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의 3대 대형교회가 올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나성영락교회의 박희민 목사, 토랜스제일장로교회의 이필재 목사, 남가주사랑의교회의 오정현 목사가 은퇴하면서 새 담임을 맞게된 것이다. 교회들은 벌써 오래전부터 후보를 물색하며 청빙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일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지금까지 후임이 결정된 곳은 나성영락교회 한 곳으로, 어려운 과정을 거쳐 뉴욕 아름다운교회에서 시무하던 림형천 목사를 3대 담임으로 청빙했다. 토랜스제일장로교회는 이필재 목사가 작년말 은퇴하고 한국의 갈보리교회로 떠난 후 아직까지 새 담임을 정하지 못했다. 남가주사랑의교회도 오정현 목사가 한국 사랑의교회의 옥한흠 목사 후임으로 청빙되어 올 여름 떠나는데 역시 후임 청빙작업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지나치게 목사의존적이기 때문에 새로 목사를 정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가톨릭교회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데 비해 개신교회는 담임목사 한사람 하기에 따라 교회가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니, 큰 교회일수록 새 담임을 맞이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이민교회는 특성상 이민목회 경험도 있어야 하고, 요즘 세대가 바뀌면서는 이중언어로 설교할 수 있는 목사, 1세와 2세의 문화차이에 익숙하고 한인사회와 주류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 1.5세 목사를 선호하는 추세다. 그러한 후보들로 요즘 미동부지역에서 성공적으로 목회하고 있는 몇몇 40~50대 목사들이 꼽히고 있는데, 그들을 청빙하는 일이 생각만큼 잘 안 되고 있다고 한다. 전 같으면 성도가 5천명이 넘고 웅장한 자체건물을 가진 대형교회에서 청빙을 하면 영광으로 알고 달려오는 것이 당연했으나, 요즘 젊은 목회자들은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이 ‘청빙’이란 제도에 대해 한마디하고 싶다.
교회들이 언제부터 후임목사를 정할 때 성경적인 근거도 없는 청빙이란 방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잘 모르지만, 또 연합감리교단 같은 곳은 파송제를 사용하므로 모든 교단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청빙은 분명히 한 교회가 다른 교회에 상처를 주는 일이다. 자기네 교회가 좋은 목사를 맞기 위해 다른 교회에서 잘 하고 있는 목사를 데려오는 일은, 상대방 교회와 성도들을 완전히 무시한 태도 아닌가?
대개 큰 교회에서 담임목사가 은퇴하면 자기네보다 조금 작은 다른 교회에서 잘 하고 있는 목사를 청빙한다. 그러면 졸지에 목자를 잃게된 교회는 할 수 없이 자기네보다 조금 더 작지만 건실한 다른 교회의 목사를 청빙하게 되고, 그 목사를 뺏긴 교회는 역시 자기네 보다 조금 작은 어떤 교회에서 목사를 청빙하고...
이러한 청빙의 사이클에서 한가지 분명한 것은 큰 교회가 작은 교회 목사를 데려오는 일은 있어도 작은 교회가 큰 교회의 목사를 청빙하는 ‘불경스런’ 예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청빙 당하는 목회자들도 큰 교회로 가는 것을 목회성공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당연시 되어있다.
현대 교회의 운영이 비즈니스화 되어가고 있지만 목회자 청빙마저 기업들이 스카웃하듯 목사를 ‘채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해 보인다. 중소교회들은 아무리 유능한 목회자를 키워내도 얼마후 큰 교회가 좀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데려가면 뺏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몇 년전 평안교회의 송정명 목사가 동양선교교회의 새 담임으로 확정되었으나 돌연 부임을 취소해 뉴스가 된 적이 있다.(평안교회는 신자가 수백명 정도, 동양선교교회는 수천명이다) 그 이유를 물었을 때 송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큰 교회에서 청빙 받았는데 나라고 왜 가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떠나려고 했더니 우리 교회가 흔들리고 성도들이 흩어질 조짐이 보였습니다. 목회자로서 도저히 양심이 허락지 않아 고민 끝에 안 가기로 한 겁 니다”
이런 목회자만 있다면 교계는 아무 걱정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여서, 줄을 대고 이력서를 내며 큰 교회로 가려고 애쓰는 사람이 더 많아 보인다.
청빙제보다 좀 더 아름다운 후임맞이 방법이 필요하다. 대안을 내기란 쉽지 않겠지만, 아무튼 목사 청빙제도는 크리스천 정신과 맞지 않는 것 같다.
정숙희<특집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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