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2억달러 세계적 DVD생산업체 ‘지휘’
<3> 인포디스크 USA 박승환 사장
지난 99년 부임 매출 2배 끌어올려
할리웃 영화 2억여장 생산 유통시켜
시장 점유율 25%... 세계 2위 군림
2년전 대형 VHS회사 인수 발전 전기
한국에도 공장 설립 ‘조국 사랑’도
컬버시티에 본사가 있는 ‘인포디스크 USA’(InfoDisc USA·대표 박승환)는 세계적인 DVD 생산업체다. 할리웃의 영화제작사들과 계약을 맺고 지난 한해 동안 500개 영화의 DVD 2억여장을 유통시켰다. 주 고객은 MGM, 워너브라더스, 컬럼비아 트라이스타 등 ‘메이저’들이다. 작년 매출액은 2억2,000만달러. 시장점유율 25%로 프랑스의 테크니컬러에 이어 당당히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일일 생산능력은 50만장에 달한다.
생산 및 배급시설이 미국, 캐나다, 한국, 대만, 독일 등에 흩어져 있는데 매출의 60% 이상은 미국에서 나온다. 미국은 물론 한국 시장에서 팔리는 영화의 상당수가 이 회사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많은 한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이 회사와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주문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최고 1,000만장의 DVD를 제작해야 하는 기술력은 물론이고 소매체인의 전국 매장에 동시에 깔리도록 배급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에 세계 영화산업의 95%를 주무르는 할리웃 영화의 DVD를 만드는 기업은 전 세계에 4개밖에 없다. 인포디스크는 미국 내에서는 엘파소, 루이빌, 리노, 토론토 등에 공장 및 창고를 두고 300만달러나 드는 생산라인을 50개나 갖추고 있다.
이같은 성공의 중심에 박승환(53) 사장이 있다. 미국과 한국을 합해 1,300여명의 직원들을 지휘하는 자리다. 몇 안 되는 미국내 한인 전문경영인(CEO)인 그는 지난 99년 부임한 이래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 회사의 매출을 약 2배로 끌어올렸다.
디지털 작업 스튜디오 등의 시설이 있는 컬버시티 본사에서 만난 그는 성장 배경과 관련, “티켓 판매 못지 않게 DVD가 영화제작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요즘은 DVD 판매액이 더 큰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미국의 3대 수출품은 무기, 곡물, 컨텐츠(영화, 음악)이기 때문에 DVD 생산은 ‘가장 미국적인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승환 사장은 경영에 있어 가장 중시하는 것은 2가지다. 하나는 부하 직원들에게 일을 위임하는 것. 직접 모든 일을 챙기면 경영의 한계가 자신의 능력범위 내로 제한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다소 위험이 있어도 그는 부사장들을 믿고 일을 맡긴다. 그는 “부하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한다”며 “이같은 방식으로 나와 비슷한 개체를 여럿 복제, 회사의 힘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른 하나는 ‘잘못된 결정이 결정을 안 내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 잘못된 결정은 시행 과정에서 보완해 나가면 되지만 결정을 미루다 보면 회사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벌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그는 그 같은 폐해를 많이 목격했다. 이사진이 많아도 결국 중요한 결정은 혼자 내려야 하는 ‘고독한 자리’라는 것이 CEO에 대한 그의 정의. 이같은 직책을 수행하면서 그는 무엇보다 결단력과 추진력을 중시한다.
그의 과감한 결단이 돋보인 것이 2001년초 세계3위 VHS생산회사였던 미국 ‘미디어카피’사를 인수한 일이다. 사장으로 부임한 후 한 달간 회사의 현주소를 진단한 그는 “문제가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장래가 어둡다”고 타이완에 있는 인포디스크의 모회사 이사회에서 보고했다. 기업공개 직후 주가가 급등하고 매출이 날로 늘어나던 시점이었기에 이사들이 경악하더란다. 하지만 그는 미국을 주무대로 사업하면서 주 생산시설을 타이완에 두어서는 장래성이 없다며 미국회사를 인수해야 한다고 이사진을 설득했다.
결국 1년여의 우여곡절 끝에 거액을 주고 미디어카피사를 인수,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기막힌 사업계획이 추진되지 못해 사장되고 별 볼 일 없는 아이디어도 추진이 잘 돼 뜨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사업은 결정과 추진이라는 과정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지난해 5월 산업자원부의 초청을 받아 ‘월드 비즈니스 리더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했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MS, HP, BMW, 다우코닝 등 50여명의 CEO급 인사들과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그는 IMF로 어려움을 겪던 조국에 대한 사랑에서 총 7,000만달러를 투자, 2001년 경기도 송탄에 한국 인포디스크 공장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이사진의 우려와는 달리 6개월만에 공장 가동률이 100%에 달하는가 하면 작년 여름에는 생산라인을 증설, 그에게 보람을 더해 주고 있다.
한국에서는 선경맨이었던 박 사장은 82년 선경 매그네틱 미국 지사장으로 도미한 뒤 관련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 92년 메모렉스의 CEO로 스카웃 됐다. 그 후 메모렉스의 사업부문중 하나였던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 운영하기도 했으며, 멕시코 테입 생산회사 오렉스의 CEO를 맡은 적도 있다.
그는 “정보의 양이 갈수록 팽창하기 때문에 광디스크 등 기록매체의 수요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밥을 안 먹고 살 수 없는 것처럼 정보 없이는 생존이 힘들다”라는 말로 정보산업의 선두주자인 인포디스크의 지속적 발전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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