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생활 고단함‘훌훌’ “코리안이 자랑스럽다”
어린이에서 노인까지 환호 열광 ‘한마음’
노천축제부터 열기…무대뒤선 스타 사인공
▶동영상 보기 (저속.100K)▶동영상 보기 (고속.300K)“g.o.d 사랑해” “보아처럼 될거야”
대형 사인보드 뒤덮은 문구 현란
기업들 홍보부스도 한인 북새통
가족끼리 햇살즐기며 소풍 여유도
어린팬들 무대앞 몰려 스탭진 곤욕
크렌셔 합창단 열창 압권 큰호응
타운 마켓선 ‘도시락용’김밥 매진
시카고에서 날아온 열성 한인도
‘가슴 뿌듯하다’ ‘한국에 대한 그리움을 채울 수 있었다’는 관객들의 말처럼 이민생활의 모든 스트레스를 한번에 날려보낸 날이었다. 환호와 열광의 순간을 위한 기다림이 오히려 즐거웠고 집에서 가지고 온 와인 한병에 김밥이 이날 만큼은 너무 잘 어울렸다. 생후 한 달이 갓 넘은 어린아이에서 80을 훌쩍 넘은 노인까지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어제와 오늘을 얘기하며 더 이상 미국 땅의 이방인이 아니라 주인을 깨닫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보람과 용기, 희망을 선사한 ‘미주한인이민 100주년 기념 음악 대축제’에 참가한 2만여 한인들의 모습들을 정리했다.
노천 축제
◎…노천축제장에 마련된 대형 사인보드에는 행사장을 찾은 수많은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이 써넣거나 그려넣은 각종 메시지가 전시돼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기도. 어린이 및 청소년들의 경우 ‘G.O.D. 오빠들 사랑해요’, ‘승훈오빠 나랑 사귀자’, ‘나도 보아처럼 되고 싶다’ 등등 연예인 관련 문구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어른들은 ‘100년 뒤에도 이 자리에서 함께하길’, ‘이민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는 등의 점잖은 메시지를 많이 남겨 관람객들로부터 ‘어른답다’는 칭찬을 듣기도.
◎…이날 할리웃 보울 노천축제장에는 SBC, Blue Cross of California, 대한항공, 퍼시픽 유니온 뱅크 등 한인들에게 친국한 기업들과 한미연합회(KAC), 남가주한인총대학생회 등 한인단체들이 부스를 설치, 한인 관람객들을 상대로 치열한 홍보전을 펼쳤다. 대한항공의 경우 한인들에게 파란색 빛깔의 휴대용 마사지기를 선물로 나눠줘 이를 받으려고 몰려드는 한인들로 부스가 북새통을 이뤘다.
◎…공연 시작 6시간 전인 이날 오후 1시 할리웃 보울 초엽에 있는 소풍 장소에 자리를 일찌감치 잡은 남가주 경기공고 동문회(회장 윤호영), 남가주 한성고 동문회(회장 인선환) 회원들은 머리 위 떡갈나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따사로운 햇빛을 즐기며 각각 준비해 온 점심과 와인을 음미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이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면서도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며 공연을 시간을 기다렸다.
백스테이지 표정
◎…축제가 시작되기 전 운좋게 백 스테이지에 들어온 한인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스타를 잡으러 이리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에 놀란 일부 스타들은 팬들의 악착같은 추격을 피하느라 대기실에 들어가 문을 꼭 잠그고 나오지 않는 등 양측 사이에 치열한 ‘숨바꼭질’이 벌어졌다.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씨, 듀오 ‘캔’, 박진영, 성시경, 장나라씨 등 인기가수들은 자신들의 순서를 기다리며 마무리 연습에 몰두하는 가운데서도 백 스테이지에 들어온 어린이 및 청소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등 여유를 과시.
◎…1부순서가 끝난 뒤 스타들이 하나둘씩 바람을 쐬러 바깥으로 나오자 이들 청소년들은 ‘오빠 사랑해’, ‘같이 사진좀 찍자’ 등 마구 소리를 질러대 한때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 멀리 가든그로브에서 신세대 가수 ‘보아’를 보러 공연장을 찾았다는 강혜경(15)양은 “보아언니의 손 한번 잡아보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윤도현 밴드’ 의 베이스 기타 플레이어 박태희씨의 기타가 공연도중 고장나는 불상사가 발생. 황급히 무대뒤로 뛰어와 S.O.S.를 요청한 박씨는 스탭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타가 고쳐지지 않자 SBS 오케스트라 단원의 기타를 빌려 다시 무대로 달려나가는 코메디를 연출.
축제의 장 ‘환호’
◎…일본열도를 휩쓸고 있는 ‘보아 열풍’은 할리웃 보울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친구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아일린 와타나베양은 “보아 넘버원”을 외치며 “LA에서 보아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랑해요 보아’라는 말을 ‘Saranheyo BOA’라는 영문발음으로 써넣은 팬레터를 만들어 스탭진에서 맡기며 “꼭 전해달라”는 말을 몇 번씩 남기기도 했다.
◎…좌석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가수들이 출연할 때면 어김없이 사진을 찍기 위해 무대쪽으로 기습하는 어린 학생들 때문에 스탭진들이 곤욕을 치렀다. 또 일부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이름을 종이에 써와 높이 흔들며 애창곡을 함께 따라 부르는 등 뜨거운 열기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가실줄을 몰랐다.
◎…30여명의 흑인 남녀들로 구성된 크렌셔 합창단의 공연은 유일한 외국인 합창단 출연의미와 함께 관중들의 호응도 커 이날 공연의 압권이었다. 2부 첫 순서로 출연한 크렌셔 합창단은 한-미 우호를 상징하듯 ‘손에 손잡고’를 한국말로 불러 분위기를 돋은 후 “오, 해피 데이”를 열창, 남녀노소 1만8,000여 관중이 한데 어우러지는 순간을 연출시키기도 했다. 크렌샤 합창단의 단원 마이클은 지난 2주 동안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기 위해 연습했다며 “우리는 좋은 이웃”이라고 말했다.
◎…윤도현 밴드, 보아, 성시경, 장나라, G.O.D 등 신세대 가수들이 무대에 설 때마다 상당수 젊은이들은 입장하지 못한 친구들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전해주기도. 제니퍼 김(21·LA)씨는 “성시경을 좋아하는 동생한테 성시경이 노래를 부를 때 전화를 통해 목소리를 들려주니 너무 좋아하더라고 귀띰.
◎…한인들뿐 아니라 이번 음악축제에는 백인, 흑인, 히스패닉, 필리핀계 등 외국인들도 상당수 참여, 한인들과 흥겹게 어울리며 행사를 즐기는 ‘인종화합의 장’이 됐다는 평가. 팔로스 버디스에서 올라온 백인여성 제이미 스퓨리어(20)는 “한인친구 3명의 손에 이끌려 할리웃 보울을 찾았다”며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때 한인들이 다함께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고 말했다. 샌타모니카에서 온 흑인청소년 마빈 해리스(15)군은 “나는 가수 ‘보아’의 열성 팬”이라며 “보아의 친필사인을 받으려고 한달전부터 별렀다”고 말했다.
◎…’이민 100주년 기념 할리웃 보울 음악 대축제’가 열린 26일 타운내 마켓에는 김밥과 먹걸이들이 동이 나는 진풍경이 연출. 플러튼에 사는 김모씨는 이날 가주마켓내 김밥집에 김밥을 사기위해 들렀는데 모두 동이나 김밥을 사지 못했다고. 이 김밥집 주인은 “이날 준비한 400여개의 김밥과 빵들이 모두 오전에 동이 났다”며 “봉지를 든 사람은 모두 할리웃 보울에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보기 위해 멀리 시카고에서 달려온 한인들도 있었다. 간호사로 근무중인 배원희씨는 일찍감치 전화를 티켓을 예약한 뒤 후가를 내 동생과 함께 이날 낮 항공편으로 LA도착, 택시를 타고 행사장에 들어오기도 했다. 배씨는 “화려한 출연진과 할리웃 보울이란 매력 때문에 큰 결심을 했다”며 “이렇게 많은 한인들이 모인 것을 보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무대오른 스타들도‘감동’
“관객 태극기 물결에 눈시울 뜨거워져”
“한인사회에 경의”
이민100주년 기념무대에 선 스타들은 한국을 대표해 뜻깊은 무대에 섰다는데 큰 자부심을 표시했다. 또 많은 출연자들은 한인사회가 이렇게 큰 줄 몰랐다고 놀라움을 나타내면서, 100년 만에 이국 땅에 뿌리를 내린 한인들에게 존경의 뜻을 전했다.
소프라노 김영미는 “이민100년 동안 4.29폭동 등 숱한 고난을 곁은 우리 한민족이 이렇게 잘 살게 된 데는 무슨 뜻이 있다”며 “2∼3세들이 세계평화 위해 열심히 일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80년대 미국에 살았던 가수 태진아는 “이 곳에서 살면서 배운 지식과 정신력이 한국에서 활동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관객이 태극기를 흔들 때는 눈시울이 뜨거웠다”며 무대 위의 감격을 전했다.
폭발적 무대를 선보인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은 “이번이 교포들 앞에서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생각으로 다른 때보다 열심히 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남성듀오 캔은 “하와이 이민100주년 공연에 이어 두 번째로 이렇게 의미 있는 무대에 서게돼 자부심 느끼고 참 감사한다”며 “동포들이 불러주시면 언제라도 달려오겠다”고 약속했다.
피날레 장식 불꽃놀이
환상 연출에 관객들 ‘탄성’
이번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한 불꽃놀이는 상상을 초월한 환상적 작품이었다. 출연진 전원과 한인들이 ‘오 필승 코리아’를 합창하는 순간 천지를 흔드는 굉음과 함께 음악당 지붕위로 치솟아 오른 오색의 불꽃들은 밤하늘을 환하게 물들이며 대축제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공중에서 작열하는 강렬한 불꽃들이 춤을 추며 너울거릴때 마다 광중들은 손뼉을 치고 환호성을 지르는 감동의 장면을 연출했다. ‘젊은 그대’’아리랑’이 메들리로 이어지며 한껏 분위기가 달아오른 불꽃놀이는 축포를 쏘아 올리던 원형 지붕 위로 이민 100주년을 알리는 ‘100’의 대형 숫자가 불을 뿜어내면서 절정에 다다랐다.
이어 원형 지붕 중앙에서 거대한 태극기가 솟아 오르고 가운데 태극문양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불꽃을 쏟아 내자 관중들은 흥분을 주최하지 못한 채 발을 구르며 환호하고 또 환호했다.
한 한인은 “이런 불꽃 놀이는 처음”이라며 “솟아오른 태극기의 태극문양에서 불을 뿜어내는 장면은 영원히 추억으로 남을 장관이었다”고 흥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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