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칭액수는 줄고 , 본전마저 까먹고…”
현재 약 5,200만명이 가입돼 있는 401(k) 은퇴플랜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 3년째 하락세를 보여온 주가가 이라크와의 전쟁이 끝이 나면서 지난 몇 주간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401(k) 플랜을 지켜보는 눈들이 곱지만은 않다. “본전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액수를 보면 울화가 치민다”며 아예 플랜을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401(k) 플랜의 큰 매력이던 회사 제공 매칭액수 조차 축소되거나 없어지자 많은 직장인들이 401(k) 참여를 꺼리고 있다. 연방 정부가 약 20년 전 직장인들에게 세금을 연기해 주면서 은퇴를 위해 저축을 할 수 있도록 401(k) 플랜을 시작했지만 일반 직장인들은 아직 혜택을 받기보다는 흰머리를 늘게 하는 스트레스만 받고 있다.
전체 가입자중 은퇴플랜의 노하우를 아는 15~20% 정도만 401(k) 플랜의 진정한 혜택을 받으며 은퇴를 위한 확실한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주가가 떨어지거나 말거나 똑같은 포트폴리오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개인의 은퇴계획에는 적합하지 않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뚜렷한 계획 없이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결국 손해만 보는 사례가 늘자 이젠 401(k)의 기본 개념이던 ‘본인이 짜는 은퇴플랜’이 다시 ‘타인이 짜 주는 은퇴플랜’으로 바뀌는 새로운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3월 약간의 수수료를 받고 개인의 401(k) 구좌를 전문가가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밴거드 그룹은 조만간 해마다 적립액수를 자동적으로 인상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401(k)의 성공 여부는 개인에게 달려 있는 부분도 많지만 시스템 자체의 구조 개편으로 401(k)의 장점을 활용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401(k)와 관련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매칭이 없어진다
굿리치, 텍스트론, 찰스 슈왑, 굿이어, 포드 등 대기업들의 401(k) 매칭도 일시적이나마 축소되었거나 아예 중단됐다. 401(k) 플랜을 제공하는 밴거드 그룹은 현재 1,500여개 회사 중 5%가 매칭을 중단했거나 축소했다고 밝혔다. 2,500여 회사의 401(k) 플랜을 제공하는 프린시플 파이낸셜 그룹은 2002년 평균 매칭액이 2001년보다 10센트 하락한 1달러당 33센트였다.
매칭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더 많은 이들이 401(k) 플랜을 포기할 것은 당연하다. 뉴욕라이프가 조사한 매칭이 줄어들거나 중단된 8개 회사의 경우 401(k) 참여율이 9.48% 하락했다.
◆플랜 가입자가 줄어든다
401(k)를 제공하는 회사 직원들의 플랜 참여율은 현재 73%으로 90년대 초 이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매칭이 줄어드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이며 지난 몇 년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증시도 또 다른 이유다. 추가로 경기 침체로 언제 회사에서 내쫓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도 401(k) 불참에 한 몫을 하고 있다.
◆401(k)를 포기하는 떠돌이 직장인들
많은 회사원들 중 직장을 옮길 때마다 플랜을 새 직장의 401(k) 플랜으로 옮기는 ‘롤 오버’(roll over)를 하기보다는 아예 포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직장을 옮길 때 약 23%의 직장인들이 401(k) 롤 오버하지 않고 돈을 인출한다고 한다. 특히 플랜에 적립돼 있는 액수가 1만달러 이하로 크지 않을 경우에는 세금부담이 적기 때문에 돈을 찾는 경우가 더욱 많아진다.
◆자사 주식 의존도가 높다
엔론과 MCI 등의 파산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듯이 자사의 주식을 많이 소유했던 직원들의 회사원들의 피해가 심각했음에도 불구, 아직도 은퇴플랜의 상당한 부분을 자사 주식으로 채우고 있는 이들이 많다. 게다가 직원의 적립액에 대한 매칭을 회사 주식으로 지급하는 회사도 많아서 이들의 자사 주식 의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터내셔널 페이퍼사는 예전에 401(k) 매칭을 자사 주식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2002년 4월부터 매칭으로 받은 주식의 50%를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으며 소유중인 회사주식의 50%까지를 매각할 수 있도록 바뀌었으나 단 2%의 직원만이 자사 주식을 매각하거나 다른 투자처로 옮겼다.
◆너무 많은 선택
많은 사람들이 401(k) 플랜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401(k) 플랜을 제공하는 회사들의 평균 투자옵션이 지난 92년에는 4.2개이었던데 반해 작년 401(k)플랜의 평균 투자 옵션은 15개였다. 전문가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너무나 복잡한 60개 이상의 투자 옵션이 있는 회사들도 많다.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이해하기가 힘들어 오히려 직장인들은 401(k) 플랜 가입을 망설이게 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60개 이상의 선택이 있을 때에는 플랜 참여율이 60%였던 것에 비해 2개의 선택이 있을 경우에는 75%였다.
◆포트폴리오 관리능력 부족
증시가 계속 하락세를 보인 작년에 포트폴리오를 바꾼 이들은 13%에 불과하다.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또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뒤늦게 수익률이 높다고 소문난 펀드를 비싼 시기에 구입하였다가 가장 값이 떨어졌을 때 매각하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양지웅 기자>
thomasya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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