키 등 그들만의 오브제를 개성 있게 표현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풍경화처럼 점점이 박혀 있는 꽃밭을 배경으로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와 손녀가 환하게 웃고 있는 회화는 손녀딸과 산책하는 시간이 마냥 즐거운 우리 할머니들의 모습과 꼭 같아 미소를 짓게 한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화가가 느낀 따뜻한 인간미를 그들과 생면부지인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예술의 힘을 미술 작품에 너무 많은 메시지를 담으려는 데 치중하는 현대 예술가들이 모두들 기억했으면 싶다.
몇몇 작품은 상당히 정치적인 색채를 지닌 것도 있다. 샌타모니카의 Frumkin-Duval Gallery에서 전시하고 있는 ‘Where We Come From’과 같은 전시가 그것이다. 미국 시민권을 지닌 팔레스타인 화가 에밀리 자시르는 결코 자신이 원하는 나라가 아닌 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전세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들보다 더욱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그녀가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무얼 해줄 수 있을까 하나하나 물었다고 한다. 어머니를 찾아가 뜨겁게 포옹하고 볼에 입을 맞추어 달라, 어머니의 무덤에 꽃다발을 놓고 와달라는 등 그들의 여러 소망을 에밀리 자시르는 사진과 함께 글로 적어 작품으로 만들었다.
■ 그 외 주목할 만한 전시회
△한국 작가 Yong Sin의 작품 전시, Kendrum Fine Art Gallery(5367 Wilshire Bl. Los Angeles)에서.
문의 (323) 933-5550
△International Unplugged는 Beyond Baroque 팀에 의한 공연과 6 화가의 작품 전시회. 8월 9일까지 매주 토요일 정오-오후6시까지. 차이나타운의 Bamboo Plaza 전시 공간(988 N. Hill St. Los Angeles)에서. 문의 (310) 453-0909
△이탈리아 화가 Luigi Carboni 외 3인의 전시회, 8월 9일까지 Patricia Faure Gallery(Bergamot Station Arts Center, 2525 Michigan Ave. B7, Santa Monica)에서. 문의 (310) 449-1479
△오스트리아 화가 Christoph Schmidberger의 전시, 8월 23일까지 Mark Moore Gallery(2525 Michigan Ave. A1, Santa Monica)에서.
문의 (310) 453-3031
△예루살렘 프린트 웍샵, 8월 30일까지 Tobey C. Moss Gallery(7321 Beverly Blvd. Los Angeles)에서.
문의 (323) 933-5523
△팔레스타인 아티스트 에밀리 자시르의 Where We Come From 전시, 8월 16일까지 Frumkin-Duval Gallery(2525 Michigan Ave. T1, Santa Monica)에서.
문의 (310) 453-1850
△영국 작가 5인의 도자기 전시회, 8월 16일까지 Frank Lloyd Gallery(2525 Michigan Ave. B5b, Santa Monica)에서.
문의 (310) 264-3866
△브라질 조각가 Edgar de Souza의 작품 전시회, 8월 30일까지 LA Louver(45 N. Venice Blvd., Venice)에서.
문의 (310) 822-4955
그 외 참가 갤러리의 위치, 전시 기간, 참가 작품과 화가들에 관한 자세한 정보는 (310) 453-0909 또는 웹사이트, www.lainternational.org.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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