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캘리포니아주 언론은 물론 전국 뉴스매체에 의해 가장 많이 다뤄졌던 기사의 하나는 단연 레이시 피터슨 실종 및 피살 케이스일 것이다.
27세 미모의 여성이, 그것도 첫 아기 출산을 불과 2개월 앞둔 크리스마스 전날 깜쪽같이 사라졌고 그의 잘생긴 남편 스캇은 대학시절 첫사랑 아내를 ‘제발 찾아달라’고 호소하니 전국적 동정과 관심이 모아질 만도 했다.
사건 발생지 지역 신문 모데스토비는 12월 26일부터 6월10일까지 198번이나 이 내용을 다뤘다. 뉴욕타임스나 USA 투데이등이나 CNN나 ABC뉴스등도 이 사건 보도에 많은 지면과 시간을 할애했다.
임신 8개월의 레이시는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태아(코너)의 사체와 함께 처참한 모습으로 바닷가로 밀려 올라와 세인을 경악시켰다. “설마, 남편은 아닐꺼야”라며 끝까지 신뢰를 잃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스캇은 결국 살인용의자로 체포되면서 큰 배신감을 안겼다.
그가 체포된 날 TV로 경찰발표를 봤다면서 한 여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남편이 체포 됐네요. 어찌 그럴 수가 있어요? 문제가 있으면 이혼하면 되지 왜 아이까지 죽여요? 이해가 안되요. 이유가 뭐래요? 아니겠지요? 믿을 수가 없어요”
그뿐 아니라 만나는 사람마다 그의 혐의가 사실이라면 자신의 첫 아기를 임신한 부인을 살해, 감쪽같이 흔적 없애고 혼외관계 여인이 나타나자 ‘그래도 아내 밖에 없다’며 수색 캠페인에 앞장 섰던 남편의 이중성이 혼돈스럽다 했다. 도대체 1촌인 부모보다 가까운 무촌(?)이라는 부부가 이런 식의 끝장을 보게 된다면 도대체 세상을 누구를 믿고 살겠느냐는 한탄이다.
아무리 표시를 안 내려 해도 사랑하는 감정과 미워하는 마음은 감춰지질 않는다는데 결혼 5년차인 이들 부부에게서는 도통 죽고 죽임을 당할 기본여건도 찾을 수 없었다고 주변에서는 전한다. 또 스캇도 한결같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어 풀려난 O.J. 심슨 속편을 또 보게 되는건가 싶다.
임신한 여인 살해 케이스는 다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꽤 많다는 통계다. 2001년 미국의학저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매릴랜드주에서는 임신중 피살된 수는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질병이나 후유증, 사고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숨지는 여성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결과는 시카고 쿡 카운티나 뉴욕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 이 연구는 임신부의 피살은 토막살해등의 보다 엽기적 방법이 동원되며 대부분은 배우자나 애인, 또 잘 아는 사람이 가해자라고도 전했다. 또 전국에서 겨우 17개주만 여성의 사망시 임신 여부를 보고하게 되어 있어서 훨씬 더 많은 임신부 피살 케이스가 일반 죽음 범주에 그냥 묻혀버린다고 지적했다.
또 무작위로 피살되는 임신부들은 대개 임신 3개월 정도인데 반해 배우자나 애인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경우 임신 8개월 정도가 가장 많다는 색다른 통계도 제시됐다. 이는 현재의 삶에 회의를 느낀 배우자가 이미 장애물인 아내 외에 아기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태에 직면하는 것을 우려, 아기 출생 전에 거사(?)를 단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평소 행복하지 않은 부부간에는 임신은 극복의 전기가 되기보다는 또 다른 불행의 씨앗이 되기 싶다고 한다. 임신한 여성의 외모가 달라지면서 성생활도 기피하고 홀몬으로 인한 감정 및 행동 변화도 상대의 외도나 그로 인한 살의까지 부채질 할 수 있다. 아기를 키울 능력이 없다는 자격지심, 또 아내가 아기에게만 쏟는 관심에 대한 질투, 또 아내를 완전 소유하고 통제하려는 비틀린 권위의식이 배경이 되기도 한다고 이들은 전한다.
스캇 피터슨의 케이스가 이제 법정에 올라 일반인들이 듣고 이해하기에 더욱 복잡하게 됐다. 그를 담당한 유명 변호사는 눈에 안 보이는 법률 행간을 이용하는 공작을 치열하게 펴고 있다. 심증으로는 스캇의 범행이 확실해 보이지만 뚜렷한 동기나 증거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고 또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으니 단죄는 시기상조다. 범인이라면 마땅히 중형을 받아야지만 한편으로는 ‘그토록 잔인하게 임신 아내를 살해할 수 있는 흉악한 남편은 없다”를 입증시키기 위한 무죄판결도 기대해 본다. 혼자만의 바램은 아닐 것이다.
이정인<국제 부장대우> jungi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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