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성찬’으로 ‘이탈리아 체험’
예술작품 전시서 음악회-영화 시사회까지
도서관 자료 무료 대여…요리교실도 운영
경복궁 옆 하얀 건물에 자리하고 있던 프랑스문화원은 세계로 향하는 창문이 높아만 보이던 절, 유럽 문화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던 감성의 오아시스였다. 파랑, 빨강, 하양 삼색기가 펄럭이던 그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귓가에 와 닿던 에디뜨 삐아쁘의 낮은 노랫소리는 20대 풍부한 우리들의 감성을 몽마르뜨 언덕으로 초대했었다. 그곳에서 들었던 아뛰르 렝보와 샤를르 보들레르의 시는 눈앞에 파리와 센느 강과 보헤미안의 세계를 펼쳐주었다. 책 속에서나 만났던 빅토르 위고, 오귀스트 로뎅, 끌로드 모네의 예술 혼은 살아 숨을 쉬며 저마다의 목소리로 프랑스를 그려주었다. 영어 자막과 함께 감상했던 수많은 프랑스 영화들. 제목도 주인공 이름도 생각나지 않지만 흑백 영화의 장면들은 직접 여행지에서 눈으로 확인했던 프랑스보다 강렬한 이미지로 아직까지 기억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1883년 7월 파리 생제르망 데프레에 모였던 문화인과 외교관에 의해 결성된 프랑스 문화원, 알리앙스 프랑세즈의 LA 지부에서는 프랑스어 클래스와 함께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만날 수 있다. 최근 이곳에서는 프랑스의 인상파 작곡가 드비쉬의 음악 세계를 함께 조명해보는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프랑스 작가의 출판 기념회 역시 자주 열려 장 그르니에와 알베르 까뮈, 쌩 덱쥐뻬리의 문학 세계를 추억하게 만든다.
남산 중턱의 조용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던 독일 문화원, 괴테 인스티투트. 그곳에 가면 하이네와 릴케의 시가 성큼 아름다운 노래로 다가왔었다.
이곳 LA에도 괴테 인스티튜트가 있어 LA에 살고 있는 독일인, 그리고 독일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학술행사, 전시회, 영화, 음악, 무용, 연극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 문화와의 만남을 주선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는 ‘Lion King’으로 더욱 유명해진 독일 출신의 영화 음악 작곡가 한스 지머의 영화 음악들을 듣고 그와 대화를 나누는 귀한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바그너의 음악 세계가 현대 할리웃의 영상에서 어떻게 반영되었는가를 조명해보는 흥미진진한 컨퍼런스도 열렸었다.
김지현(29·UCLA경제학 박사 과정)씨와 민선(25·UCLA교육학 석사 과정) 씨는 LA 온지 1년 안팎인 유학생 부부. 서울에 있을 때 여러 나라의 문화에 대한 궁금증에 프랑스 문화원이며 독일 문화원을 자주 찾던 그들은 최근 UCLA 근처에 자리한 이탈리아 문화원(Instituto Italiano di Cultura)을 발견, 유럽 문화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 문화의 풍요로움에 흠뻑 빠져 있다.
이탈리아 문화원에서는 예술 작품 전시와 음악회는 물론이고 영화 시사회와 요리 교실까지 말 그대로 이탈리아 문화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를 전공하고 있는 김지현씨의 학교 선배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곳에서 소피아 로렌이 주연하는 ‘해바라기’ ‘자전거 도둑’등 주옥같은 이탈리아 영화를 감상했다고 한다.
최근 문화원에서는 ‘이탈리아에서의 오페라 무대’라는 제목의 세미나도 있었고 이탈리아에서 한 철을 살다 온 미국 작가가 쓴 책의 출판 기념회도 열려 문화를 통해 이탈리아와의 만남을 체험할 수 있었다.
공부하다 머리를 식힐 겸 찾은 문화원에서는 ‘예술과 패션 디자인’이라는 제목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문화원의 부원장인 루벤스 피오바노(Rubens Piovano)는 자기 나라 문화에 대한 궁금증으로 문화원을 찾은 동양인 커플이 신기한 지 직접 전시 작품을 설명하는 친절을 베풀었다. 볼로냐 대학과 오티스 대학의 디자인 전공 학생들의 작품은 창조적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작품들을 돌아보며 김지현씨는 예술이 물처럼 흐르는 나라에서 미켈란젤로의 조각을 보고자란 학생들의 미적 감각은 역시 탁월하구나 하는 생각을 굳힌다.
도서관에는 무려 4,000여 권의 이탈리아 어 서적과 이탈리아에 관한 영어 서적이 비치되어 있어 이탈리아 미술과 건축사에 관심이 많은 김민선씨는 가슴이 뛴다. 열람실에서는 얼마든지 자료들을 빌려볼 수 있고 10달러의 디파짓을 내면 일반에게도 무료로 대여해준다고 하니 값비싼 아트북이 모두 자신의 것이 된 것처럼 신이 날 수밖에.
이곳의 어학 코스로 이탈리아 어를 배웠다는 그녀의 선배는 이탈리아 식당에 가면 웨이터들과 이탈리아 어로 인사를 나누며 주문도 곧잘 해 못내 부러웠었다. 아침나절 문화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문화원 식구들이 오고가며 건넨 ‘본 조르노’라는 인사가 귀에 익어온다. 오늘 점심은 이탈리아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으며 이탈리아 문화를 입으로 맛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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