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인 ‘우드브리지 가든 클럽’ 서경식-유경씨 부부
체험학습 하게된 아이들은 싫어하던 채소도 잘먹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요”
3개월전 어바인의 우드브리지 빌리지내 가든 클럽에서 밭 하나(plot)를 분양 받아 농사짓고 있는 서경식(36), 유경(35) 부부는 입을 모은다. 서씨 부부가 9,500채의 집이 모여 있는 우드브리지 빌리지 주택소유주협회가 발행하는 뉴스레터에서 ‘가든 클럽’을 확장하면서 회원을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고 즉각 신청했던 작년 여름의 이슈는 주말만 되면 스포츠 중계를 보려는 아빠와 만화영화를 보려는 아들 재영(7)과 한별(4)의 TV 채널권을 둘러싼 기싸움을 보다 건설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는 땅이 다 나갔다고 해서 6개월을 기다린 끝에 얻은 가로 세로 16x20 피트의 땅 가장자리에는 해바라기, 코스모스등 꽃씨, 안에는 상치, 쑥갓, 콩, 시금치, 치커리, 부추등 야채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엔 아빠가 재영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기 전, 저녁엔 엄마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전에 집에서 걸어서 1~2분 거리인 밭에 나와 물을 줬고, 주말엔 온 식구가 나와서 물도 주고, 잡초도 뽑고, 모종도 냈다.
“올 2, 3월에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잡초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저희는 온 식구가 하나씩 손으로 뽑아 냈는데, 옆의 미국 사람들은 작은 트랙터를 빌려다가 밭을 그냥 갈아엎어 버리더군요”라고 신기해하는 경식씨는 도회 출신으로 농사는 이번이 처음. 시골서 자란 유경씨는 농사가 낯설지 않은데 처음에 한쪽 밭의 반에 심은 상치가 하도 잘 자라는 바람에 이웃에 나눠주다 못해 이번엔 전의 반 정도로 줄이는 대신 호박, 토마토, 옥수수등을 새로 심었다. “토요일 오전에 같이 와서 함께 밭일을 하고 나면 그렇게 몸과 마음이 상쾌할 수가 없어요. 참 행복해요”
부모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좋아한다. 자기 밭의 작물들을 나눠(?) 먹고 있는 캐터필러, 레이디벅, 롤리폴리, 나비, 달팽이, 개구리, 토끼, 고퍼등과도 친숙해졌고, 재영이 친구들은 집에 놀러 오면 의례 이 밭에 나와 무엇이 얼마나 컸는지 확인하면서 재영이를 부러워한다. 재영이가 혼자 써서 얼마 전 학교에 제출한 ‘식물(plant)’에 관한 작문에는 자신이 이 밭에 씨를 뿌리고 매일 물을 주면서 직접 길러본 체험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제가 학교에서 자원봉사하면서 다른 아이들 작문과 비교해보니 재영이 글에는 잡초를 뽑아줘야 잘 자라게 된다는 둥, 책만 봐서는 쓸 수 없는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더라고요. 현장 학습, 직접 체험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했어요” 자기 밭에서 야채를 키운 이후 아이들은 먹는 것도 달라졌다. 채소라면 싫어하던 아이들이 우리 밭에서 난 것이라면서 저녁에 물주기 전에 유경씨가 밭에서 뜯어온 것으로 만든 상치쌈, 시금치국도 잘 먹게 된 것이다.
샌디에고 프리웨이 옆에 자리잡은 오렌지카운티의 홍수 조절용 분지의 바닥을 우드브리지 빌리지 홈 오우너스 어소시에이션이 가든 클럽으로 꾸민 것은 1988년이다. 80여개의 플롯마다 수도꼭지를 달고 담장을 둘러 우드브리지 빌리지 주민들에게 가입비 50달러, 연회비 25달러에 분양했는데 곧 긴 대기자 명단이 생겼다. 키가 커서 다른 밭에 그림자를 드리울만한 나무를 심으면 안되고 잡초가 있어서는 안되는 등 규정은 있지만 “양분이 풍부한 좋은 흙도 공짜로 제공받으니 얼마나 값싸게 얼마나 좋은 가족 활동을 하는지 몰라요”라고 유경씨는 감탄을 연발하는데 그래도 1년에 한번씩 심사를 해서 물도 안 주고, 관리도 안 하는 주인의 밭은 압수해서 기다리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이 밭의 대문은 협회가 발행한 자석식 카드가 있어야 열린다. 서씨 부부는 기회가 닿는 대로 밭을 2개로 늘려 농사를 더 크게 지어 볼 계획이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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