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집·식당등 50여곳 터전…범죄줄며 상권 활기
한인타운의 남북 간선도로인 버몬트길에서 동쪽으로 1마일 남짓 떨어진 알바라도 길(Alvarado St.)은 타운인근 히스패닉 주민들에겐 ‘명동’에 해당하는 곳이다.
유달리 보행인구가 많아 낮이나 저녁이나 환하고, 분주한 샤핑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15년 전쯤을 되돌아 보면 해만 내리면 가기를 꺼려할 정도로 범죄 위험이 도사려 있는 곳이라는 인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같은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도심 속의 안전지대가 되고 있다. 알바라도는 한인상인들의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알게 모르게 한인 소유 상가도 늘고 있고, 최근에는 한인투자가 그룹인 ‘제이미슨 프로퍼티즈’가 알바라도와 6가의 대형 스왑밋도 인수했다.
구석구석 찾아 보면 한인 업소들도 적지 않다. 정작 한인타운에서는 맛볼 수 없는 물기가 촉촉하고 맛있는 닭집도 한인 운영이며 의류등 갖가지 생활용품을 파는 한인도 많다. 대략 추정되는 한인 업소만 50여개소.
이곳의 오래된 한인상인들은 매기가 요즘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곳은 한인상인들의 탄탄한 생활의 터전이다.
동대문 시장 온듯… 히스패닉과 정겨운‘공생’
갓 이민온 인구 많아 소비도 왕성
올림픽-베벌리 구간에 상가 밀집
한인 소유 건물은 10% 남짓
한인 비즈니스는 50여개 추산
맥아더팍 인근 치안걱정 줄어 안심
리커·의류업 등 한인 터줏대감 많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많은 한인들이 처음 자리잡는 곳이 한인타운이듯이 같지만 또 다른 꿈을 꾸는 히스패닉들에게 첫 보금자리는 ‘알바라도’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과 난전의 떠들썩한 호객소리. 피부색과 언어만 바뀌었을 뿐 한국의 동대문 시장을 그대로 옮겨왔다. 이 ‘히스패닉형 동대문 시장’엔 역시 한인 상인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히스패닉과 ‘팔고 사는’ 관계를 맺으며 공생하고 있다.
LA 다운타운과 한인타운의 중간 길목인 알바라도 길(Alvarado St.)은 누구나 인정하는 히스패닉 타운이다. 미 전국적으로 가장 빠른 인구 증가를 보이고 있는 히스패닉의 현황은 알바라도 길을 가득 메우고 걸어다니는 사람들에게서 확인할 수 있다.
남쪽으로는 올림픽 불러버드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베벌리 불러버드에서 필리피노 타운을 기점으로 끝나는 알바라도 히스패닉 상권은 10개의 블록 내에 업소가 밀집한 밀도 높은 시장이다. 특히 6가부터 9가까지의 4블록은 걸어다니는 사람과 노점상들로 북적대는 알바라도 최고의 ‘핫 스팟’이다.
이 구간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한인 업소들은 3개의 스왑밋에 입주해 있는 업소를 포함, 50개 전후로 추산된다. 문을 연지 1년이 안된 신생업소들부터 81년부터 이 곳에 둥지를 틀어 최고참 격인 ‘큐 스튜디오’의 스티브 안씨까지 다양한 연차의 한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퍼스트 아메리칸 타이틀’ 자료에 따르면 올림픽~베벌리 구간 알바라도 주소로 표기된 82동의 상업용 건물중 성을 기준으로 집계한 한인 소유 건물은 8개(9.8%)로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베벌리 불러버드의 샤핑몰과 8가의 샤핑몰도 한인이 소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6가의 스왑밋 건물 ‘그랜드 몰’을 한인 최대의 부동산 투자그룹 제이미슨 프라퍼티가 매입했다.
맥아더 팍에 접한 알바라도 길 일대는 끊이지 않는 인구유입과 저렴한 노동시장, 이로 인한 박리다매형 소매업소의 활황으로 연결고리를 맺고 있다.
7가에서 ‘카사미아 슈즈’를 운영하는 차귀동씨는 “멕시코 국경을 넘는 수많은 떠돌이 불법체류자들이 LA까지 올 경우 이 곳을 거쳐가 소비 인구가 풍부하게 공급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저축에 크게 메이지 않는 히스패닉의 소비습성을 고려하면 히스패닉 소비시장을 가능성이 무한한 시장으로 뽑는 각종 보고서들의 전망이 알바라도에서 사실로 증명된다.
한인타운에 입성하는 초기 이민자들도 한인타운에서 생필품을 사듯이, 히스패닉들도 알바라도에서 왕성한 소비를 하게된다. 특히 자본이 별로 없는 초기 정착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걸어다니는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이 상권의 특징이 된다.
윌셔 불러버드와 7가 사이에 자리한 지하철역이 또한 사람들을 쏟아내기 때문에 역세권의 수혜도 단단히 보고 있다.
사람이 많아 소비가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 알바라도의 명(明)이면 아직 안전에 문제가 있고 깨끗하지 못한 주변 환경이 이곳의 암(暗)이다. 특히 바로 앞 맥아더 팍이 마약매매와 총격사건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알바라도 길은 한인들에게도 위험하고 지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그러나 LA 경찰국이 맥아더 팍과 접한 알바라도 길에 주차를 금지시키는 등 일대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이전보다는 깨끗해지고 안전해졌다는 게 이곳 한인들의 목소리다.
8가에서 리커를 하며 17년 간 한자리를 지켜온 이경련씨는 “과거엔 아침에 나와보면 업소 간판에 총알 구멍이 나 있기도 했다해 정말로 위험했지만 지금은 강력사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윌셔-알바라도 인근
약국 근무 제니퍼 원씨
“히스패닉이나 한인이나 다 똑같죠”
윌셔와 알바라도 인근 한인소유의 ‘윌셔 파머시아’(Wilshire Pharmacia)에서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제니퍼 원(사진)씨는 시원시원, 서글서글한 알바라도의 한인이다.
한국에서 약사였던 원씨는 도미 후 다시 대학을 다녀 약사 자격증을 땄다. ‘윌셔 파머시아’에는 대형 병원 ‘산 후다스 메이컬 그룹’(San Judas Medical Group)과 ‘LA 메디컬 센터’를 거친 많은 히스패닉 고객이 다녀간다.
원씨는 “히스패닉도 함께 일해보면 한국사람과 전혀 다를 게 없다”며 알바라도 경험담을 전한다.
<배형직 기자> hjba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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