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까지 계속되는 ‘VC 필름 페스트’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지 모르지만 VC 필름 페스트는 약 20년의 세월 동안 앵 리, 잔 우 감독의 초기 작품을 처음으로 주류 사회에 소개하는 장이 돼주었다. 작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던 행사는 미국 내 최초 아시안 아메리칸 미디어 센터인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이 영화제를 조직하면서 그 명칭도 VC 필름 페스트로 바뀌었고 행사의 내실 또한 더욱 탄탄해졌다.
21세기 문화 현상 가운데 영화만큼 강렬한 매체는 없다. 미국이라는 알록달록한 양탄자를 이루는 여러 인종의 다양한 문화는 영화에서도 예외 없이 씨실과 날실을 이루고 있는데 그 가운데 아시아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가볍지 않다.
오우삼의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 액션 영화는 할리웃의 대형 액션물 속에서도 단연 돋보였고 왕가위의 ‘동사서독’ ‘중경삼림’은 어느 예술 영화도 표현하지 못했던 인간내면의 진한 고독을 절절하게 표현해 냈다. 첸 카이거의 ‘패왕별희’와 장이모우의 ‘홍등’은 화면을 채우는 붉고 푸른빛의 영상이 신비롭고 강렬한 걸작들이었다.
물론 올리버 스톤, 롤랑 조페 등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은 감독들에 의한, 아시아를 그린 작품들이 이제껏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커다란 애정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본 아시아가 어떻게 우리 본연의 모습일 수 있을까.
“스파이크 리의 영화를 통해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분노와 억압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이 땅에 살고 있는 아시아인들도 이제 영화를 통해 우리 목소리를 내야할 때라고 생각해요.”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한 데이빗 맥데일(Co-Director)의 말이다.
라티노들과 아프리칸 아메리칸들의 영화가 처음에는 미숙했지만 이제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처럼 아시아인들의 영화도 VC 필름 페스트를 통해 더욱 성숙되리라 그는 믿고 있다. 현재 400개가 넘는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는 ‘Better Luck Tomorrow’. 아시안 아메리칸의 작품
가운데 이렇게 대규모로 메이저 배급사를 통해 배급된 일은 처음이다. 이런 경사가 그냥 이루어지나. 오늘의 쾌거는 VC 필름 페스트와 같은 발표의 장을 통해 아시안 영화에 대한 관심을 주류사회에 형성했기에 가능해졌다는 것이 어디 그의 생각뿐일까.
이번 행사에서는 영화 제작에 관심이 있는 아시안 아메리칸들을 위한 세미나와 포럼도 다양하게 마련된다. 1997년도 다큐멘터리 단편 영화 부문 아카데미상을 받았던 제시카 유와 함께 하는 만남의 장(5월 3일 오후 2시. Direstors Guild of America)을 비롯해 편집의 실제를 배울 수 있는 세미나 등의 프로그램은 꿈나무 영화인들을 하나로 엮을 수 있는 네트웍을 형성해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제의 폐막 작품은 거장 첸 카이거 감독의 ‘Together’. 5월 8일(목) 저녁 7시30분, 아라타니 극장에서 상영 예정이다. 수줍음 많은 천재 바이얼리니스트 소년 자오천의 삶은 음악 학교의 오디션을 준비하기 위해 대도시로 이주하면서 극적으로 달라진다. 13세 소년의 가슴에 찾아온 안타까운 사랑과 음악에 대한 눈뜸을 과연 거장 감독은 어떻게 그렸을까 벌써부터 자못 기대가 크다.
한국 영화로는 ‘Score!’ ‘Stories Untold’ ‘YMCA Baseball Team’ 그 외 10개의 단편 영화와 비디오가 상영될 계획이다. 특히 ‘Book of Rules’는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한인 Sung H. Kim씨의 작품이라 같은 시대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영화사를 통해 배급됐던 한국 영화가 몇 편 있긴 했지만 아직 중국 영화의 성공과는 거리가 있다. 왜 중국은 해내는데, 우리는 아직 못하고 있을까. 물론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보니 어느 방면에 있어 우수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많을 수 있다.
베이징에서부터 상하이에 이르는 드넓은 대륙은 공간의 다양성을 제공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영화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이라고 생각한 그들의 드높은 자부심이 영상에도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은 아닐까. 가장 중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일찍이 간파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복의 고운 선과 화려한 색채, 기와의 능선, 탑돌이의 행렬 등 그림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이순신 장군의 살수대첩이 만들어내는 전쟁의 장대한 드라마가 브레이브 하트보다 못할 이유가 무언가. 심청이가 뛰어든 바다 속 용왕님의 왕국은 만화영화 인어공주보다 더 환상적일 수 있다.
우리의 무궁무진한 창조적 소재가 VC 필름 페스트와 같은 장을 통해 날개를 달고 지구 끝까지 비상할 날을 꿈꾸어 본다.
한인제작 영화 상영 스케줄 (www.vconline.org)
(2002년, 한국. 김현석 감독 작품) 2일(금) 오후 7시30분. Directors Guild of America 제1관. Program No. 2
(2002년, 미국. 한인 감독 세실리아 현과 사라 현의 작품) 2일(금) 오후 10시30분. Directors Guild of America 제3관. Program No. 7
(2002년, 미국. 한인 감독 김설기 작품) 3일(토) 오후 4시. Directors Guild of America 제3관. Program No. 13
(2002년, 미국. 한인 감독 Sung H. Kim 작품) 3일 오후 7시30분. Directors Guild of America 제2관. Program No. 17.
(2002, 중국. 첸 가이거 감독 작품, 남가주 프리미어) VC FilmFest 2003 폐막 작품. 8일(목) 오후 7시30분. Aratani/ Japan America Theatre. 그 외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영화들의 자세한 상영 스케줄과 세미나에 관한 일정은 www.vconlin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상영관 주소
▲Directors Guild of America: 7920 Sunset Bl. (Fairfax에서 한 블럭 서쪽, Hayworth와 Sunset 코너) 주차 2달러.
▲Aratani/ Japan America Theatre: 244 S. San Pedro St. (리틀 토쿄 2가와 3가 사이) 건너편 주차 1달러75.
■ 티켓 가격
9-10달러, 학생과 연장자는 7-9달러. 티켓은 전화, 213-680-4462 x59를 통해 예매하거나 영화상영 당일 해당 극장 앞 매표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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