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온화한 향기에 걸맞게 5월은 가정의 소중함을 되새겨 보게 하는 ‘가정의 달’이다. 하지만 인성 교육의 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던 우리의 가정교육이 갈수록 실종되어 가는 현실을 생각하면‘가정의 달’에 대한 소회(所懷)가 그렇게 따뜻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인 어린아이들이 매장을 뛰어다니거나 물건을 함부로 흐트러 놓는 것을 샤핑장소에서 흔하게 보게 되는데 부모들이 주의를 주지 않는데서 놀라게 된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기를 죽이지 않기 위해 그런 행동을 묵인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착잡하다.
가정이 ‘사람’을 키우는 곳이 아니라 경쟁에 살아남기 위한 ‘전사(戰士)’또는 온실 속의 왕자와 공주를 키우는 장소로 전락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 거기에는 그 공동체를 지탱하는 데 필수적인 건전한 윤리의식이 뿌리내릴 토양이 더 이상 축적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정은 사랑의 싹을 키우기에 적합한 온상이다. 가정이라는 온상에서 기른 사랑의 묘목을 이웃으로, 다시 국가와 사회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투쟁과 증오는 인간 사회를 삭막하게 하고 공멸의 길로 이끈다. 인간 사회를 공멸에서 구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터전은 모든 인간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다. 이러한 인류애의 출발이 바로 가정에서 시작된다.
‘가정의 달’이 그저 아무 의미없이 연례행사가 되기보다는 가족끼리 이런 문제들을 토론하고 중지를 모으는 계기가 되어야 겠다.
“외로움이 가장 견디기 힘들다"는 독거노인들의 한숨은 가정의 달에 ‘효’에 대한 현실을 개탄하게 한다. 한 독거노인 집 거실에 높이 쌓여있는, 족히 몇 년을 먹을 수 있는 쌀 포대와 각종 음료수들은 잔뜩 쌓여진 ‘외로움’의 또다른 형태로 다가왔다. 운전도 하지 못하는 부모를 위해 오랫동안 방문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어긋난’ 배려인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부모를 가정에 모시고 살 수는 없다손 치더라도 종종 방문해 말 벗이 되어 드리고, 손자녀들의 재롱으로 한 때 나마 위안과 삶의 낙을 갖게 해 드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늙고 병약한 노년의 시간은 물질적인 것 보다는 편안한 보살핌과 따뜻한 가족애가 필요하다는 것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효의 근원은 부모의 자애에 대하여 자식으로서 자연적으로 우러나오는 경애와 보본(報本)의 정신이다. 자기 어버이를 중히 여기고 경애하는 사람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효가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머무르지 않고 이웃으로 점차 확충해 가는 것이다.
어린이는 태어나면서 어버이와의 관계에서 주는 자와 받는 자로서 대인 관계가 시작되며, 성장하면서 대인 관계의 폭을 넓혀 나간다. 그러므로 부모에 대한 효는 사회적 인간 관계의 기본 바탕이 되고 우리들에게 사람됨의 길과 인간 관계의 방법론을 제시해 주는 도덕률로 작용하는 것이다.
오늘날 과학·정보 기술의 급격한 발달은 전통 사회의 모습과 생활 방식을 급속도로 변하게 만들었다. 이런 변화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문화적 전통과 윤리적 전통 의식을 불합리한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배척하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 있어서 어떤 발전과 변화도 그것이 전통 문화에서 단절되면 참다운 의미에서의 성공은 이룰 수 없게 된다. 세계화, 보편화라는 이름 하에 민족 문화의 저변에 흐르는 보석들을 맹목적으로 불신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창조적으로 전통적 가치를 되살리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효는 인간 관계의 기본이다. 경로 사상은 어른에 대한 공경심만이 아니라, 결국 인간 존중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효는 오늘날 사라져 가는 이웃 간의 사랑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봉사 정신으로 승화되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더불어 함께 사는 바람직한 민주 시민의 인성이 함양되는 것이다.
<취재·편집부장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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